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갑숙 성체험서 1백만부 팔려 … 출판사 생존과 직결,너도나도 ‘표현의 한계’줄타기 시도

최근 출판계는 '생존'을 위해 '화끈한' 성 관련 서적 출간에 열을 올리고 있다.‘너희는 논쟁하라. 난 책을 팔테니….’‘문화사업을한다’는자부심으로 똘똘뭉쳐 있던 출판사들이 변했다. IMF 위기를힘겹게 지나오면서부터다. 이제 화두는 ‘문화’가아니라 ‘생존’. 살아 남기 위해, 수익 창출을 위해 ‘화끈한’ 성 관련서적출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죽했으면 김영사가 김희선 누드집에 손을 댔겠냐”는 한 출판인의 말처럼 ‘성’과 ‘섹스’는 이미 출판계의 키워드화하고 있다.◆ ‘성’ ‘섹스’ 출판계 키워드로실제로우리 출판계에서 ‘성’과 ‘섹스’는가공할 위력을 보여왔다. 특히 유명인이얽힌 경우 그 효과는 상상밖으로 배가(倍加)됐다.사회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출판물은 거의 모두 ‘성 표현’이 쟁점이었다.1975년 최초의 음란물 시비를 일으킨 염재만의 소설 <반노 designtimesp=20136>에서 95년 마광수 교수의소설<즐거운 사라 designtimesp=20137>, 97년 장정일의 소설<내게 거짓말을 해 봐 designtimesp=20138>, 99년 10월 탤런트서갑숙의 에세이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주인공이고 싶다 designtimesp=20139>, 지난 7월 이현세의만화 <천국의 신화 designtimesp=20140>에 이르기까지 성 표현의한계를 둘러싼 논쟁은 사회 전체를 달구었다.이를 두고 ‘성의 교묘한 상품화’ ‘솔직한 성담론’ 등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분명한 것은 논쟁이 일어날수록 이들출판물은 ‘메가톤급 베스트셀러’가 된다는것이다. 지난해 10월 발간된 서갑숙의<나도 때론… designtimesp=20143>은 두달만에 1백만부가 팔린것으로알려졌고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 designtimesp=20144>는절판상태임에도 찾는 소비자가 줄을잇고 있다.그만큼 ‘성’을 중심에 둔 저작물은 독자의비상한 관심을 끌고 이는 곧 판매량으로 직결된다. 출판사들이 ‘성’ ‘섹스’에 집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인 셈이다.◆ “성의 교묘한 상품화” 비난도 거세<핫섹스(HOTSEX) designtimesp=20150> <러브타임머신-미녀체험기 designtimesp=20151> <드림섹스 designtimesp=20152> <해피섹스 designtimesp=20153>….시골버스터미널 가판대나 교외 트럭에서파는3류불법 간행물의 제목이 아니다.대형서점과인터넷 서점을 통해 팔리는‘허가받은’ 책들이다. 공통점은 모두 올해들어 출판되었다는 점. 갈수록 노골화되고있는 출판계의 성 관련 서적 트랜드를 여실히 보여준다.인간의몸과성에 관한 책들은 98년부터슬금슬금 등장하더니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쏟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개인의 성경험을 솔직하게 고백한다는 ‘고백서’류가 눈길을 끌었다. 문화평론가 김지룡이 <나는 솔직하게 살고 싶다 designtimesp=20157>를 통해 일본 유학시절의 성 체험을 공개했고 ‘평범한 부부’ 김태형·오경미 커플은 <부부 청문회 designtimesp=20158>라는책으로자신들의 성생활을 솔직히그려냈다. 그리고 탤런트 서갑숙은 자신의성 체험서를 발간하면서 뉴스의 중심에 섰다.올해 들어서는 원색적인 제목의 성 지침서들이주류를 이루고 있다. 크게 인류학적철학적관점에서 접근한 연구서와 사랑의기교에 대한 지침서로 나눠진다. <핫 섹스 designtimesp=20161> <섹스 북 designtimesp=20162>은 전자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섹스 designtimesp=20163> <러브타임머신 designtimesp=20164>은 후자에 속하는책이다. 또 신경정신과와 한의학 등을성과 접목, 상식과 성 지식을 함께 전달하려는시도도 엿보인다. <한방으로 보는배꼽아래 이야기 designtimesp=20165> <사랑은 진할수록아름답다 designtimesp=20166>가 대표적이다.최근에는 문학작품 속에 나타난 성 묘사만을 모은 독특한 책이 발간돼 화제다. 경영학 박사 출신의 기업컨설턴트 김진씨가 펴낸<우리의사랑과 성, 어디까지 왔나 designtimesp=20169>.이문열에서 장정일, 구효서 등 현역작가의작품에실려있는 성묘사를 두루 섭렵하고촌평까지달아놓았다. ‘자위와 수음’‘첫키스첫경험’ ‘섹스와 사랑’ 등으로 구성된 목차에서 풍기듯, 성 행위에 관련된 부분만 친절하게 모아 호기심을 일으키고 있다.◆ “성 관련 출판, 영역 커진다”“그동안비어있던 자리가 채워지는 현상으로,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바람직하다.단노골적인 성의 상품화, 말초적 자극에치중하는 출판물은 철저히 걸러내야 할 것이다.”출판평론가 김영수씨(디지털 한메 대표)는최근양산되고 있는 자극적 성 관련 서적에 관해 비교적 관대한 평가를 내렸다. 그동안터부시돼 왔을 뿐 ‘원래 그 자리에있어야 할 책들’이라는 이야기다. 앞으로도이러한 추세는 지속돼 성 관련 출판물의영역이 급속도로 커질 것이라는 게 김씨의 예측이다.이는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의 판매량조사에서도 점쳐진다.성 관련 서적 판매에 소극적인 편인 서울 교보문고에서는 이분야 책 진열을 제한하고 있지만 판매량은꾸준히늘고 있는 추세다. 자연과학 파트판매사원박미애씨는“듣기에 당혹스런책 제목을 말하며 찾아달라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졌다”고 말했다. 인터넷 서점 YES24 마케팅팀의 김병하씨도 “20~30대 직장인을중심으로 꾸준히 나가는 편”이라고밝혔다. 특히 만화 기법이 특징인 성 실용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SEX designtimesp=20178>는 두 서점 모두에서 베스트셀러 상위에 랭크돼 있다.이제메이저급출판사를 비롯, 상당수의출판사들이 ‘성’과 ‘섹스’를 공론화시키기에나섰다. 과거처럼 점잔 빼는 곳은도태된다는 위기의식도 감돌고 있다. 급속도로개방되고있는 독자의 의식과 독서취향을 미리 감지하기 위한 출판계의 줄달음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김희선 누드사진집 파문 점입가경“대박 욕심 ‘덫’에 걸렸다”출판금지가처분 신청에 이은 형사 고소. 세간에 화제를 불러 모은탤런트겸 배우 김희선씨의 누드사진집 파문이 점입가경이다. 김씨는최근사진작가 조세현, 출판사 김영사와 계약한 자신의 사진집발간계획을 전면 취소할 뜻을 밝혔다. 반면 조세현씨와 김영사 박은주 사장은 ‘정상적인 계약이며 이중계약 운운은 김희선측의 억지’라는 요지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이번 사건은 달라진 출판계의 모습을 반영한다는 평이다. 많은 양서를발간한베스트셀러 출판사인 김영사가 젊은 여배우의 사진집을내기로 한 것하며, 계약서에 ‘누드사진’ 수를 밝혔다는 것이 그렇다. 출판사로선 김희선이라는 대스타의 누드를 가미, ‘화끈한 대박’을 기대했을 법하다는 것이다.하지만 이 사건을 보는 독자들의 눈은 대체로 곱지 않은 편. 김영사의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연일 네티즌의 비난이 끊이지 않고있다.그간출판된 서적들에 가져 온 호감이 실망으로 바뀌었다는내용이대부분이다. 또 출판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돈’에대한 집착을 나무라는 네티즌도 상당수다.김영사는 9월1일에 나올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발간 계획을세울 방침이다. 만약 김영사가 승리, 예정대로 사진집이 발간된다면지난 92년 일본 여배우 미야자와 리에의 <산타페 designtimesp=20193>, 가수 유연실의<이브의 초상 designtimesp=20194>에 이은 사상 최대의 사진집 ‘대박’이 터질것은 자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