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성과급 지급·해외연수 등 인재지키기 안간힘 … 소외부서

“원하는 건 뭐든지 해주겠다. 나가지만 말아다오.”대기업들이 벤처로 떠나고 있는 인재들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오너가 직접 나서 직원들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약속하는가 하면 스톡옵션, 고액의 외국연수, 창업 지원 등 다양한 당근을 들고 직원들의 벤처행 바람을 막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꼭 한 두명씩은 부장이나 임원들 앞에 서서 사직서를 내미는 것에 대기업들이 더 이상 팔짱만 끼고 바라볼 수만은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최근 LG전자는 프로야구 선수에게나 줄법한 입단계약금(Signing Bonus)을 사내 직원들과 스카우트해올 외부 인재들에게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사내 유능한 직원들에겐 시장가치에 걸맞는 몸값을, 새로 들어올 유능한 인재들에겐 일종의 스카우트 비용으로 2천만원에서 5천만원까지 일시불로 지급하는 것이 사이닝 보너스 제도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50여명이 이 제도의 수혜자가 됐다. 수혜자는 연구개발자들이나 e-비즈니스 전문가 등 속칭 잘 나가는 사람들이었다.◆ LG전자, 인재 발굴 스카우트팀 운영LG전자는 이와 함께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인사팀 내에 별도로 스카우트만 전문적으로 하는 헤드헌터를 두고 있다. 이들은 경쟁기업 및 관련 기업에서 유능한 인재를 발굴해 데려오는 것이 주 임무다. 최근에는 각 대학 연구소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까지도 수시로 접촉, 명단을 따로 관리하고 있다. ‘될성부른 떡잎’을 입도선매하기 위해서다.정보통신업체인 한국통신 하이텔도 직원들의 잇따른 벤처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액의 연봉을 받고 벤처로 가는 인력을 막기도 힘들지만 스카우트하기는 더 어려워 최근까지 속수무책으로 이들의 탈출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하이텔은 이미 김이 빠져버린 스톡옵션에 대한 약속으로 탈출행렬을 막을 수 없자 최근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인력유출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은 노사협상을 통해 마련됐다. 노사복지협의기구에서 합의된 내용을 보면 팀장급들에겐 1천만원짜리 고액 해외연수, 사원과 대리급들에겐 15일간 유급 휴가를 준다는 매혹적인 것들이 포함돼 있다. 또 한달에 한번 회사가 지정한 술집에서 마음껏 술을 마실 수 있는 호프 프리데이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돈보다는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과 복지제도 개선을 통해 인재들을 붙들어 매기 위해서다. 다행히 직원들 사이에 반응이 좋아 지금은 인력 유출이 주춤해진 상태다.◆ 아예 돈 보따리 안기는 업체도 등장코오롱상사의 경우는 아예 직원들에게 두툼한 돈 보따리를 안겨주고 있다. 물론 아무 직원에게나 주는 것은 아니다.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팀에 그만큼의 이익을 현금으로 나눠주고 있다. 목표보다 5억원을 초과했다면 20%인 1억원을 팀원들에게 분배한다. 최근 골프 브랜드를 운영하는 엘로드팀이 2억2천만원의 보너스를 받았다. 이 팀은 지난해에도 1억2천만원의 성과급을 받아 과장이나 차장급 직원들은 억대 연봉자의 대열에 들어섰다.현대전자도 지난해 대기업중 처음으로 스톡옵션 제도를 도입,1천5백명의 임직원들에게 8백만주의 주식을 나눠 주었으며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도 도입하는 등 인력유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그러나 대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임직원들에게 달콤한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그룹내 식구라도 전자나 정보통신업체가 아니면 이들이 시행하고 있는 인센티브제도는 ‘그림의 떡’이다. 또 사내에서 인정을 받을 정도로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떡 고물도 못먹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L그룹 유통업체 관계자는 “우린 연봉 올라가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인센티브는 고사하고 복지제도 개선도 남의 집 얘기”라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또 회사가 소수의 인재들에게만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이 알려지자 수혜를 받지 못한 직원들과 회사간에 껄끄러운 분위기가 생겨 난처했던 경우도 있다. 국내 굴지의 S전자는 최근 소수의 직원들에게 비밀리에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적게는 몇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보너스가 지급된 사실이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자 소외된 직원들 사이에서 “나는 껍데기냐”는 자조섞인 푸념이 터져 나왔다. 이로 인해 회사내 분위기가 뒤숭숭해졌음은 물론이다.S전자 K과장은 “전자라고 다 같은 부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기서도 돈 잘 버는 사업체가 있고 그곳에서도 거액의 성과급을 받는 직원들은 소수”라고 전했다.하지만 이렇듯 의도하지 않은 불만이 사내에 생겨도 인재 유출 현상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대기업 경영진들의 입장이다. 어떻게든 붙들어서 일을 시켜야 직장 분위기가 유지되고 기업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요즘 같이 인력을 구하기도 힘든 때 인재유출은 직접적으로 기업에 타격을 주는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좋은 몸값도 한 때라며 더 나은 곳을 찾아 눈을 돌리고 있는 사내 인력들과 이들의 유출을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기업간의 줄다리기가 올 한해 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인터뷰 / 김홍기 삼성SDS 사장“IT기업 도약 위해 올 1천여명 채용”삼성SDS만큼 인재 유출이 심했던 대기업이 없을 것 같다. 지난 한해 동안 전직원의15%에 달하는 5백여명이 퇴사했고 지금도 벤처행을 택하는 직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이들이 나가서 벤처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로 성장해 삼성SDS는 벤처의 인큐베이터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인재확보가 기업의 성패를 가른다는 측면에서 이같은 현상이 달가울리 없다. 삼성SDS 김홍기 사장에게 인재유출을 막기 위한 방안에 대해 들어 봤다.▶ 대기업들 중 삼성SDS의 인력유출이 제일 심각한데.지난해만 3천개의 벤처기업이 생겨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내 인력 유출은 막을 수 없었던 흐름으로 생각합니다. 주로 정보기술과 인터넷 업종에서 벤처기업이 창업됐으니 우리 회사가 자연스럽게 인력 시장의 인큐베이터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던거죠.▶ 인재확보는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인데 방안이 무엇인지.최근 창립 15주년 기념식에서 21세기 경영비전을 발표했습니다. 2010년까지 세계적인 IT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e-비즈니스 분야에 사업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를 위해서 올해에만 1천여명의 인력을 채용할 계획입니다. 또 사내벤처에 올해 5백억원을 지원할 생각입니다.얼마전 전직원들에게 1백주씩 무상으로 주식을 나눠줘 화제가 되었는데 직원들의 반응은.입사한지 3년이 안된 사원들은 우리사주를 받지 못했는데 이번 주식지급 발표를 아주 기뻐하고 있습니다. 요즘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식가치로 볼 때 상당한 액수가 될 것입니다.▶ 최근 대기업의 채용방식이 변하고 있는데 삼성SDS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학력과 나이를 따지지 않고 해당분야 실무경력 1년 이상이면 되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또 지금까지 삼성의 채용문화가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삼성에서 퇴직한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었는데, 이를 철폐했어요. 최근 벤처기업 열풍으로 삼성SDS를 퇴직했던 인력뿐 아니라 삼성에서 근무했던 인력들이 다시 회사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인재상은.제가 생각하는 ‘21세기형 인재’란 한마디로 창조성과 전문성 그리고 밝고 긍정적인 심성을 지닌 인재를 말합니다. 이러한 인재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로서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최고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걸쳐 폭넓은 교양을 갖추고 있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이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휴머니스트(Humanist)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