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수익률 낮추고 신중매매 … 쉬어가는 투자도 생각해볼 만

주식투자자들이 심리적으로 힘든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발 증시대폭락이 전세계 증시를 강타한 지난 주의 블랙먼데이 이후 국내 증시에는 불안감과 공포가 떠나지 않고 있다.이미 각종 이동평균선을 하향돌파한 종합주가지수는 당분간 800선을 위로 뚫기는 힘들 것이라고 대다수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bear market)으로 보는 월스트리트의 정의를 따른다면 올해초 고점 1,059포인트에서 20% 이상 빠진 현 지수대의 증시는 의심할 바 없는 약세장이다.약세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투자를 쉬는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권한다.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상승추세를 확인하기 전까지 쉬고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투매하지 말라는 이야기다.그러나 현재 편하게 쉴 수 있는 개인투자자는 많지 않다. 손절매해서 원금보다 줄어든 금액을 들고 있거나 협박과도 같은 기술주 거품론 속에 두동강 세동강이 난 코스닥주식을 이제라도 팔아야하나 불안감에 시달리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아니면 이미 잃어버린 원금을 만회하기 위해 데이트레이딩에 몰입하는 부류다.현재 현금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라면 가장 운이 좋은 계층이다. 거래소에는 연중 최저가 수준으로 바겐세일중인 저평가 우량주들이 널려 있다. 정기예금에 드는 기분으로 업종대표우량주 실적호전주 등을 중심으로 주가가 떨어진 날 분할매수로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것을 권유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불안하다고 생각되면 단기적으로 MMF등의 유동성자산이나 공모주 청약을 통해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 낫다.대폭락 이후의 약세장에서 어떻게 해야 손실을 최소화할 것인가. 우선 최근 증시의 성격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처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박스권에 따른 고점매도 저점매수 전략 구사국내 기업의 영업실적 향상과 거시경제변수의 안정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에 불안감을 주는 최대의 요인은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다는 점이다. 장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할 투신사 등 기관이 연일 매도를 계속해 수급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투신의 매도공세는 6월까지는 큰 외부적 요인이 없는 한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설정된 투신사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의 만기가 6월 정도에 일단락되기 때문이다.나스닥의 폭락 이후 매도세로 돌아선 외국인들의 움직임 역시 당분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한국증시의 펀더멘탈과 저평가에 주목하고 있어 미국증시만 안정되면 언제든지 순매수로 돌아설 수 있는 세력이다. 개인은 그간 환매한 자금이 예탁금으로 증시 주변에 있지만 아직은 시장에 대한 믿음이 없어 본격적 매수세력으로 볼 수는 없다.이처럼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고 엄청난 호재나 악재가 나오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대다수 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 700포인트와 800포인트, 코스닥지수는 160에서 210포인트대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코스닥은 지난 주의 폭락장세 속에서도 160포인트대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으려는 하방경직성을 보여주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해 10월의 저점인 145포인트를 마지노선으로 잡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3백60일 이동평균선이 있는 160포인트와 대폭락 이전의 지지선이었던 210포인트 사이에서 등락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굳이 주식을 매매해야겠다는 투자자라면 6월까지는 거래소나 코스닥 모두 이 범위내에서 저점매수 고점매도하는 전략이다.매매방식도 장의 성격에 맞춰야 한다. 세계 최고의 매매회전율을 자랑하는 코스닥은 물론 거래소도 장의 출렁거림(volatility)이 심해지고 있다. 모멘텀매매(momentum trading)방식 때문이다. 예상상승폭에 다가가면 보유기간에 관계없이 바로 매도하고 많이 떨어지면 다시 매수하는 데이트레이딩 기법이다.◆모멘텀 매매방식을 역으로 이용하라모멘텀매매방식이 늘면서 한 종목이 움직인다 싶으면 매수세나 매도세가 순식간에 나타나는 현상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오전 장에 상한가 친 종목이 종가무렵 하한가 가까이 빠지는 현상 등이다.거래소에서도 종합주가지수가 11.63%나 빠졌던 블랙먼데이 다음 날인 18일 종합주가지수는 45포인트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19일에도 장중 36포인트나 움직였다. 하루에 5% 이상 주가가 오락가락한다는 이야기다.장의 출렁거림이 심하니만큼 예상수익률은 박스권안의 범위로 낮게 잡고 손절매범위 역시 좁혀야 한다. 데이트레이더의 경우 예전에 설정한 목표수익률이 10%라면 지금은 5% 정도로 낮추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대다수 데이트레이더의 행태를 이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최근 국내 증시는 전날 나스닥이 오르면 거래소나 코스닥 모두 동시호가에서 오름세로 출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오후장 후반에는 지수가 빠지는 전강후약장세다. 대부분의 데이트레이더들이 전장 초반 그날 공략종목을 사고 늦어도 후장 후반에 매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이를 역이용, 전날 새벽 나스닥지수가 상승한 날 오전장 초반에 주식을 팔고 오후장 후반에 사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실적우량주이고 시장의 관심권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 밤사이에 미국 증시가 떨어지는 외적 요인을 부담해야 한다는 리스크가 있다. 그러나 미국 증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많은 데이트레이더들이 하루를 넘기지 않고 후장중 포지션을 청산한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손실폭 큰 장기투자자 주식 잊고 지내랴지난해 하반기에 주식을 사고 3개월 이상 갖고 있는 장기투자자들은 현재 손실폭이 가장 크다. 이미 손절매를 하지 않았다면 현 지수대에서 추가로 현금확보를 위해 주식을 파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여유자금으로 산 것이라면 팔지 말고 차라리 당분간 주식시세에 신경을 끊고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미국 에렌크렌츠 킹 너스범사의 수석시장분석가인 배리 하이먼을 비롯, 미국의 대다수 시장전략가들도 “모멘텀트레이딩이 활개치는 시장에서 장기투자자들은 차라리 주식을 당분간 잊고 지내라”고 충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