인물 제 227호 (2000년 04월 10일)

‘디지털 택배’로 물류 최강 도약

기사입력 2006.09.04 오전 11:57

‘청출어람’. 쪽(남빛으로 물들이는 물감의 원료였던 일년초의 마디풀)에서 뽑아낸 물감이 쪽보다 더 파랗다는 뜻이다. 제자나 후진이 스승이나 선배보다 뛰어남을 일컫는 고사성어다. 흔히 후발주자가 앞선 경쟁상대를 따라잡은 경우를 빗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현대택배(옛 현대물류)의 청출어람은 택배업계에서 단연 돋보인다.

지난 94년 택배사업에 진출, 매년 50%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6년만에 택배업계의 ‘고참’들을 모두 물리치고 “정상에 섰다”는 큰소리가 대단하다.

지난해만도 1천9백만 상자를 배달, 전년대비 55%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매출 7백80억원에 1백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현대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지난 3월에는 한국통신이 우체국에 맡겨왔던 전보택배서비스를 민간업체에 아웃소싱하면서 진행한 공개입찰에서 경쟁업체들을 따돌리고 사업권을 따내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 정몽헌 회장에게 택배사업 건의

이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현대택배는 올 들어서 재빨리 디지털 경제로의 적응을 위한 변신을 시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종합물류·택배시스템 구축에 발벗고 나섰다. 사명도 현대물류에서 현대택배로 바꿨다. 올 하반기에는 코스닥시장에 등록할 예정이다. 단순한 운송업체가 아니라 ‘인터넷 기업’으로서의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평가받겠다는 것이다.

현대택배의 이런 발빠른 변신을 진두지휘하는 ‘사령관’이 윤영우(58) 사장이다. 현대건설 출신으로 현대상선 부사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1월 지휘봉을 잡았다. 사령탑에 앉은지 얼마 안 된 짧은 이력만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그러나 윤사장은 현대택배의 산파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윤사장이 택배산업의 성장성을 처음 접한 것은 도쿄에 근무하던 90년대 초. 지난 76년부터 줄곧 도쿄 뉴욕 LA 등에서 근무해온 탓에 유난히 선진국의 성장산업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특히 도쿄 근무시 일본의 유명한 해운회사 사장이 ‘택배산업에 진출하지 못한 점을 후회한다’는 말을 듣고 택배산업을 관심있게 지켜 보면서 성장 가능성을 나름대로 가늠하는 계기를 갖게 됐다.

“현대상선 소속으로 도쿄에 근무할 때 일본을 방문한 정몽헌 회장과 이야기를 하면서 일본에서 본 택배산업의 성장성과 가능성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당장 사업을 추진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현대그룹의 택배산업이 시작됐습니다.”

그룹 최고경영진이 윤사장의 건의를 받아들이면서 시작된 택배업체의 지휘봉을 잡은 만큼 각오가 남다르다. 21세기 최고의 물류기업으로 자리잡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젠틀’한 인상과 달리 사내에서는 ‘지독하게’ 일하는 경영자로 통한다. 회사에서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은 보통이다. 일주일 내내 아침 7시부터 회의를 시작하며, 빨라야 9시께 퇴근하는 생활의 반복이다.

그러나 윤사장은 이런 생활에 대해 “그만큼 (택배)시장의 상황이 급박하고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한다. 시장 규모가 1조원대인 택배시장을 두고 대기업들의 잇단 시장진출, 기존 노선운송 업체나 화물운송 업체들의 택배전환, 가격덤핑, 평균단가 하락 등 시장이 극도로 혼란한 상황에서 ‘평상적인 경영’으로는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을 기반으로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더 이상 머뭇거리다가는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다른 택배업체보다 한발 앞서 ‘하이덱스(HYDEX)’로 이름 붙여진 물류종합 전산시스템을 구축, ‘정시도착 정시배송’으로 이름을 날린 현대택배의 올 주된 사업방향을 인터넷 전자상거래로 정한 것도 이런 여러 가지 흐름을 고려해서다.

“지난해 12월부터 운영해 온 전자상거래추진팀을 중심으로 업무프로세스 개선작업과 전산시스템 수정작업을 진행중입니다. 5월까지는 기존 인터넷 홈페이지 재구축과 화물추적 시스템 보완을 완료해 예약주문 기능을 강화할 것입니다. 6월부터는 콜센터와 인터넷 쇼핑몰을 함께 운영하고 이어서 서버호스팅, 기업물류의 운송관련 서비스 등을 추가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5백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정해 놓고 현재 실행중에 있다. 연말까지 3단계에 걸쳐 사이버로지스틱스의 체계를 구축, 현대그룹 차원의 인터넷 사업을 지원하는 한편 인터넷 기반의 초일류 물류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 택배전쟁터의 ‘야전사령관’, 하반기 코스닥 등록

인터넷 기반으로의 전환 못잖게 윤사장이 역점을 두는 것은 여타 업체들과 차별화된 서비스 품질. “택배에 대한 니즈가 고조되는 성장흐름에 발맞추려면 친절도 제고, 화물사고 방지 등 서비스 품질의 향상과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윤사장은 대면접촉을 하는 택배요원들에게 현대인재개발원 에버랜드 등을 통해 수시로 서비스 교육을 시키는 것은 물론 집배송과 분류 등에 있어 사고율을 최소화하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접수·배달시 고객들이 보다 안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성택배사원을 5월초부터 활용할 예정이다. “여성의 부드러움으로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윤사장의 기대다.

택배전쟁터의 ‘야전사령관’ 윤사장은 이처럼 직원들에게 누누이 강조하는 서비스 품질의 궁극적인 목표로 ‘시그마6’를 설정하고 이를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 ‘시그마6’는 1백만개 가운데 불량률이 3∼4개에 불과한 반면 99.99966%의 인정된 제품(품질)을 확보한다는 품질경영의 한 기법. “현재 현대택배의 서비스 품질은 시그마6를 기준으로 했을 때 시그마 4.5 정도로 본다”는 윤사장은 “조만간 시그마6의 단계로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택배화물 1백만박스 가운데 사고가 나는 건수를 2∼3개 정도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는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최고수준”이라는 것이 윤사장의 설명이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는 것입니다. 인터넷 사업은 사고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그런 점에서 사고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기 위한 꾸준한 자기계발이 필요합니다.” 윤사장이 밝힌 경영철학이다.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만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실현에 역량을 발휘하고, 이런 개개인의 합리성이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오랜 외국생활로 몸에 밴 사고의 유연함과 변화의 맥을 짚는 안목이 윤사장을 디지털 경영인으로 만드는데 한몫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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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