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자제품 DVR 기술 확보 … 중국 전력선 통신사업 진출, 인지도 높여

휴가철 온가족이 동해안으로 피서를 떠난 사이 도둑이 들었다. 신나게 휴가를 즐기고 있던 집주인은 자신의 IMT-2000 단말기를 통해 빈집이 털리고 있는 장면을 보고 곧바로 경찰서에 신고한다. 이어 경찰이 현장에 즉각 출동, 범인을 체포한다.이것은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는 아주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일은 아니다. 촬영한 영상을 ‘있는 그대로’ ‘멀리까지’ 보낼 수 있는 기술만 있으면 간단한 일이다. 영상을 압축해서 멀리까지 보내는 기술, 바로 이 솔루션을 개발해 세계 영상보안시장을 공략하는 벤처기업이 있다. 3R(대표 장성익)가 바로 그 회사다.◆ 디지털 비디오 레코드 시스템 세계 수출지난 96년10월 설립된 3R는 디지털영상 보안감시 시스템 연구 개발에 주력해오다 설립 4년여만인 올해초 디지털 비디오 레코드(DVR) 시스템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 회사가 개발한 DVR는 은행 기업 등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촬영된 화면을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해주는 시스템이다.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보안시스템은 비디오테이프에 영상을 녹화하는 방식. 따라서 여러번 녹화를 하면 화질이 떨어지고 재생시 처음부터 일일이 화면을 검색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또 카메라 한 대당 모니터 한 대씩을 설치해야 한다.하지만 3R의 제품은 비디오 테이프가 아닌 컴퓨터 하드웨어에 화상데이터를 저장한다. 그만큼 많은 양을 담을 수 있다. 또 모니터 한 대로 여러 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그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디지털 방식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보낼 수 있어 외부에서도 CCTV를 모니터할 수 있다. 화상 압축률을 최적화함으로써 화질 또한 뛰어나 화면에 나타난 사람을 뚜렷이 식별할 수 있다.이 회사의 기술은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홍콩 중국 등에서도 인기가 높다. 전체 판매량중 80%가 해외로 수출된다. 세계 최초로 DVR를 개발한 일본 이케가미(IKEGAMI)사도 3R의 제품을 주문할 정도다. 일본 도드웰사에 15억엔(한화 1백50억원), 중국 JOIN사에 약 13억원어치의 물량을 공급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소니 파나소닉 필립스 등 유명 브랜드의 제품보다도 비싼 가격에 팔리는 이 제품은 지난해 뉴욕국제보안시스템 전시회에서 최우수 제품으로 선정됐다.이 회사의 영상압축 전송기술은 보안감시시스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e-비즈니스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사이버쇼핑몰 등에서 3R 기술을 이용할 경우 제품 및 서비스의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고 화상채팅 화상회의시에도 이 기술로 양질의 화면을 전송할 수 있다.◆ 네트워킹 분야도 진출 추진3R는 이런 장점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 최근 한솔 MBC미디어텍 등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뒤 인터넷 사업분야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3R는 인터넷상에서 방송 등 동영상을 빠르고 고화질로 즐길 수 있도록 고품질의 영상압축 기술을 개발, 지원하게 된다.디지털방송과 위성방송 역시 DVR 솔루션과 결합되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회사측은 자신한다. 특히 디지털방송의 경우 현재 개발중인 ‘PC용 디지털방송 수신카드’를 이용하면 고가의 디지털TV를 구입하지 않고도 PC로 디지털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된다.최근 3R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중국 전력선 통신(PLC)사업 진출건이다.현재 인터넷통신망으로는 주로 전화선이나 전용선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통신인프라가 부족한 중국의 경우 전화선망조차 설치돼 있지 않은 지역이 많다. 인터넷 활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결국 전용선을 깔거나 전화선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많은 경비와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3R는 중국의 이같은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해줄수 있는 ‘전력선통신’이라는 제3의 대안을 찾아냈다. 중국 전역에 이미 가설돼 있는 기존 전력선을 통신선으로 이용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선 전력선 중 저압선을 활용, 배전자동화와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는 운영시스템 및 각종 장비가 필요하다. 이 회사는 중국의 국가전력부 산하 중국전력과학연구원, 다롄보세구유망전력전자유한공사와 전력선통신 기술을 공동 개발키로 한 것이다.올해말까지 전력선통신 시범지구를 운영해본 뒤 기술을 보완해나가 2004년 전력선을 이용한 차세대 인터넷망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3R는 약 50조원에 달하는 중국 전력선 통신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된다.올해 이 회사는 DVR에서 2백억원의 매출과 함께 인터넷관련 화상장비, ADSL장비분야 등에서도 5백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또 앞으로 있을 영상보안 시장과 중국 등지에서의 통신인프라 구축에 따른 폭발적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유치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코스닥 심사에 통과한 이 회사는 7월 일반공모를 거쳐 코스닥시장에 등록할 예정이다.3R는 앞으로 네트워킹 분야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영상압축전송기술을 혁신, 영상정보를 네트워크를 통해 더욱 빠르고 선명하게 전세계로 보낸다는 전략이다. 이밖에도 영상자동추적장치, 3차원 정보단말기, 지문인식 다이얼링시스템 등의 개발에도 주력할 방침이다.이임광 기자 LLKHKB@hankyung.com★ 인터뷰 / “세계 영상정보통신 혁명 자신”장성익(34) 사장은 회사이름인 ‘3R’를 ‘Research(연구), Rapidity(신속), Revolution(혁명)’이라고 풀이한다. 지난 96년 창업할 당시에도 회사 이름은 3R였다. 하지만 의미는 지금과 달랐다. ‘Research의 연속’을 뜻했다.“창업당시엔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는 것만이 벤처정신의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연구를 바탕으로 세계 영상정보통신의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인 장사장은 영상통신분야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학자출신 사업가다.대학원 시절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다니며 촬영할 수 있는 ‘영상움직임 감시 전용칩’을 개발, 논문을 써 주목을 받았다. 교수님들이 모아준 2억8천만원을 들고 장사장은 19명의 동료들과 고시촌이 밀집한 봉천동의 한 허름한 건물에서 회사를 차렸다. 불과 3~4년만에 자본금 84억원에 1백여명의 직원을 둔 사장으로 변신하기는 했지만 장사장 역시 대부분의 벤처기업가들의 추억처럼 라면을 끓여먹고 야전침대에서 새우잠을 자며 연구개발에 몰두했다.97년말 제품개발에 성공하고도 IMF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빈털터리가 됐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한 장사장은 연구실에서 뛰쳐나와 시장조사와 판로 개척에 나섰다.고가의 디지털TV를 대신할 PC용 디지털방송수신카드 개발이나 전력선을 이용한 통신선사업 추진 등은 우연한 성과가 아니다. ‘쓸모있는 기술’과 ‘팔릴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장사장의 깨달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3R는 언제까지나 벤처일 수는 없습니다. 그 정신은 그대로 가져가되 세계시장에서 당당하게 날개를 펴는 초일류 영상정보통신기업으로 키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