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 장기간 우세 예상 … 외국계 토종화전략·자금력 앞세워 맹공‘

외국계 할인점은 적어도 수년 내에는 국내 토종 할인점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한국신용정보와 미국계 증권회사 CSFB는 지난해 낸 보고서에서 국내 토종 할인점의 장기간 우세를 점쳤다.과연 그럴까. 최근 들어 ‘토종화 전략’과 자금력 등을 내세운 외국계 할인점의 공략이 어느 때보다 거센지라 이러한 전망은 수정될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업종보다 선·후발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할인점업계 다크호스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E마트 - 상품 발굴·기획 탁월, 타업체 압도국내 최대의 토종 할인점. 현재 전국에 25개 점포망을 구축했으며 2003년까지 37개 점포를 추가로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선두 기업인만큼 상품 발굴 및 유통, PB(Private Brand)상품 ‘E-플러스’ 개발 등에서 다른 업체를 압도한다는 평.백화점이 외면하는 도시 외곽 주거밀집지를 출점 1순위로 꼽고 있으며 올 하반기 중 전국에 8개 점포를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6월1일 문을 연 서울 상봉점은 주변이 대표적인 서민주거지임에도 하루 8억원의 매출을 기록, 업계를 놀라게 했다.2003년 62개 점포의 매출 목표는 3조5천억원. 2배보장제, 교환환불제, 계산착오보상제, 신선도만족책임제 등 소비자 만족 위주의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으며 내부 시설, 상품 구성 등을 백화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롯데 마그넷 - 탄탄한 유통 기반 활용, 1위 도약 포부국내 최대의 유통업체 롯데백화점이 지난 98년부터 전개하는 대형 할인점. 2년여만에 12개 점포를 개점했으며 2003년까지 62개 점포를 개설할 계획이다.현재 시장점유율 8.2%로 업계 5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탄탄한 유통업 기반을 활용, 수년내에 1위업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2003년 총매출 목표는 5조7천억원.지난해 청주, 울산에 진출하면서 지방화를 시작했으며 대한통운이 운영하는 코렉스마트 지방 점포를 인수할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자체 브랜드 ‘마그넷’ 상품은 동급 다른 상품보다 15~30% 저렴하게 판매하며 물류비용을 최소화해 이를 상품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구입액 1만원당 1점을 적립, 사은품이나 혜택을 가족과 사회에 돌려주는 마일리지카드도 인기다.◆ 뉴코아 킴스클럽외국계 할인점에 매각 검토중E마트에 이어 1995년 등장한 토종 할인점. 적극적인 다점포화 전략으로 2년만에 19개 점포를 출점했으며 96년에는 할인점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그러나 과다한 차입경영이 화근이 돼 97년 부도에 이르러 현재 법정관리 중에 있다. 자산 처분조치의 일환으로 3천평 규모의 화정점과 1천7백평 규모의 분당점을 월마트 등 외국계 할인점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또한 이례적으로 연면적 1천평 이상 건물 소유·임차자에게 5년 계약의 프랜차이즈 가맹을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인천점, 평택점 등 5개 점포가 가맹점으로 운영중이다. 가맹점에는 PB상품 공급과 직영 바잉 시스템 등을 지원한다는 조건이다.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올해 매출은 8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까르푸 - 넓은 매장·주차공간 강점96년 순수 외국유통업체로선 처음으로 한국에 진출해 전국에 15개 매장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프랑스계 외국할인업체로 꼽힌다.대부분의 매장이 교통이 편리한 4거리 등 교차로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가족단위 쇼핑에 적합한 넓은 매장과 넉넉한 주차공간이 특징이다.상품 구성면에선 한국 소비자들의 쇼핑스타일을 고려, 신선식품의 비중이 높고, 경쟁업체의 신선식품을 섞어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신선식품 관리에 특별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99년 7천6백억원의 매출로 98년(3천5백억원)에 비해 2백% 이상 높은 실적을 올린 까르푸는 올 하반기에 부산 해운대와 장림동, 전남 순천, 서울 가양 등 수도권에 5개의 매장을 여는 것을 비롯해 앞으로 매년 4~5개의 매장을 오픈하겠다는 전략이다.◆ 월마트 - 슈퍼센터 업태로 신선식품 제공98년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인 마크로를 인수하면서 한국에 진출했다. 아시아에선 중국에 이어 두번째인 셈.진출후 마크로의 회원제를 폐지하고 신선식품 비중을 높인 슈퍼센터로 업태를 바꾸었다.현재 인천, 일산, 분당(남부), 대전, 서울 (강남) 등지에 5개의 매장을 운영중이며, 내년 2월에 대구 시지점을 낼 계획.월마트는 최상의 신선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는 원칙아래, 신선식품의 품질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에겐 2백% 환불보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고객 서비스로는 보호자가 어린이를 잃어버렸을 경우 전직원에게 ‘코드아담’을 발령하면 모든 직원이 하던 일을 멈추고 어린이를 찾아주는 ‘코드아담‘ 서비스가 유명하다.◆ 코스트코홀세일 - 유일한 회원제 창고형 매장 운영국내 유일의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 마크로가 월마트의 슈퍼센터로 바뀌고, 킴스클럽 또한 비회원에게도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회원제의 의미가 변질됐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94년부터 ‘프라이스클럽’이란 이름으로 운영하다 98년6월 코스트코 그룹에 경영권을 완전히 넘겨주었다.현재 1호점인 서울 양평점을 포함해 대전점, 대구점 등 전국에 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 12월에 서울 양재점, 내년 4월에 서울 상봉점을 개점하고, 2003년까지 5개의 매장을 수도권에 열 계획이다. 현재 회원은 일반(골드)회원과 비즈니스 회원을 포함해 25만여명.회원들에게 최상의 품질을 최저가격에 공급하는 것을 영업원칙이자 기업의 존속이유로 삼고 있다. 이를 지키기 위해 도입한 것이 ‘이중보증제’. 구입한 상품에 대해 만족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전액을 환불해 주고, 회원가입후 회원으로 만족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회비를 환불해 주는 시스템이다.◆ 삼성테스코 - 삼성과 합작, 현지화 성공 사례 꼽혀삼성테스코의 ‘홈플러스’는 삼성물산과 영국 최대의 유통업체인 테스코가 20대 80의 비율로 합작해 99년5월 출범했다. 후발주자로 현재 대구와 부산에 2개의 점포만 두고 있지만, 올 1월 현재 점포당 매출이 국내 1백40여개 할인매장중 1, 2위를 차지하는 등 가장 급성장하는 기업이자 현지화에 성공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회사측은 “대표이사 사장(이승한)을 비롯해 인사, 영업전략 등 주요 경영진이 전부 한국인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한국사정에 맞게 매장을 운영하고 삼성의 유통노하우를 접목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올 하반기까지 경기지역에 3개 등 모두 5개 점포를 개설하고, 2005년까지 전국에 55개 이상의 할인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인터뷰 / 정오묵 E마트 상무소비자 요구 읽는 눈이 경쟁력 원천“경쟁업체에선 ‘재래시장과 백화점으로 소비의 장이 나눠져 있는 마당에 무슨 할인점이냐’며 비웃었지요. 하지만 선진국의 유통업계를 돌아보고 국내 시장을 분석해 보니 할인점이 대세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결국 유통업계 판도를 바꿔놓지 않았습니까?”정오묵 RE담당 상무는 93년11월 E마트 창동점의 개점 실무를 맡았던 인물. 신세계백화점이 소유한 서울 도봉구 창동의 2천평 부지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고민하다 할인점이라는 신업태를 시도했다. 연매출 1백50억원을 목표로 출발했던 이 최초의 할인점은 첫해 4백2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목표치보다 2.8배가 넘는 매출을 달성하자 E마트 내부는 물론 유통업계 전체가 깜짝 놀랐다. 이후 국내 할인점 시장은 해마다 급성장을 거듭했다.“대만의 경우 86년 유통시장 개방후 외국계 할인점이 먼저 뿌리를 내렸습니다. 지금도 대만 토종 할인점은 기를 펴지 못하고 있어요. 반면 우리나라는 E마트가 시장을 선점하면서 후발 외국계 할인점이 고전하고 있지요. 소비자의 요구를 읽어내는 눈, 단련된 유통 인력이 E마트 힘의 원천입니다.”정상무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할인점들의 가장 큰 맹점이 ‘소비자 요구에 둔감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E마트는 ‘한국 소비자가 원하는 할인점 환경’을 잘 알고 있다는 자랑이다.“고객이 장보기 쉽고 직원이 관리하기 쉬운 할인점은 성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간의 노하우와 자신감으로 앞으로의 할인점시장에서도 선두를 지킬 겁니다. 두고 보세요.”★ 인터뷰 / 이봉진 한국까르푸 이사현지화 위한 지역밀착서비스로 승부“지난 4년은 한국시장을 제대로 평가하고, 현지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성공을 위해 밑거름을 붓고 다진 기간이었던 셈이죠.”한국까르푸 상품구매본부 이봉진이사는 “아직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올해부터가 까르푸의 본격 성장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까르푸가 상품판매 외에 요즘 부쩍 신경을 쓰고 있는 분야는 현지화를 위한 지역밀착서비스. 현재 거의 전점포에서 요리교실과 주부영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보통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저희는 매장에서 직접 무료로 운영을 하기 때문에 반응이 좋습니다. 특히 제과·제빵 및 초밥만들기 등으로 짜여진 요리교실은 일체의 원료비 부담없이 매장에서 직접 만들고, 또 만든 요리는 집에 가지고 갈 수도 있다는 이점 때문에 항상 인기죠.”이와 함께 대외 이미지 개선작업도 한국까르푸가 현재 강화하고 있는 분야중의 하나다. “사실 저희가 그동안 폐쇄적으로 비쳤던 이유중의 하나는 너무 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비자들에게 질좋은 상품을 값싸게 공급한다는 원칙 외에 언론노출이나 광고, 다른 유통업체와의 관계 등엔 소홀했던 게 사실이죠.”이이사는 그러나 “까르푸가 한국유통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선진유통기술의 공유 등 대외적인 관계와 협조에도 좀더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