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어린시절 아주 작은 산골 마을에서 자랐다. 여러가지로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갖가지 아름다운 추억들이 아직도 머리 속에 많이 남아 있다. 여러가지 추억들 가운데서도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날 눈 덮인 산에 올라가 쇠줄 올가미로 산토끼를 잡던 일과 뜨거운 여름날 시원한 시냇물에서 맑은 유리병으로 피라미를 잡던 일이 선명히 떠오른다.지금 생각하면 산토끼나 피라미를 잡는 일 자체가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모처럼 색다른 고기맛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더 큰 흥분과 재미를 느끼고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참으로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불현듯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산토끼나 피라미같이 옛날의 행동과 생각을 반대로 바꾸는 지혜가 없다면 누구나 이들처럼 아주 비참한 신세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이었다.산토끼는 신기하게도 자기가 다니는 길로 항상 되돌아 온다. 눈이 많이 쌓인 산기슭에 올라보면 토끼가 다닌 길에 선명한 발자국이 남아 있으며 그 길목에 올가미를 설치해 놓으면 미련한 토끼가 어김없이 걸려든다. 토끼는 사람들이 자기가 다니는 길목에 올가미를 설치해 놓은 사실, 즉 내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옛습관 그대로 움직이다가 올가미에 걸리는 신세가 된다. 맑은 시냇물에서 자라는 피라미도 마찬가지다.투명한 유리병 안쪽 바닥에 미끼를 붙혀놓고 흐르는 시냇물 속에 눕혀 놓으면 피라미들이 맛있는 미끼의 냄새를 맡고 유리병 속으로 들어간다. 병 속에 들어온 피라미들은 투명한 유리병 밖으로 비치는 시냇물을 보고 그 방향으로만 나가려고 한다. 자기들이 들어온 입구가 뒤편에 엄연히 열려 있으나 피라미들은 좀처럼 방향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가 사람들의 손에 잡히는 신세가 된다. 반대로 돌아서기만 하면 살길이 열려 있는데도 돌아서지 않아 죽음을 자초하고 마는 것이다.지금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는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바람은 어제와 오늘이 아주 다른 새로운 환경을 펼쳐 보이고 있다. 어제의 방법과 어제의 생각으로는 아무리 애를 써도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기 어렵다. 주변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는데도 어제의 방법과 어제의 생각으로 대응하다가는 토끼나 피라미 같은 신세가 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선 오랫 동안 우리의 삶을 안정적으로 지켜온 많은 ‘전례’나 ‘관례’들이 더 이상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어제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 전례나 관례는 혁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기 십상이다.우리가 그동안 경험해온 아날로그 시대에선 정해진 일을 정해진 방법으로 열심히 하면 남보다 앞설 수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엔 정해진 방법이 아니라 이제껏 아무도 하지 않은 전혀 새로운 방법, 더 좋은 방법을 꾸준히 찾아 나서는 자만이 남보다 앞서 나갈 수 있다. 디지털 시대를 이끌어가는 눈부신 기술혁신은 끊임없이 모든 부문에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다.기존의 방법에 고정된 눈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만 하면 기술혁신이 몰고 오는 새로운 길과 새로운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의 길에서 반대로 돌아서는 지혜가 바로 새로운 길과 새로운 방법을 찾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