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유료화가 수익모델 부재로 자금난에 허덕이는 닷컴 기업들에 희망을 줄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 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유료화 가능한 콘텐츠가 한정돼 있고, 과금 문제도 완전하지 않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그럼에도 닷컴 업계에서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업체들이 하나 둘 등장해 콘텐츠 유료화가 확산되고 있다.콘텐츠 유료화문제는 ‘닷컴 위기론’이 제기되면서 급부상했다. 콘텐츠는 무료로 제공하더라도 회원만 많으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으로 알았던 비즈니스 모델이 ‘펑크’가 났기 때문이다.믿었던 광고 수익은 생각보다 부진했고 수익기반이 취약해 전자상거래 등 여러가지 수익모델을 만들어 보았지만 경영 개선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여기에 인터넷이라는 장미빛 전망으로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확실한 수익모델’이 보이지 않자 등을 돌리면서 닷컴 위기론이 확산됐다.이에 이용자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무료로 제공해온 콘텐츠를 유료로 전환하는 한편 업체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유료 콘텐츠를 확보하는 등 ‘목숨건’ 콘텐츠 유료화에 나서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콘텐츠 유료화는 닷컴 기업의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확실한’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용자 반발 불구, 유료로 전환 늘어콘텐츠 유료화는 과연 위기에 몰린 닷컴 기업을 구원해 줄 수 있는가. 우선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이용자 마인드가 변화하고 있다는데서 희망을 가질 만하다.PC통신업체 유니텔이 지난 6월 전국 네티즌 1만3백81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서비스의 유료화 및 사용실태’ 설문조사에서 그 ‘가능성’이 나온 것이다.조사에 따르면 무료 인터넷 서비스가 유료화되더라도 네티즌의 절반 이상(51.8%, 5천3백77명)이 이용 의사가 있으며, 사이트 전체 이용요금이나 개별 콘텐츠 이용 요금 모두 연간 1만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응답했다.또 사이트 유료화 방식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대부분(92.2%, 9천5백71명)이 사이트 전체의 유료화보다는 콘텐츠별 유료화를 선호했다. 유료화 품목으로는 영화 교육 음악 게임 증권 순으로 꼽혔다.이용자의 마인드 변화에 힘입어 유료화에 나섰던 콘텐츠 제공업체(CP)들의 성공 소식도 들려온다. 소액결제 솔루션업체인 이코인이 지난 8월말 1백50개 콘텐츠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MP3, 영화, 만화, 성인방송, 인터넷 모의고사, 교육, 게임 등의 콘텐츠를 유료화됐던 업체들이 월 평균 매출이 5천만원을 넘어서는 등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증권(Stock) 성(Sex) 교육(Study) 영화(Screen) 등 4S를 중심으로 인터넷미디어 결혼정보 무선인터넷 포털 등으로 콘텐츠 유료화 바람이 업계 전체로 거세게 불고 있다.무료서비스의 대표주자 인터넷미디어들이 유료화에 발벗고 나섰다. 이대로 가다간 ‘말아먹기’ 십상이기 때문. 정보통신 전문 인터넷미디어인 아이뉴스24가 최근 ‘e-리서치’를 마련,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판매에 나섰다.아이뉴스24는 연말까지 정보기술 콘텐츠 DB를 제작, 내년 초부터 유료화하기로 했다. 산업뉴스 전문 미디어인 이비뉴스도 조선, 해운, 섬유, 화학 등 4개 업종의 산업뉴스 DB를 유료 판매하기로 했다.◆ 무선 콘텐츠 유료화도 본격화무선인터넷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무선 콘텐츠 유료화도 본격화하고 있다. LG텔레콤 SK텔레콤 한국통신프리텔 등 이동통신업체들이 유료화 계획을 세우고 CP들과 과금, 수익배분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 것.또 통신사업자들도 CP들과 손잡고 콘텐츠 유료화에 발벗고 나섰다. 데이콤은 지난 4월초 종량제 웹빌링 시스템을 갖춘 천리안 웹콘텐츠몰을 오픈했고, 드림라인은 이미 85개 콘텐츠 업체와 제휴를 맺고 운영중인 허브 사이트인 드림엑스를 통해 콘텐츠 유료화에 나선 상태다.이외에 나우콤, 온세통신 신비로 등이 유료 콘텐츠 확보에 나섰다. 한국통신도 증권 게임 법률 어학 등 고급 인터넷 콘텐츠를 유료로 제공하는 ‘코넷월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무료 서비스 포털업체들 유료화 추진콘텐츠 무료 서비스의 ‘대변자’였던 포털업체들도 이용자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콘텐츠 유료화 가능성을 추진하고 있다. 라이코스는 10월1일부터 온라인 교육 사내 벤처인 e대입닷컴을 통해 대입관련 유료 교육콘텐츠를 제공한다.심마니는 1GB 용량을 제공하는 심마니 팝데스크 이용자 중 프리미엄 서비스를 원하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유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 네띠앙도 연말경 콘텐츠 서비스 중 일부를 유료화할 계획 아래 콘텐츠를 선별하고 있다.업계 전문가들은 콘텐츠 유료화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콘텐츠의 질적 향상과 함께 업체들의 품질, 가격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인터넷 수익모델과 콘텐츠 유료화 논쟁“상술 속보인다·질 높인다” 찬반 팽팽“콘텐츠 유료화 문제가 인터넷 업계의 핫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솔직히 아이뉴스24가 안고 있는 고민거리이기도 합니다.”정보통신 관련 온라인 뉴스 서비스 업체 아이뉴스24가 개설한 콘텐츠 유료화 토론방의 시작 멘트다. 아이뉴스24는 이미 일부 콘텐츠에 대해 유료 서비스에 나섰고, 내년부터는 뉴스도 돈을 받겠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고민에 빠져 있는 인터넷 정보제공업체 아이비즈넷도 콘텐츠 유료화 찬반 토론의 장을 열었다.지금 인터넷 업계에 콘텐츠 유료화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콘텐츠로 먹고 사는 업체 입장에선 당연히 유료화를 찬성하는 입장이고, 콘텐츠를 수용하는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한 인터넷 이용자(ID 깨미)는 “무료를 미끼로 회원을 모았던 업체들이 슬슬 회원을 활용해 돈을 벌자고 눈에 불을 켜고 있다. 회원 1인당 약간의 마진만 내도 몇백만명의 회원을 기반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속보이는 상술”이라며 반대했다. 다른 이용자(ID 한표)는 “콘텐츠의 질을 올리기 위해서는 유료화가 필요하다. 콘텐츠 업체들은 유료화 수익으로 양질의 콘텐츠 개발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찬성했다.인터넷 업계 내에서도 콘텐츠 유료화가 확실한 수익모델이긴 하지만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나온다. 벤처캐피털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문규학 부사장은 콘텐츠 유료화에 대해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그는 “현재 나와 있는 콘텐츠 가운데 교육, 의료 등 몇가지를 빼고는 유료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 없는 수준”이라며, “인터넷 비즈니스 전체적으로 콘텐츠 유료화는 상당기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콘텐츠 유료화 찬반 논쟁에 참여한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콘텐츠에 따라 유료화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 토론자(ID webmania)는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급급한 나머지 정보의 질의 향상도 없이 유료화하는건 문제다. 유료 인터넷 영화상영 서비스에 가입한 적이 있었는데, 그건 영화가 아니라 슬라이더 수준이었다”라며 질타했다.다른 한편에서는 콘텐츠 유료화 이후에도 무료 사이트가 존재하는 한 콘텐츠 유료화는 요원하다는주장도 나왔다. “유료 사이트를 가입해 들어가 보니 별다른 내용이 없어 돈만 날려 후회했다. 그런데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돈을 내고 봤던 콘텐츠들이 다른 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되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한 토론자(ID judy)는 말했다.콘텐츠 유료화 찬반 논쟁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닷컴 업체들이 유료화를 시도하고 있다. 유료화가 일부 콘텐츠에 그칠지 아니면 전체로 확대될지는 콘텐츠의 품질과 이용자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