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출산인구 60만명 이상... '임신부터요람까지' 산모ㆍ유아용품ㆍe-비즈 등 성업

‘65만명 이상’. 해마다 우리나라에서 “응애 응애”하며 태어나는 신생아 숫자다. 바꿔 말하면 매년 적어도 60여만명의 여성들이 임신 또는 출산을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임산부와 신생아를 겨냥한 출산관련 서비스들도 덩달아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의류·용품사업부터 출산관련 인터넷포털사이트 등 e-비즈니스까지 다양하다. 산후조리원도 소규모 창업자를 중심으로 급속히 늘어 성업중이다.태아를 대상으로 한 보험상품도 나왔다. 대한생명의 어린이전용 인터넷상품 ‘아이콜 어린이보장보험’이 그 예다.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므로 보험료도 월 1만원 내외로 저렴하다. 유아들의 각종 재해, 유괴나 납치 등까지 보장하는 이 보험은 임신 4개월 이상의 태아도 가입할 수 있다. 삼성생명 `뉴-어린이 닥터보험’도 역시 태아까지 대상을 넓힌 상품이다.산부인과를 비롯한 의료기관 역시 기존의 진료, 분만 등의 단순한 의료행위 차원을 넘어 보다 많은 산모를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형 산부인과의원을 중심으로 ‘24시간 진료’ 등을 비롯해 차별화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원격진료도 선보였다. 확장일로중인 출산관련 비즈니스를 짚어봤다.◆ 의류·용품가장 대표적인 유아복이나 용품의 경우 업계에서는 시장규모를 약 7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출산준비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천억원 정도. 그러나 올들어서는 새천년에 출산을 하려는 붐이 인데다 소득이 나아지면서 전년 대비 15~20% 정도 매출이 늘었다는 것이 업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그만큼 시장상황이 좋아졌다는 뜻이다.때문에 새로 태어나는 ‘베이비고객’을 잡기 위해 기존 유아용품 업체들은 물론 백화점, 할인점마다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사 상품본부 민성욱 바이어는 “아가방, 베비라, 해피랜드 등 국내 출산 및 유아전문 브랜드 10여개와 쇼콜라, 엘르뿌뽕 등 4개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국내 브랜드는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확보하는 한편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도 고감도 전략으로 고급 시장을 차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할인점도 마찬가지다. 신세계 이마트 가양점 송성진 판매담당자는 “출산을 앞둔 주부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특히 분유, 기저기 등 소모용품들에서 전월에 비해 5% 이상씩 매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기존 출산·유아용품 외에 디지털 체온계처럼 편의성을 더하거나 첨단기술을 이용한 아이디어 상품도 인기다. 대양이앤씨가 개발한 태교용 태담시스템 ‘아가소리’가 대표적인 아이디어 상품. 미국으로 1천5만달러어치나 수출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부모가 태아의 심장박동이나 움직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태아에게 부모의 목소리를 들려 줄 수도 있다. 다송이 개발한 ‘태교음악 복대’ 도 인기다. 복대내에 스피커를 부착, 태아에게 음악을 들려준다. 출생후에도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처럼 느끼도록 심장박동 소리가 삽입돼 있다. 모터로 작동돼 힘들이지 않고 젖을 짤 수 있는 전동유축기를 비롯해 마사지 기능까지 갖춘 유축기도 나왔다.◆ 산후조리원최근 선보인 출산관련 비즈니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업종이다. 산모와 신생아를 돌봐주는 산후조리원은 지난 98년을 전후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2백70여개(99년9월 기준)가 성업중인 것으로 파악될 정도다. 이들은 체인점 형태로 전국으로 영업망을 넓히고 있다. 사임당산후조리원, 엄마손산후조리원, M&B산후조리원 등 이미 전국적인 체인망을 구축한 업체만도 10여 곳이 넘는다.산후조리원이 이처럼 빠른 기간에 대중적인 출산서비스업으로 자리잡게 된데는 핵가족화와 개인주의의 영향이 크다. 2주에 90만원 정도의 비싼 비용에도 산모가족들이 떠안는 어려움과 번거로움을 감안하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둘째 아이를 낳고 U산후조리원에 들어간 서울 방화동에 사는 김지영(30, 교사)씨는 “시댁이나 친정에 부담을 덜어줄 뿐 아니라 같은 처지인 다른 산모들과 대화할 수 있어 산후우울증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산후조리원이 인기를 끌면서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원룸형태에 첨단시설을 갖추거나 산모를 위한 프로그램마련 등 서비스 차별화로 ‘산모모시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국 40곳에 체인망을 구축한 사임당산후조리원의 경우 산모들의 미용을 위해 피부마사지, 요가수련 등 산모교육은 물론 영양식까지 제공한다. 엄마손산후조리원도 출산후 흐트러진 몸매를 관리하는 체형교실, 산후호흡법, 육아상식교실, 꽃꽂이, 아기이름 짓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다.한편 산후조리원이 짧은 기간에 인기를 끌고 산모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개선돼야 할 점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내용은 산후조리원의 법적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업소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점. 보통 2주에 90만∼1백만원대이지만 업체, 지역마다 가격이 다르다. 게다가 산후조리원마다 서비스의 질도 달라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다. 의료행위가 일절 금지돼 있는데다 단속이나 점검을 하는 기관이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이처럼 법적기준이 마련되지 않은데 따른 문제점들이 불거지자 보건복지부는 산후조리원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보건복지부 여성보건복지과 김선옥 사무관은 “산후조리원 문제를 보건사업진흥을 위한 연구과제로 선정해 시설, 규모, 관리자 자격 등 면밀한 검토를 거쳐 내년안에 산후조리원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김사무관은 또 “일본의 경우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후원으로 조산서비스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선진국의 출산서비스를 모델링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산 e-비즈니스임신, 출산, 육아 등의 궁금증을 인터넷에서 해결하는 네티즌 산모들이 급속히 늘면서 이와 관련한 사이트들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이러한 출산관련 사이트들은 단순히 정보습득 차원을 넘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히 처음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로부터 반응이 좋다. 서울 성산동에 사는 임신 4개월째인 장정실(26)씨는 “육아 홈페이지를 통해 산부인과 의사와 상담을 하며, 전문의의 답변이 홈페이지에 올라오면 그것을 참고해 몸관리를 한다”고 말했다.현재 개설된 주요 출산관련 포털사이트들로는 아가방, 해피랜드 등 오프라인 출산·유아용품업체들이 마련한 사이트와 전문 인터넷업체들의 사이트가 경쟁중이다.아가방(www.agabang.co.kr)의 경우 회원이 직접 아기 사진과 임신, 출산, 육아에 관한 생생한 체험담으로 홈페이지를 꾸밀 수 있도록 했다. 산모 개개인의 임신 개월수에 맞는 맞춤정보를 제공한다. 지역별 동호회 같은 커뮤니티도 있다.해피랜드(www.happyland.co.kr)는 전문 산부인과 의사 7명과 계약을 체결해 사이버 공간에서 산모 대상 강좌를 연다. 기간별 태교 방법, 신생아의 특징 등 임신 출산에 관한 다양한 콘텐츠가 포함돼 있다. 태교음악 MP3도 내려받을 수 있다.출산·유아관련 전문 인터넷업체인 피플넷 커뮤니케이션즈의 베이비홈(www. babyhome.co.kr)은 총 1만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임신·출산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갖췄다. 이 회사의 인터넷 사업부 김홍진 부장은 “앞으로 오프라인 출산 육아 전문업체와 제휴, 전자상거래를 더욱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보제공+쇼핑몰 … 수익 창출(주)생스넷의 생스맘(www.thanksmom.co.kr)은 임신부터 출산, 육아 등 아기와 엄마, 가족을 위한 전문쇼핑몰로서 분유, 기저귀에서 장난감, 교육 보조용품 등 2천여 제품과 이사, 백일, 돌, 연회, 사진, 인테리어, 반찬 등 다양한 서비스 상품을 판매한다. 엄마들의 사이버 동호회 모임과 아나바다 장터도 운영한다.임신, 출산, 육아에 관한 알짜 정보를 얻고 이용자들끼리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친분도 나눌 수 있는 사이버 공간도 있다. 베베하우스(www.bebehouse.com)는 임신, 육아와 관련해 격려나 조언을 해주는 동료를 사이버상에서 만날 수 있다. 다른 엄마, 아빠의 육아방식을 엿볼 수 있다. 임신부와 육아용품을 직접 사용해본 경험담을 듣고 육아용품의 구입시기와 방법을 알 수 있다. 육아용품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쇼핑몰 기능도 갖췄다.이들 사이트들은 대체로 무료정보제공 서비스에서 쇼핑몰 구축으로 수익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출산 유아 정보서비스에 집중해온 베베타운(www.bebetown.com)의 경우 최근 ‘베베샵’이라는 쇼핑몰을 연 뒤로 회원수가 급증했다. 쇼핑몰사업부 이상윤 실장은 “회원들의 ‘원스톱 쇼핑’욕구와 수익창출을 위해 쇼핑몰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게 됐다”며 “그 결과 5만명 정도의 회원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말했다.임부가 가정에서 태아의 건강상태를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선보였다. (주)네오드(www.neode.co.kr)가 개발한 태아 건강진단 원격진료 시스템이다. “가정에서 태아의 신호를 전화망 등을 통해 네오드의 원격진료센터의 서버로 보내면 이 데이터를 산부인과 전문의사가 분석해 인터넷이나 휴대폰 메일서비스 등으로 산모에게 결과를 통보한다”는 게 박재영 전략기획팀장의 말이다. 월 4만원에 단말기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7월말 시범서비스를 거쳐 11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병원들도 출산관련 e-비즈니스로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여성전문 미즈메디병원은 메디칼 솔루션회사인 유니온헬스와 제휴, 태어나는 모든 신생아에게 무료로 홈페이지를 제작해주고 e-메일도 제공한다. 신생아 홈페이지에는 아이가 처음 터뜨린 울음소리와 디지털카메라로 녹화한 동영상을 담는다. e-메일을 통해 아기의 성장과정에 따라 예방접종 등의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기념일에는 축하 메일을 보내주기도 한다.이임광 기자 LLKHKB@hankyung.com◆ 인터뷰 / 조강현 사업부장조강현 아가방 엘르뿌뽕 사업부 부장“가격보다는 기능·디자인에 민감”“출산용품이 생필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시장도 확대되고, 그에 따른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아가방 엘르뿌뽕사업부 조강현 부장의 말이다. 조부장이 새로운 흐름으로 가장 먼저 꼽는 것은 구매성향의 변화. 기존 유아용품 전문점이나 백화점보다는 최근 2~3년 사이에 급부상한 할인점으로 시장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소비자들의 니즈가 평범한 것을 탈피해 개성화와 트렌드 상품을 추구하면서 출산 준비물도 패션개념이 생긴 것이 최근의 특징이다. “지금까지 파스텔색상 일변도에서 트렌드컬러 상품으로 전이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는게 조부장의 말이다. 출산·유아용품도 유행을 탄다는 설명이다.단순 기능에서 다기능 상품으로 발전하면서 출산준비물의 가격이 올라도 상관하지 않고 구입하는 것도 두드러진 현상이다. “1만~2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었던 체온계가 귀속형 체온계같은 편리한 제품이 나오면서 7만원대의 고가에도 판매가 늘어났고, 7천~8천원 짜리 수동 유축기도 실리콘소재 등 고급스런 자동 유축기가 나오면서 3만~4만원대로 소비자군이 이동했다”는 것이다.환경호르몬 문제가 불거진 후로 젖병도 3천~4천원 대보다 7천원대 상품이 잘 팔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 조부장의 말이다. 기능이나 디자인이 자신의 취향과 맞으면 가격에는 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