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꽁꽁', 문닫는 업체 속출... '나만의 수익모델'로 펀딩성공ㆍ창업 벤처도 속속등장

한국 벤처의 상징 테헤란밸리가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벤처기업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차원이 아니다. 운영자금이 없어 문을 닫는가 하면, 비용을 줄이고, 인력을 감원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올해를 버티기 위해서다. 이미 많은 벤처들이 테헤란밸리를 떠나고 있지만 꿋꿋이 버티는 ‘옥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성공을 꿈꾸며 테헤란밸리로 들어오는 ‘루키’들도 나타나고 있다.테헤란밸리의 이런 변화는 ‘정현준게이트’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한때 테헤란밸리는 벤처, 벤처캐피털, 벤처인큐베이터, 벤처 지원기관 등이 집중되면서 한국벤처의 요람으로 열기가 뜨거웠다. 하지만 위기설이 불거져 나온 요즘은 자금이 유입되지 않아 인심마저 흉흉하다. 코스닥지수가 한창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며 돈이 넘쳐나던 분위기는 찾기 힘들다. ‘아직은 위기가 아니라 구조조정과정일 뿐이다’ ‘이제 악재는 나올대로 다 나와 멀지않아 분위기가 살아날 것이다’ ‘벤처말고 한국경제에 무슨 대안이 있는가’라며 애써 자위하던 외침도 정현준 사건 이후 쏙 들어갔다.테헤란밸리 벤처들이 피부로 느끼는 위기감은 심각한 돈가뭄이다. 창투사 등 벤처캐피털이 자금시장 불안을 이유로 투자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고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섰던 은행 투신 증권 종금 보험 등 기관투자가들과 법인, 개인들이 벤처투자를 거의 중단한 상태다. 외국업체를 중심으로 간헐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나 돈가뭄에 목말라있는 벤처기업의 갈증을 해갈시키기엔 태부족이다.이에 일부 닷컴기업은 아예 사이트를 폐쇄하는 등 ‘개점휴업’ 상태이며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벤처기업들이 M&A시장에 대거 매물로 나온 상태다. 이와 관련 국내 최대의 인터넷경매업체인 옥션 이금룡 사장은 “자금이 한계에 달한 닷컴 기업을 중심으로 ‘제발 우리 회사를 인수해달라’는 요구가 쇄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다행히 애초부터 당좌거래가 없이 유상증자를 통한 펀딩에 의존한 탓에 대량 부도사태는 면하고 있지만 운전자금이 바닥나 흑자도산 위기에 몰린 벤처기업이 적지 않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벤처기업들 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털이나 벤처인큐베이팅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무리하게 벤처기업에 돈을 쏟아부었던 창투사들중엔 유동성 위기에 몰린 업체가 적지않다. 한창 경기가 좋을 때 현금대신 주식을 선호했던 인큐베이팅업체들은 고객 벤처기업이 위기에 몰리면서 동반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자금난 여파 휴폐업 속출, 위기감 고조실제로 인터넷업체인 B사는 최근 펀딩에 실패하며 폐쇄 위기를 맞고 있다. 이 회사는 더이상 추가자금을 유치하지 못하면 이달을 넘기지 못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다. 또 다른 인터넷 관련 업체인 E사의 경우도 추가 펀딩에 실패, 올해를 넘기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IDC회사인 P사도 클라이언트인 닷컴기업들의 미수금 과다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한때 활발한 활동을 보이던 업체들도 부진의 늪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이버경찰청 사이트를 오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C사가 수익모델 부재 및 콘텐츠 부실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테헤란밸리 벤처기업들의 과감한 구조조정도 본격화하고 있다. 여성포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코스매틱랜드의 경우 한때 1백20명에 달하던 직원수를 50여명으로 줄이는 등 감량경영에 나서는 한편 수익성이 떨어지는 5~6개 사업부문을 축소 또는 폐쇄하고 전자상거래 분야에 사업역량을 집중시킬 방침이다. 인터넷카드업체인 레떼컴도 수익성 부재 및 자금 압박으로 30여명에 달했던 인력을 15명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밖에 인터넷광고대행사인 온앤오프도 직원을 절반 이상 감축했다.그러나 이같은 위기속에서도 적지않은 업체들은 펀딩에 성공,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할만한 점은 위기속에서도 잘 나가는 업체와 살아남는 업체, 새로 창업하는 업체의 공통점은 핵심(Core) 기술력과 수익기반이 탄탄한 소위 기술 벤처기업이란 사실이다. 국제경쟁력이 높은 핵심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은 자금난 속에서도 펀딩에 성공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취약한 수익모델로 벤처거품의 장본인으로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던 닷컴업계중에서도 잘 나가는 벤처기업이 적지않다.사이버머니업체인 이코인은 지난 8월 40억원을 펀딩, 지난달 한국능률협회조사 전자결제부문 소비자 만족도 1위기업에 선정되며 영업개시후 8개월만에 47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하나의 카드로 인터넷 유료콘텐츠, 쇼핑몰, 전화, PC통신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다기능 전자화폐를 선보인 데이콤사이버패스는 지난 9월 일본 디지털그룹으로부터 40배에 1천만달러의 자금을 유치하며 공격적 마케팅을 추진중이다.인터넷 교육업체인 배움닷컴도 지난 8월 골드만삭스로부터 4백만달러를 유치한데 이어 한미창투에서도 33억원의 자금을 유치했으며 e-CRM컨설팅 및 소프트웨어 업체인 비티엘글로벌도 최근 미국 PSINet벤처스로부터 1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데이터공유(Data Sharing)라는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인터넷교육 솔루션 시장에서 새바람을 몰고 있는 온소리닷컴의 김욱 사장은 “단순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하는 인터넷 서비스업체의 취약한 수익구조로 닷컴기업이 총체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사실 인터넷분야에도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벤처기업이 많다”고 말한다.내일 꿈꾸는 ‘루키’ 행렬도 잇달아얼어붙은 테헤란밸리에서 내일의 벤처스타를 꿈꾸며 싹을 틔우고 있는 신생 벤처기업의 행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창업기업의 흐름은 단순 인터넷 서비스보다는 솔루션개발 및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달라진 테헤란밸리의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서울벤처지원센터 김세훈 소장은 “벤처침체기인 최근에도 여전히 새롭게 창업하거나 벤처확인을 의뢰하는 업체가 줄지 않고 있다”며 “특히 닷컴분야에서는 유료화 및 오프라인과 연계할 수 있는 수익모델을 갖춘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KTB인큐베이팅 입주업체로 지난 10월 설립된 책상과 걸상(대표 송진국)은 서울대 교육연구소와 소프트뱅크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e-비즈 활용능력 측정시험인 ‘TOWIC’(Test Of Web For International Communication)의 온라인 유료교육 서비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당초 전자상거래사의 사이버 교육에 주력하려 했지만 공신력있는 기관과 공동 마케팅을 통해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있다.유료화·수익모델 갖춘 벤처창업도 잇달아벤처인큐베이팅업체인 한국소프트창업자문의 1년여의 인큐베이팅과정을 거쳐 지난 10월 법인설립한 밸류소프트(대표 조용철)는 삼성SDS 출신을 중심으로 5명의 직원이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사이버 금융시스템 개발에 주력, 내년 2월 본격적인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조사장은 “초기투자비용이 과다한 닷컴기업에 비해 인력을 자산으로 하는 개발중심의 업체이기에 최근 벤처업계의 침체속에서도 창업을 결심했다”고 강조했다.수익모델에 초점을 두고 아예 비즈니스 방향을 전환하는 업체들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월 3명의 직원으로 교육용 완구 및 콘텐츠 개발 전문업을 표방하며 출범한 TBNS(대표 김충한)가 대표적인 사례. 이 회사는 원래 핵심 비즈니스로 삼았던 즉석 뮤직비디오 제작기 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새로 수익성 있는 아이템을 구상, 최근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를 무선으로 실시간 전달받아 음성 및 동작을 구현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인형을 개발, 새롭게 변신했다.지난 1년 새 벤처붐의 최고 절정기와 최고 침체기를 경험한 테헤란밸리. 이곳은 지금 심각한 벤처 위기속에서 사라지는 업체와 살아남는 업체, 그리고 새로 생기는 업체가 복잡하게 얽혀 새로운 벤처지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터뷰 / 펀딩 성공 벤처 - 이상원 퓨처테크 사장“고객지향 솔루션이 회사 살렸다”“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확산돼 그 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습니다. 그러나 고객의 니즈를 충분히 반영한 인터넷 빌링시스템의 원천기술과 수익모델이 투자가들로부터 호응을 받아 약 30억원 규모의 추가 펀딩에 성공, 연구개발(R&D)과 마케팅부문을 대폭 강화할 계획입니다.”97년 자본금 5천만원으로 설립된 퓨처테크는 지난 4월 네트워크형 유무선 인터넷 과금(빌링)서비스인 ‘앳빌(atbill.net)’을 오픈, 인터넷 콘텐츠의 유료화 바람과 함께 성장가도를 달리다 벤처금융시장의 위축으로 위기에 몰렸다가 화려하게 재기한 사례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벤처투자가 지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퓨처테크가 고액 펀딩에 성공한 이유는 이 회사가 갖고 있는 원천기술력과 고객의 니즈를 살린 빌링시스템의 강점 탓이다. 이 회사의 앳빌시스템은 분산형 구조로 이뤄져 있어 콘텐츠업체들의 다양한 과금(빌링)이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빌링시스템시장에서 선두주자로 도약하고 있으며 이점이 바로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려놓은 것이다.이상원(41) 사장은 “인터넷 빌링시장이 형성되면서 본격적인 개발 및 서비스를 위한 추가 자금이 필요해 7월부터 추가 펀딩을 준비해왔으나 증시폭락 등 외부악재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펀딩시기가 계속 지연돼 위기에 몰렸다”고 회상하며 “이번 펀딩을 계기로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벤처기업이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각종 정책자금의 활용과 건전한 투자방식을 가진 투자자 확보를 통한 시드 머니 구성이 중요하다는 이사장은 연구개발의 성과가 수익과 직결될 수 있는 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무엇보다 기술 수준을 한단계 낮추더라도 고객의 니즈가 있는 시장성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80% 정도 진행된 프로세스라도 각종 시장검증작업을 거쳐 고객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아직 성공을 논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하는 이사장은 이번에 유치한 자금을 바탕으로 개발인력과 마케팅 전문인력을 충원, 국내 대기업과 제휴를 통해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을 노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벤처투자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테헤란밸리는 지금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중이다.★ 인터뷰 / 신생벤처 - 박우경 유니위스 사장“무선인터넷 솔루션 수익모델 자신”“무선인터넷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산업인데다 무선인터넷 솔루션에 관해서는 세계 어느 업체와 경쟁해도 이길 자신감이 있어 어려운 시기인줄 알면서도 창업을 결정했습니다.”지난 10월2일 창업, 현재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에 입주한 유니위스(uniwis.com)의 박우경(37) 사장은 “유니위스는 무선인터넷에 관한한 토털 솔루션 공급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며 요즘 테헤란밸리를 뒤덮고 있는 벤처위기론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표정이다.박사장이 이렇듯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전직원의 70%가 넘는 개발 엔지니어들이 무선인터넷 분야에서 6~7년간의 경력을 갖고 있을 정도로 맨파워가 뛰어나고 팀워크가 좋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니위스는 박사장을 비롯한 핵심 엔지니어들이 삼성전자, 쌍용정보통신 등 대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베테랑들이다. 이를 토대로 이미 메일 연동솔루션, 첨부파일 확인기능, 오픈 와이어리스모델 등 4건의 국내 특허와 2건의 국제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유니위스는 또 무선인터넷 솔루션분야에서는 드물게 토털 솔루션 공급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실제로 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게이트웨이를 시작으로 WAP브라우저, WAP서버 등 WAP관련 제품군을 갖추고 있으며 WAP관련 컨설팅과 WAP인증까지 커버하고 있다. 올해안으로는 국내 최초로 유무선통합 WAP포털사이트까지 구축할 계획이다.이 회사는 최근에 WAP 관련 세계적인 단체인 WAP포럼 산하 WAP 관련 솔루션 공식인정기구인 오픈그룹으로부터 한국을 비롯한 중국, 대만 등 극동지역의 WAP 인증권한을 확보했다. “삼성시절부터 WAP포럼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데 힘입어 국내에선 최초로 WAP포럼의 공식인증(CA)권을 따냈다”는 박사장은 “앞으로는 인증사업도 유니위스의 중요한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같은 탄탄한 기술력과 수익기반을 바탕으로 유니위스는 현재 국내외 벤처캐피털로부터 액면가의 50배의 프리미엄을 받고 40억원대의 펀딩을 추진하고 있다. 박사장은 “무선인터넷 시장 자체가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유니위스의 제품군과 경쟁력을 투자기관들이 높게 사는 것 같다”며 “앞으로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세계 톱5안에 드는 무선인터넷 솔루션업체로 올라서는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