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등진 배우자나 아버지 또는 어머니로부터 자신의 생일날 선물을 받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아니면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증조, 고조 할아버지를 가상의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면?‘납량특집’ 같은 황당한 얘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터넷이란 새로운 매체를 활용한다면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 이 가능성을 현실화하고 있는 정보기술업체가 있어서 화제다. 8월말 오픈예정으로 인터넷에 ‘사이버묘지(www.cybertomb.co.kr)’ 사이트를 구축하고 있는 폴리네트정보기술 박휘근 사장(30)이 그 주인공.“산 자와 죽은 자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완화하고자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좀더 현실적으로는 점점 줄어드는 묘지난을 피해 후손들이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장소’를 사이버상에 만들자는 것이고요. 무덤만 만들어놓고 나 몰라라 한다거나 기껏해야 1년에 한 두 번 찾는 물리적 공간의 무덤보다는 원할 때 언제든지 찾아보고, 멀리 있는 가족끼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가상의 무덤이 훨씬 더 효율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유교의 조상숭배 문화에 젖어 있는 나이든 세대들에겐 ‘고얀’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인 문제와 미래사회의 변화를 고려해 사이버묘지 가능성에 대한 박사장의 신념은 갓 30세에 접어든 젊은이답지 않게 확고하다. 박사장은 이미 이를 위해 2개의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특허신청까지 해놓은 상태. 타임캡슐과 평생선물시스템이 그 두가지다.“타임캡슐은 고인이 지정한 시기에 고인이 맡긴 유품을 후손들에게 공개하는 것이고, 평생선물시스템은 고인이 된 배우자나 아버지, 어머니가 상대방이나 자식들에게 기념일마다 선물과 편지 등을 전달하도록 한 시스템입니다. 물론 고인이 미리 일정액의 돈을 은행 등 관련 금융기관에 예치를 해둬야 하고, 생전의 사진 등을 활용해 자신의 홈페이지도 만들 수 있죠.”◆ 영화 <편지 designtimesp=20091> 감동 인터넷으로 재현고인이 살아 있는 가족을 위해 서비스를 한다는 것이 다른 묘지관련 사이트들과 다르다고 강조하는 박사장은 이 사이트를 묘지 및 장례관련 포털사이트로 키울 예정. 사이트에 접속하기만 하면 장례식, 장례용품 마련, 부음전달 등 모든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좀더 궁극적으로는 이 사이트를 활용해 사회공헌 활동을 하자는 것이 박사장의 보다 큰 목표다.“이 사이트를 통해 수익을 낼 생각은 없습니다. 우선은 심각해지고 있는 ‘국토의 묘지화’를 피하기 위해 관련단체와 연계해 화장을 권유하는 대신 사이버묘지를 만들게 하는 것을 비롯해 말기암 등 시한부 환자들에게 무료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홈페이지를 제작해 주는 활동, 장기기증운동 등을 펼칠 계획입니다.”박사장은 감리교신학대학 종교철학과를 1년만에 중퇴하고 용산전자상가에서 리어카를 끌며 컴퓨터조립 및 유통업계를 밑바닥부터 체험해온 특이한 이력의 정보통신맨. 97년 설립한 폴리네트정보기술은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의 컴퓨터 생산업체로, 현재 전량을 현주컴퓨터에 납품하고 있으며 지난해 20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다.박사장은 “기술력을 겸비한 작지만 탄탄한 회사라는 이미지와 더불어 사이버묘지 사이트를 통해 수십년, 수백년간 지속하는 장기존속 회사로서의 이미지를 가꾸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