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어림없는 소리" 발끈 ... 일부에선 수긍하는 분위기

대우자동차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11월 초 부도를 시작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연출할뻔 했던 대우자동차는 11월 말 노사가 극적으로 구조조정합의서에 서명, 채권단이 7천2백79억원의 자금지원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위기를 벗어났다.그러나 대우자동차의 이번 위기탈출은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들중 하나를 해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대우자동차는 노사가 구성하는 경영혁신위원회에서 뼈아픈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하고 이를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영업이익 실현을 위한 기반을 다져야 한다. 채권단은 대우자동차에 상반기까지 자금을 지원하되 하반기부터는 대우자동차가 낸 영업이익으로 꾸려가도록 했다.또 대우자동차는 정부 및 채권단이 자체정상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만큼 해외기업으로의 순조로운 매각을 이뤄내야 한다.대우자동차 정상화를 위한 최상의 해법은 무엇인가. 먼저 대우자동차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다.대우자동차 노사는 11월27일 구조조정 합의서에서 경영혁신위원회를 두고 이를 통해 구조조정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여기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인원감축.당초 아더앤더슨 컨설팅사는 대우자동차내 3천5백여명의 인력감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지난 11월 부도 및 공장 가동중단 등으로 대우자동차 사정이 더욱 악화되면서 정부 및 채권단에서는 당초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난 6천5백여명의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대우자동차의 직원은 9월말 현재 임원 88명(이사부장 이상, 해외주재인원 제외), 사무직 5천7백9명, 생산직 1만3천3백72명 등 모두 1만9천1백69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따라서 앞서 말한 6천5백여명이라는 숫자는 현재 대우자동차 직원들의 30%에 해당된다.눈길을 끄는 것은 이같은 대우자동차 ‘감원폭 확대설’과 동시에 ‘부평공장 폐쇄설’이 나오고 있는 점이다.승용차 매그너스, 레간자, 라노스 등을 생산하고 있는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은 시설의 노후화로 오래전부터 개보수 내지 폐쇄에 따른 공장이전 얘기가 심심찮게 거론됐다.실제 부평공장은 생산능력이 50만대로 대우자동차 공장중 생산능력이 가장 큰 공장이지만 다른 공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력이 많다. 생산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1인당 생산대수는 98년말 53대로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한 55개 공장중 53위라는 최하위를 기록했다.(표참조) 반면 마티즈 등 경차를 생산하는 창원공장은 98년 1인당 생산대수가 1백65대로 1위를 기록했고 레조 누비라를 만드는 군산공장은 70대로 30위를 차지했다.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부평공장은 GM이 20년전 생산했던 르망라인 등 노동집약적인 생산라인이 그대로 있는데다 시설마저 노후화돼 효율성이 크게 뒤떨어지는 공장”이라며 간접적으로 부평공장 폐쇄론을 지지했다.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부평공장이 존속된다하더라도 향후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경우 우선적으로 부평공장 정리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대우자동차 군산 및 창원 공장 일각에서도 부평공장의 비효율성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는 분위기다.이를 종합하면 대우자동차 구조조정의 해법은 부평공장 처리에 달려있는 셈이다.이를 눈치챈 듯 대우자동차 노조 관계자는 “정부 및 채권단이 부평공장을 폐쇄하려는 의도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며 “앞으로 노사가 벌일 경영혁신위원회에서 이를 강력하게 저지할 계획”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대우자동차가 정상화되기 위해 풀어야 할 두 번째 과제는 GM과의 매각협상이다.“최악의 경우 국영기업화 계획도 가져야”GM은 포드의 대우자동차 인수포기 선언이후 채권단측과의 협상에서 기선을 잡고 시간벌기 작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엔 GM의 후견인으로 알려진 앤드루카드 전교통부장관이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부시후보의 비서실장으로 내정되면서 정부 및 채권단을 긴장시키고 있다.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앤드루카드의 등극으로 향후 GM이 대우자동차 인수과정은 물론 인수후 한국의 자동차산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대우자동차의 모양새는 생각했던 것보다도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대우자동차에 대한 정부 및 채권단의 강도높은 구조조정 요구는 GM이 반미감정을 고려해 매각협상 선결과제로 강하게 요청한데 따른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따라서 자동차업계에선 정부 및 채권단이 GM과 대우자동차 매각협상을 벌이되 합당한 수준이 아니면 국영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내보여 매각대금이나 자동차산업에 밑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김우중 전대우그룹회장★ 전직 자동차회장들 ‘무엇하나’‘긁어 부스럼 될라’ 말 아껴요즘 전직 자동차 회장들은 국내 자동차산업이 엄청난 위기에 몰려있지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책입안자들이 그들을 찾지않고 있기 때문이다.국내 자동차산업을 사실상 일궈온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32년간의 자동차인생에 점을 찍고 건설로 업종을 바꿔 새인생을 보내고 있다. 정명예회장은 한때 대우자동차 사태를 해결할 ‘구원투수’로 하마평에 올랐지만 소문으로 끝나고 말았다. 정명예회장은 지난 11월23일 자동차 인생 32년을 기념하는 자서전을 출간, 정책당국자들로부터 위로만 받았다.김선홍 전기아그룹 회장은 ‘지난 잘못’에 따른 ‘중죄인’으로 낙인찍혀 건강을 돌보며 조용히 집에서 보내고 있다. 김전회장은 가끔 측근들이 국내자동차산업에 대한 조언을 부탁할 때마다 “아직도 죄인인데다 실패한 경영인인데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느냐”며 말을 아끼고 있다고 한다.김우중 전대우그룹 회장은 대우그룹 사태이후 해외로 출국, 지금껏 아예 몸을 숨기고 있다. 김전회장은 대우자동차가 지난 11월8일 최종부도를 내자 안타까운 마음을 측근들에게 토로했다고 한다.자동차업계 사람들은 “자동차 브레인들이 없어 대우자동차 사태가 더욱 꼬여가고 있다”며 “전직 자동차 회장들의 지은 죄는 밉지만 그들의 ‘노하우’는 정책입안자들이 참고할 필요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