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관심 증가가 성장 밑거름, 게임리그 인기 한몫... 대기업 진출도 가속화

“윤상민 성적이 어때? 이번 리그에선 실력을 발휘해야 할텐데.” “그 보단 맹대호가 기대돼. 지난번 리그에서 순위가 꽤 올랐거든.”현실세계의 야구나 농구 얘기가 아니다.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벌어지는 인터넷 온라인 게임리그의 프로게이머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인터넷 게임은 이제 일반인의 입에서도 쉽게 오르내리는 친숙한 오락이 됐다.“바람의 나라에선 결혼도 해요. 결혼후 게임속에서 상대를 보고 싶으면 사랑의 호출기로 불러요. 그러면 바로 앞에 배우자가 나타나지요.”(넥슨 이재교 대리) “뜻이 맞으면 게임안에서 동호회도 결성합니다. 동호회가 결성되면 스스로 성 모양의 집을 짓고 모임을 갖기도 합니다.”(위즈게이트 김상기 주임)인터넷 게임은 또 사람과 사람이 만나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되고 있다. 이곳에서 사람을 사귀고 동호회를 만들며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한국첨단게임산업협회 기획부 박종일 과장은 “온라인 게임은 몇몇이 즐기는 일회성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콘텐츠 중심의 오락”이라며, “지금은 젊은 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게임을 즐기는 세대의 폭이 넓어지면 오락산업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관련업계에서는 인터넷 게임이 네티즌의 전유물에서 일반인도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로 자리를 잡게 된 계기는 온라인 게임의 등장이라고 말한다.◆ 온라인 게임업체 ‘대호황’한국첨단게임산업협회가 지난 4월말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온라인 게임시장은 지난해 2백억원 보다 2배 이상 성장한 4백20억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 보는 수치는 이보다 훨씬 크다. 넥슨 NC소프트 위즈게이트 태울 등 주요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전망하는 올해 시장 규모는 1천억원대. 이는 업체들이 올 1/4분기 온라인 게임 시장 호황으로 실적을 초과달성하면서 올해 매출 목표를 상향조정했기 때문이다.5월말 현재 최대 동시 접속자수가 2만명을 넘었고 1백4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바람의 나라’를 개발한 넥슨은 올 1/4분기에 전년동기 보다 7백% 성장한 7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넥슨은 올해 매출목표를 99년보다 4배 증가한 4백억원으로 잡았다.‘리니지’의 NC소프트도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 3월까지 69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1천6백%가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리니지 회원수는 6월초 현재 2백70만명을 돌파했으며, 동시 접속자수는 최대 5만명을 넘었다.또 ‘영웅문’ 등을 서비스하고 있는 태울도 올 1/4분기에 약 7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연말까지 1백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레드문’의 제이씨엔터테인먼트도 1/4분기 6억원을 기록한 여세를 몰아 연말까지 60억원을 올릴 계획이다.온라인 게임시장 폭발로 대기업들의 게임 시장 진출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주)SK는 오케이캐쉬백(www.okcashbag.com) 내에 ‘게임OK’를 만들었다. 게임OK는 한게임, 밴하우스, 조이돔, 엔지넷 등의 게임전문업체와 제휴를 맺고 올해 안에 30∼40종의 게임을 덧붙일 계획이다.게임OK의 가장 큰 무기는 오케이캐쉬백 카드회원, TTL 회원 2백만명, 017 이용자 등을 모두 끌어들이면 국내 최대 게임포털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주)SK는 올해 인터넷 게임 분야에 1백억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한국통신은 마이크로소프트 MSN과 공동으로 게임포털을 만들어 7월부터 서비스할 계획이다. 한국통신은 게임포털 사업에 24억~30억원을 투자하며, 게임포털을 통해 온라인게임, 게임쇼핑몰, 웹진, 커뮤니티 구성 등을 서비스할 예정이다.KBS는 KBS영상사업단 인터넷업체 디지탈닷컴 등과 게임 전문 위성채널 방송국 ‘겜TV’를 설립했다. 겜TV는 앞으로 위성방송과 함께 인터넷방송, 게임포털 등 게임관련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소규모 업체, 대기업진출 위기보다 기회또 삼성에버랜드에서 분사한 온라인 게임 포털 사이트 게임에버랜드(game.everland.com)가 6월중 공식 문을 연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인터파크도 게임포털 쇼핑몰인 게임파크(game.interpark.com)를 지난 5월에 오픈했다.이외 한국통신하이텔(www.ongamenet.com) 조선일보(game.chosun.com) 데이콤 조이월드(www.joyworld.net) 등도 게임 포탈 시장에 진출했다. 여기에 그동안 게임사업을 해왔던 삼성전자 쌍용정보통신 등도 각각 온라인게임과 게임쇼핑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또 LG소프트와 SKC 게임사업부에서 각각 분사한 한빛소프트와 위자드소프트도 게임 전문포털 사이트를 열고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기업들의 온라인 게임시장 진출에 대해 소규모 전문 게임포털 업체에는 대자본 진출에 따른 위기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기있는 온라인게임을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개발업체들이 대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매출을 늘릴 수도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임리그 / 온라인게임 대중화 ‘일등 공신’인터넷 온라인게임 대중화의 일등 공신은 누굴까. 바로 게임리그다. 인터넷 게임을 어둠침침한 골방에서 환한 세상밖으로 끌어내면서 대중성과 오락성이라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갖게 한 것이다.인터넷 게임리그에는 프로게이머가 있고 구단이 있다. 상금을 놓고 게임을 벌이며, 때가 되면 게이머들은 연봉협상을 하고, 구단간 드래프트도 한다. 오프라인상의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등과 같은 운영이 이뤄진다. 베틀탑의 이성주 홍보팀장은 “사람들은 게임리그를 오프라인상의 프로야구 등과 같은 스포츠로 본다”고 말했다. 야구경기처럼 선수의 행적이나 랭킹에 수시로 관심을 갖고 게임리그를 관전하며, 선수들은 고액의 연봉을 받고 스카우트되고 식음료 가전 등 기업광고가 공식스폰서로 붙는다는 것이다.현재 국내에서 가장 큰 게임리그는 KIGL(코리아 인터넷 게임 리그)과 PKO(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 KIGL은 현재 21개- 구단에 47명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KIGL은 춘하추동 네번의 정규리그를 갖는다. 종목은 남녀 스타크래프트, FIFA2000 3종류. 이 대회는 분기마다 1억원의 상금을 놓고 치열한 경기를 치른다. 리그를 관전하는 인원은 분기말 결선대회의 경우 8백여명이 몰릴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KIGL은 지난 4월부터 신세기통신과 공동으로 전국 52개 지역을 돌며 치르는 ‘itouch배 배틀탑 인터넷 게임리그 전국순회 대회’를 통해 일반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KIGL과 쌍벽을 이루는 게임리그가 PKO다. PKO는 이미 지난해부터 게임리그를 개최해오면서 현재 10개 구단에 50여명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안에 32개 구단으로 늘릴 계획이다. PKO 임영주 사장은 “인터넷 게임리그는 이제 오프라인에서 더 인기가 있다”며, “지난해말 케이블TV 투니버스를 통해 방영됐던 대회는 시청률을 14%나 올렸고, 지난 4월5일 공중파방송 SBS에서 방영됐던 대회는 같은 시간대 다른 방송국에서 방영한 프로야구 시청률(7%대)보다 높았다(10.3%)”고 말했다. 이외에도 골드뱅크가 운영하고 있는 KGL(Korea Game League)이 있고, 넷클럽, 한게임, 트윔넷, 게임에버랜드 등 게임전문업체나 하나로통신 등 통신업체들이 개최하는 이벤트성 리그들이 현재 성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