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1월기초여건 건실 ‘상황판단 제로’97년 환율방어를 위해 시장에 보유외환을 쏟아 부었지만 외환보유고만 소진됐다.97년10월27일 김영삼 당시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강경식 경제부총리는 ‘최근 경제동향’을 보고했다.“최근 금융·외환시장은 동남아 금융·외환위기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데 기인한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기초 여건이 건실하기 때문에 위기상황으로까지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비율이나 외채원리금 상환 부담률이 동남아국가들에 비해 훨씬 양호하다. 경제성장·물가·국제수지 등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실물부문의 경제지표도 개선되고 있다.”당시 정부관계자들은 외환제도가 변동환율제로 시장수급 상황에 따라 계속 변동하므로 환투기가 개입할 여지가 적다고 자신있게 말했다.그러나 예상과 달리 동남아 외환위기는 한국까지 불똥이 튀었다. 환투기까지 가세, 환율이 급등하자 정부는 환율방어를 위해 성급하게 시장에 보유외환을 쏟아 부었다. 결국 무리한 시장 개입은 효과도 거두지 못한 채 외환보유고만 점점 소진시키고 있었다.증시부양을 위해 재정경제원은 10월13일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 유도 △중간배당제도의 도입 △특정주식 3년 이상 장기보유시 배당소득 저율 분리과세를 골자로 한 부양책을 내놓았다.물론 이같은 대책 역시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2001년 4월인식·대응 “달라진 것 없다”그로부터 3년5개월이 흐른 지난 3월.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경제정책조정회의가 열렸다. “우리 경제는 작년 4분기 이후 경기둔화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둔화속도는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등 해외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어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도 점증하고 있다.”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외환위기전과 마찬가지로 해외변수 탓으로 돌리고 있다.외환시장에 대한 시각도 마찬가지. “올들어 경상수지가 계속 흑자를 내고 있고 외환보유고가 1천억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며 외채, 특히 단기외채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 외환위기의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자유변동 환율제도에서는 자유로운 변동이 불가피하다며 속도를 조절하는 미세조정만 하겠다는 점도 닮은 발상이다. 지난 5일 한국은행이 “외환보유고를 동원해 직접 개입하겠다”고 밝혀 상황마저도 유사해지고 있다. 다만 그 당시에 한국은행은 외환시장 개입에 부정적이었던데 반해 재정경제원이 적극 개입했고 지금은 그때와 반대로 한국은행이 시장개입을 주장하고 재경부가 이에 대해 부정적인 것이 큰 차이다.증시대책은 그때와 거의 똑같다. 지난 4일 김진표 재경부 차관 주재로 열린 금융정책협의회가 발표한 증시대책은 △올해 연·기금의 주식투자 규모를 6조원 증액 △분기배당제도 도입 △특정종목 주식 1년 이상 보유시 배당소득 비과세 등이다.결국 외환위기 전이나 지금이나 정부의 상황인식이나 대응은 달라진 게 없다. 다른게 있다면 당시 위기의 직접 요인이 동남아 국가들의 통화불안이었던 반면 지금은 미국과 일본경제의 혼란이라는 점이다. 지금 상황이 더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 세계 1, 2위 경제대국의 ‘재채기’가 ‘독감’으로 발전할 경우 우리경제가 이겨낼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미국경제가 경착륙할 경우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세워두고 있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계획이 수출의존적 경제구조에 효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