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성과급ㆍ미리 자기사업 경험 등 신입사원 지원 급증 ... 영업직 육성 웹사이트도 '위상 강화' 한몫

경제위기는 기업에 영업의 중요성을 각성시키고 영업조직의 재정비 및 강화를 불러오는 한편, 구직자에게도 영업직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바꿔놓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마디로 영업직이라도 가겠다는 구직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직종에 취업하기가 힘든 다급한 상황이 ‘세일즈맨이라도 해보자’라는 의식을 불러일으킨다고 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예년보다는 영업직을 기피하는 경향이 약화된 것만은 사실이다.세일즈맨을 찾는 업체와 세일즈맨이 되고자 하는 구직자를 연결시켜주기 위한 ‘영업 전문인력 채용박람회’가 열리는 것도 이런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여기에는 IMF이후 영업직의 위상 및 보상체계를 강화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한 이유. 게다가 최근에는 영업직의 전문화 및 프로세일즈맨 육성을 기치로 내건 각종 웹사이트들도 생겨 영업인의 위상강화에 나서고 있다.우선 국내 인터넷 채용정보 전문업체인 인크루트(www.incruit.com)의 직종별 채용정보 코너를 보면, 1월11일 현재 전체 1천28건의 채용정보 중 영업직이 1백66건으로 기획·마케팅·홍보직(86)이나 경리·회계(70), 무역(56), 상담·고객지원(28), 총무·비서(24), 일반사무직(50) 등에 비해 월등하게 많다.영업직 중에서는 최근 업계의 현상을 반영하듯 IT업체의 기술영업이 70%이상을 차지하고, 금융컨설턴트라는 이름의 보험영업직과 제약업체의 프로세일즈맨도 상당히 많은 비중을 보여주고 있다. 해외영업사원을 찾는 업체도 적지 않다.영업직중 IT 기술영업이 70% 차지인크루트 이민희씨는 “‘수익성’이 기업의 화두가 되면서 영업전문인력을 찾는 업체들도 많아졌고, 영업직을 자원하는 대학생들도 부쩍 늘었다”며 “IMF이전 ‘아무리 일자리가 없어도 영업직은 안간다’고 기피하던 대학생들의 태도에 비하면 엄청나게 달라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지난 1월10일 마감된 제일알리안츠 생명의 보험영업직 사원모집에는 1백여명 모집에 무려 6천여명이 몰렸을 정도라는 설명이다.경제위기는 영업 중요성을 각성시키고 영업직에 대한 편견을 바꿔놓았다.실제로 인크루트가 집계한 영업직 구직자 등록현황을 보면, 99년 월평균 2백~3백명씩 등록하던 영업직 구직자수가 99년 말부터 조금씩 늘기 시작, 2000년 들어선 월평균 7백~8백명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어 대졸자 취업난이 극심했던 2000년10월부터는 1천~1천2백여명으로 급증, 2001년1월 현재 영업직 취업을 원하는 누적 구직자수는 모두 1만5천여명에 달한다. (표 참조).이처럼 영업직에 대한 구인·구직자수가 늘어남에 따라 인크루트는 국내 처음으로 웹상에서 영업직 구인업체와 구직자를 연결시켜주는 ‘영업전문인력 채용박람회 2001’을 1월15일부터 2월20일까지 개최한다. 참가기업은 1월15일부터 1월31일까지 기업 소개 자료와 인재채용 내역을 접수시키고, 취업희망자는 2월1일부터 인크루트에 무료회원으로 가입, 취업에 필요한 정보를 등록하면 된다. 인크루트측은 “구인공고는 물론 입사지원서 접수, 서류전형, 화상면접, 합격자발표 등 모든 과정을 인터넷으로 처리할 예정”이라며 “3백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대학의 취업상담실에도 영업직에 관심을 갖는 대학생들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경희대 취업상담실 이종구 교수는 “전체 구직학생의 40% 정도가 영업직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며 “아직 영업직 구직희망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고 하긴 어렵지만 예전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교수는 또한 “영업직에 도전하고자 하는 여학생이 많아진 것도 최근의 특징중의 하나”라고 밝혔다.이교수는 최근의 영업직 선호 경향에 대해 “기본적으로 다른 직종 취업이 어려워진 것이 큰 이유이겠지만, IMF이후 기업의 영업직 육성 및 인센티브 강화움직임에 따라 영업직 사원들은 감원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어차피 평생직장의 개념이 희박해진 만큼 노력한 만큼 갖가지 인센티브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영업직의 매력이 최근 들어 크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더욱이 요즘 대학생들은 ‘자기사업’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기사업을 하기 위한 전 단계로 영업직 경험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인크루트, ‘영업직 채용박람회’ 개최일부 직종에서 영업직의 우대 및 전문성 강화 움직임이 펼쳐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 업종에 종사하는 영업사원들은 기업의 핵심이라기 보다는 ‘소모성 판매기계’역할을 하다가 값싸게 폐기처분되는게 예사다. 여기에는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확산으로 영업사원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도 한 요인이다.보부넷(www.bobunet.co.kr)은 바로 이런 세일즈맨의 입지 및 위상강화를 부르짖고 나선 세일즈맨 전문 포털사이트. 보부넷 이승훈 사장은 “세일즈맨의 디지털화를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도록 하기 위한 영업사원 커뮤니티활동, 교육 및 일종의 장터역할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조선시대 보부상의 이름을 따온 보부넷에는 현재 1천여명의 현직 영업사원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데, 올해부터 영업사원 회원비율을 늘릴 방침이다.한편 지난해 연말 오픈한 세일즈스태퍼즈(www.salesstaffers.co.kr)는 화장품 및 명품 브랜드 판매 및 영업인력을 전문적으로 연결해주는 회사로, 현재 지원자를 모집중이다.★ 인터뷰 / 권종숙 전 대상 영업본부장영업사원은 ‘평양기생’돼야 성공한다한 직종에서 10년을 일하면 대개 해당직종의 ‘전문가’로 불린다. 그럼 30년 넘게 일했다면 ‘달인’이라 붙여줄 만 하지 않을까. 물론 열심히 보람있게 일했다는 전제에서다.그런 의미에서 대상(옛 미원) 영업부에서 33년 동안 영업에 매달려오다 영업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영업본부장을 끝으로 97년 퇴직한 권종숙씨(63)는 명실공히 ‘영업의 달인’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최근 33년 동안의 영업노하우를 한데 묶어 <쓴맛·단맛·감칠맛이 영업안에 있더라 designtimesp=20628>(한비미디어)라는 책을 펴냈다.퇴직후에도 ‘우성식품’이란 식품관련 1인 도매업을 하며 ‘평생 영업맨’을 자처하는 그에게 영업의 매력을 물었다. 영업직이 얼마나 매력적이기에 그토록 오랫동안, 그토록 보람있게 일하고 책까지 펴냈을까. 그러나 그의 대답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영업의 매력을 얘기하려면 우선 영업이 얼마나 힘든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것으로 시작한다.“우리나라 인구가 아마 5천만명쯤 되죠. 물론 성격은 모두 다르고. 영업은 쉽게 말해 각각의 특성을 가진 5천만명의 비위를 맞추는 일이죠. 그런 점에서 어려울 수밖에 없고. 그렇지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또 고객 한명의 마음을 얻기 위해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때론 수모까지 참아야 하는 고달픈 과정을 통해 무엇보다 귀중한 자산을 얻게 돼요. 바로 ‘인생의 참맛’이죠.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온갖 풍파를 영업을 통해 경험하고, 또 헤쳐나감으로써 삶에 대한 자신감과 문제해결 능력을 터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권씨는 “어디에 내놔도, 어떤 조건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영업직 출신”이라며 “자신이 뛴 만큼 벌 수 있다는 것도 미국식 자본주의 원리와 일치하는 영업직의 매력”이라고 강조한다.그렇다면 영업직의 자질은 무엇일까.“성격이 내성적이고 외향적이고는 영업인의 자질과 전혀 상관이 없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와 ‘성실’입니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태도야말로 영업인의 필수조건이죠. “권씨는 이에 덧붙여 “영업사원은 ‘평양기생’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글이면 글, 춤이면 춤 못하는 것이 없는 만능 재주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씨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마음가짐과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도 성장할 수 있다”며 “영업직이 제대로 대우받는 사회야말로 선진사회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