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서비스 노하우 한수위 … 기술제휴·조직강화 통한 시장선점 경쟁 치열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통신장비 업체들의 움직임이 민첩해지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다는 IMT-2000 사업자 선정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퀄컴 에릭슨 노키아 모토로라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등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들은 국내 업체와 제휴를 통한 기술이전, 기술연구소 설립, 조직강화 등을 내세우며 한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묘책마련에 부산하다.◆ 한국 IMT-2000, 뺏길 수 없는 황금시장이처럼 너나할 것 없이 외국계 통신장비업체들이 IMT-2000으로 몰리는 이유는 한 사업자당 장비구입과 인프라구축에 들어가는 돈이 자그마치 2조원을 넘는 ‘빅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CDMA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퀄컴은 비동기식과 로밍이 가능한 칩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단말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퀄컴코리아 김성우 사장은 “자세한 스케줄은 나와 있지 않지만 동기 비동기 관계없이 로밍이 가능한 칩을 만들 계획”이라며, “칩이 나오는 즉시 한국의 단말기 업체에 솔루션을 제공해 생산 및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퀄컴의 IMT-2000에 대한 장기적인 접근 방식은 자체 개발을 진행 중인 동기 비동기식 기술을 가능한 한 빨리 상용화한다는 것.모토로라는 IMT-2000을 대비해 올 12월에 CDMA 2000-1x(IS-95C)를 지원하는 단말기를 선보이는 것으로 차세대 이동통신 선점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지난 10월초 취임한 오인식 모토로라코리아 사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지난 2~3년간은 휴대폰 사업이 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저가 보다는 고가제품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토로라는 또 어필텔레콤, 팬택 등 국내업체와 제휴해 미국 일본 중남미 동남아 시장으로 수출도 준비하고 있다.경남 마산시에 월 1백만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단말기 공장 노키아-TMC를 세운 뒤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노키아도 최근 국내 단말기 제조업체 텔슨과 제휴를 맺으면서 IMT-2000 시장 진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번 제휴로 노키아는 휴대폰 설계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기로 했다. 기술을 내놓는 대신 시장을 갖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에릭슨도 기술이전, 국내 생산 등의 ‘당근’을 제시하고 LG정보통신과의 제휴를 맺으면서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 선점 작전에 들어갔다.교환기 업체인 루슨트는 비동기식 IMT-2000 시스템을 출시해 동기식 시스템 전문업체라는 편견을 우선 불식시키고 다른 업체와 다르다는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루슨트가 내세우는 차별화 포인트는 데이터통신, 음성통신 등 IMT-2000 시스템에 필요한 모든 솔루션을 갖고 있다는 것. 한국 루슨트테크놀로지스 양춘경 사장은 “IMT-2000은 무선통신기술도 중요하지만 광통신망 기술과 데이터 처리기술 등 토털 솔루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퀄컴·노키아·모토로라 등 각축IMT-2000이 무선통신기술과 광통신기술, 데이터 통신기술을 망라한 차세대 통신방식이라고 볼 때 이 점을 확실한 매력 포인트로 부각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업계에서는 루슨트의 강점으로 정부, 국내 통신사업자, 장비업체와의 ‘돈독한 관계’를 꼽는다. 지난 79년 국내 진출 이후 80년 LG그룹과 합작해 금성정보통신(현 LG정보통신)을 세우는 등 국내업체와의 관계가 ‘특별’해 비즈니스에 유리하다는 것. 한국루슨트의 올해 매출목표액은 전년대비 60% 성장한 4천5백억원.지난해 어센드 등 유수의 통신업체를 인수하면서 규모를 키워온 노텔네트웍스의 움직임도 눈여겨 볼 만하다. 노텔네트웍스는 미국식 표준(cdma2000)과 유럽식 표준(UMTS방식)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모두 구비하고 있어 국내 통신사업자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카드를 갖고 있다는 것을 내세운다. 한국노텔네트웍스는 이 기술력이 국내에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사업조직을 개편하는 등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지사장을 외국인에서 현지인으로 바꾼 것도 국내 비즈니스 강화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국내 산업 가운데 정보통신 분야는 외국기업의 진출이 특히 두드러진다. 정보기술의 흐름이 빠른데다 원천기술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어 국내기업이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정보통신 분야에서의 외국기업들의 독주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인터뷰 / 양춘경 한국 루슨트테크놀로지스 사장“토털 솔루션으로 시장 선점 자신”▶ 국내 통신시장에 대한 전략은.통신 서비스에 대한 기술과 비전이 전략이다. 루슨트는 음성, 데이터, 비디오 등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 지금 세계는 음성과 데이터, 유선과 무선이 통합되고 협대역에서 광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 통신업체들에 이같은 도전을 극복할 수 있도록 토털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다. 또 망 관리 아웃소싱을 위한 아웃소싱 센터도 설립할 계획이다.▶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먼저 기존 고객들의 대부분이 루슨트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자신감이 있다. 고객들이 장비를 걷어내는 ‘혁명’을 하지 않고 기존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진화’를 결정하면 루슨트 시스템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장비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고객의 수요에 따라 동기 비동기 장비를 모두 공급할 것이다.▶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에 대한 전망은.통신 서비스 업체들은 가입자 유치에 몰두 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령 CDMA나 ADSL 같은 첨단의 기술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했지만 서비스의 차별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누가 제공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인터뷰 / 김성우 퀄컴코리아 사장“동기·비동기 지원 칩셋 개발”▶ 국내 IMT-2000 시장에 대한 퀄컴의 전략은.퀄컴은 IMT-2000과 관련해 동기 비동기 표준에 구애됨이 없이 표준 모두를 지원할 것이다. 전세계 로밍이 칩셋 하나로 가능한 멀티 모드, 멀티 밴드, 멀티 네트워크 칩셋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 칩셋 기술이 개발되면 퀄컴은 한국기업에 즉시 제공해 전세계 로밍이 가능한 단말기를 생산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기술이전은 어느 정도 이뤄졌나.CDMA 기술은 퀄컴이 처음 개발한 기술이지만 한국과 함께 발전시킨 기술이다. 퀄컴은 CDMA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 협력을 맺고 있는 한국업체 모두에 동기식 기술을 이전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는 자체적으로 칩을 생산하고 새로운 칩 및 기술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 기술 이전이외 국내에 어떤 투자를 했나.지난해 10월 연세대에 CDMA 기술 연구실 퀄컴-연세 CDMA Research Lab을 열었다. 퀄컴은 3년간 이 연구소에 1백만달러의 연구비를 제공한다. 공동 연구업적에 대한 지적재산권은 퀄컴과 연세대학교가 50대50으로 소유하기로 했다. 또 같은해 11월 한국통신프리텔에 고속 데이터전송기술인 HDR(High Data Rate) 서비스를 위해 2억 달러를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