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등 정부·재계 대북사업 적극 추진 … 투자보장협정 등 제도보완 시급

'이제는 대북비즈니스다.’ 김대중 대통령의 역사적인 북한방문 및 성공적인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경제계는 ‘북한특수’가 일 것으로 보고 그동안 준비해온 대북프로젝트가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경제계는 무엇보다 철도·도로·항만 등 북한 사회간접자본(SOC)의 확충이 시급하기 때문에 SOC 관련 업체의 발걸음이 가장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도 경협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과 더불어 실천가능한 사업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아래, 철도망 과 도로망 구축 등 SOC 관련 사업과 임진강수해방지 사업을 가장 우선적인 협력사업으로 고려하고 있다. 업체들 중에서는 현대, 삼성, LG 등 이미 북한투자를 해오고 있는 일부 기업들 외에 정보·통신(IT) 분야 벤처기업 및 중소 전자업체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북비즈니스 주도권을 잡기 위한 대기업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임진강 수해방지사업임진강 수해방지사업은 착수시점이 가장 빠른 사업, 즉 ‘남북협력 1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해 8월 정부가 만성적인 경기북부의 수해방지를 위해 북한측에 남북협력을 공식 제의한 적이 있고 북한측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임진강은 유역면적 8천1백17㎢중 5천1백8㎢가 북한지역일 뿐 아니라 강의 총길이 2백54.6㎞중 92㎞만이 남측에 위치해 있다. 이같은 지리적 위치를 감안할 경우 남한 단독의 수해방지 대책은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 상류지역인 북측지역에 대한 수방대책 없이는 임진강 하류지역인 경기도 파주, 문산, 연천, 동두천 등의 침수는 불가피한 상태라는 것이다. 북한도 개성 등 임진강 유역 농경지 등이 여러 차례 수해를 겪었다. 더욱이 남북한 모두 눈앞에 닥친 올 여름철 홍수문제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남북한이 이번 정상회담 성과를 이용해 어떤 형태로든 임진강 수해방지를 위한 공동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OC사업철도망 및 도로망 복구 및 신설사업이 가장 시급하다. 철도망 중에서는 경의선(서울-신의주), 경원선(서울-원산), 금강산선(서울-금강산)의 단절구간 복구가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정부는 이중 경의선 남측 단절구간과 북측 구간을 연결하는 사업은 철도의 실시설계를 이미 끝냈고, 내년쯤 1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복구작업을 위한 용지(5만5천6백80평) 보상에 착수할 방침. 정부는 X자 형태의 한반도 종단 고속철도망 형성을 위해 부산-서울-평양-신의주, 목포-서울-원산-청진-나진을 축으로 하는 고속철도를 건설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유라시아 대륙연계 철도망도 구축한다는 장기계획도 세워놓고 있다.한편 현대아산도 남북간 철도 미연결구간 255.5㎞를 잇는 장단기 철도복구 사업 계획안을 통해 경의선 미연결구간(20㎞)은 1년7개월, 경원선(31㎞)은 2년, 금강산선(72㎞)은 1년7 개월, 동해북부선(강릉∼온정리간 132.5㎞)은 5년의 기간이 각각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도로망은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국도 1호선을 비롯해 국도 3호선(철원-평강), 국도 5호선(화천-평강), 국도 7호선(간성-장진) 등 단절구간에 대한 복구작업이 이미 진행중이다. 도로망은 목포-인천-남포-신의주를 잇는 남북 1축을 비롯해 남북횡단 7개축을 중심으로 우선 단절된 국도노선을 남측구간부터 복원한 뒤 북한지역까지 연장, 복원한다는 방침이다.해운·항만의 경우 정부는 남북교류 활성화를 배후지원하고 통일에 대비한 남북항로 운영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새로운 항로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 또 북한 서해안공단 조성에 대비해 북한의 주요 항만개발계획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에너지우리측 경제인들은 이번 방북기간중 북한측 인사들로부터 “에너지가 없다”는 말을 자주 접했다고 한다. 그들이 그만큼 솔직해진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시급한 문제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산업자원부는 북측의 에너지난을 덜어주기 위해 발전소건설 등 전력사업과 무연탄지원, 석유·가스 공동개발 등 사업구상에 들어갔다. 석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북한의 실정을 감안, 무연탄의 수송대책도 검토중이다. 이와 함께 한국전력은 남·북한간 송전망을 연결, 한국의 잉여전력을 북한에 송전하는 방안과 더불어 현대건설과 공동으로 평양인근에 10만~20만kW급 화력발전소 2기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림분야식량과 비료지원, 종자와 농약공급 등 정상회담 후 가장 활발한 남북경협이 이뤄질 분야중의 하나다. 이는 북한이 현재 한창 농번기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농림부는 이미 올해 20만t 으로 계획한 비료지원 물량을 최고 60만t 까지 늘리고, 북한에 만연된 구제역과 솔잎흑파리 방제를 위한 농약공급 등에 당장 착수할 방침이다. 농림부는 또 북한의 낙후된 농업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토질개량, 농지정리, 농작물 품질개량 등 장단기 전략을 세우면서 관련 실태파악을 위한 전문가들의 방북도 추진할 계획이다. 황폐화된 북한의 산림을 복원하기 위한 조림사업도 농림부 중요 사업분야중의 하나다.● 정보통신·벤처북한 민간단체들과 기술분야 협력을 통해 공동 사업에 나선다는 계획 아래 구체적인 작업준비에 일제히 돌입했다. 메디슨은 평양에 의료기기 생산 공장을 설립할 계획. 메디슨은 연내 5백만달러를 투자하고 연간 5천만개 규모의 주사기 생산공장을 설립할 방침이다. 이민화 메디슨 회장은 이를 위해 이미 지난 5월13~16일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 협상을 가졌다.KTB 네트워크는 6월말이나 7월초께 남북 경협팀을 구성하고, 북한과의 경제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 현재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대북 사업을 위한 사업모델을 개발중에 있으며,북한의 소프트웨어 개발사업자와 합작 사업을 구상중에 있다. KTB는 이를 위해 자사의 임원진들을 중심으로 북경과 평양을 차례로 방문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네이버는 지난 4월 베이징에서 북한조선컴퓨터센터와 공동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는 삼성측에 북한과의 검색엔진 공동개발에 관한 사업 타당성 여부를 검증해 달라고 의뢰해둔 상태이며, 한컴은 북한의 컴퓨터 사업자인 창덕 등과 함께 공동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하고, 국어학회 등 민간 단체들과 함께 통일어 사전을 개발하는데 참여할 예정이다. 이밖에 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 터보테크 등도 북한진출을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조립대기업중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소기업 중에서는 모니터 생산업체인 IMRI가 가장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조선컴퓨터센터와 함께 소프트웨어 개발에 들어갔으며, LG는 컬러TV 합영공장 설립, 비무장지대에 국제물류센터건립 등 기존에 세운 사업계획을 보다 구체화시키기로 했다.이밖에 삼홍사, 캐드컴, 기라정보통신 등 10개 중소전자업체가 최근 북한당국으로부터 방북초청장을 받아 6월20일 쯤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 북한측은 평양 대동강 공장에서의 전자부품 임가공 사업을 성공적인 남북경협 모델로 평가, 그 규모를 늘리기 위해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전자업체들은 이번 방북에서 북한에 진출한 삼성, LG전자의 TV조립공장에서 필요로 하는 부품을 현지에서 직접 공급할 수 있도록 부품생산규모와 수를 늘리는 한편 공동물류기지 건설도 추진할 계획이다.● 제도적 장치마련 및 재원조달가장 시급한 것이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이다. 정부는 남북경제협력을 호혜적인 입장에서 상호주의, 점진주의를 적용한다는 원칙 아래 청산결제,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등 제도적 인프라에 대한 우리측 방안을 마련, 북측에 제시할 계획이다. 남북은 이미 지난 92년 체결된 ‘교류·협력합의서’에서 “남과 북은 경제교류와 협력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분쟁조정절차 등에 대해선 쌍방이 합의하여 정한다”라고 합의한 바 있다. 정부는 우선 이 기본합의서를 하나씩 실천해 나가면서 북한투자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 다른 제도적 장치들도 마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재원으로는 정부가 조성한 남북협력기금 5천3백여억원 외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7천억원, 국제협력단 기금 4백억원 등이 있다. 그러나 대외경제협력기금이나 국제협력단 기금은 개발도상국을 돕기로 명문화한 자금의 성격상 북한을 돕기는 어려운 실정. 따라서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을 1조원으로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일본의 공적개발원조(ODA),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를 통한 자금조달 방안을 강구중이다. 이와 함께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국제금융기법도 자금확보 방안으로 추천되고 있다.★ 방북기업인 '북한경제 리포트'북 S/W 상당수준 … 디지털합작 부푼꿈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방북 길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대한무역협회(무협),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중기협) 등 경제 3단체 관계자를 비롯해 현대아산의 정몽헌 이사,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LG그룹 구본무 회장 등 국내 경제인 10명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왔다.이들은 방북기간중 정운업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회장을 비롯해 박동근 조국통일연구원 참사, 정명선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참사, 박세현 조선컴퓨터센터 총사장 등 북한측 경제관련 인사들과 만나 남북경협에 대한 양측의 관심사를 주고받으며 경협의지를 다진 것으로 밝혀졌다.15일 저녁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경협활성화를 위해 ‘남북경제공동위원회’ 구성을 제안해 북한측의 동의를 이끌어 냈다”며 “경제협력 및 활성화를 위한 북한측의 적극적인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손부회장은 그러나 “북한측 인사들은 경제협력이 단순히 남측이 어려운 북한을 도와준다는 식의 ‘지원’개념이 아니라 경제공동체로서의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서로 보완하고 협력한다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북한 경제관계자들과의 회담에서 우리 경제인들이 제기한 대북경협의 선결요건은 주로 투자보장, 이중과세, 신분보장 등 제도적 문제점들. 이는 남북경제협력을 총괄하고 있는 정운업 민경련 회장이 “남북 경제교류 및 협력에 대한 애로점이나 좋은 구상이 있으면 무엇이든 솔직하게 말해달라”는 요청에 의해 이루어졌다. 우리측의 ‘불만’에 대한 북측의 대답은 남북경협이 ‘순항’할 것임을 예고하는 부분. 정운업 회장은 “(투자보장, 이중과세, 신분보장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남북기본합의서’가 92년에 이미 체결됐는데도 아직 실천은 안되고 있다”며 “남북경협에 걸림돌이 있다면 하루빨리 제거해야 할 것”이라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우리 경제인들이 북한에서 둘러본 경제현장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조선컴퓨터센터. 관계자들은 “상당수준의 소프트웨어 실력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는 곧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남북이 협력할 경우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북한과 소프트웨어 공동개발사업을 진행중이고, 중소모니터제조업체인 IMRI는 북한이 만든 동영상프로그램의 상품화를 추진중이다.한편 전경련은 이번 방북을 계기로 민간기업의 조정자 및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계획. 또 중기협은 오는 8~9월쯤 50여명의 중소기업인들로 대북투자단을 구성, 방북길에 오르기로 했다. 이밖에 현대의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6월28일 북한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을 가지기로 하는 등 국내기업인의 북한방문이 줄을 이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