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멘탈(Mental)경기’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대부분 아마추어 골퍼들은 멘탈사이드는 배제한 채 볼을 똑바로 치는 데만 모든 관심을 기울인다.골프칠 때 가장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라운드 시 가장 신경쓰이는 요소가 바로 해저드가 아닌가 싶다. 티잉 그라운드에 ‘떠~억’ 서면 보이는 건 오로지 깊은 벙커와 해저드만 눈에 들어온다. 심지어는 그 홀의 벙커가 몇 개인지 아주 찬찬히 세어보는 골퍼까지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친 샷은 보나마나 해저드 혹은 벙커로 가고 만다. 생각이 복잡하니 잘못될 수밖에.이렇듯 골프는 정신적 요소에 무척 많이 영향을 받는 운동임에 틀림이 없다. 더군다나 자기 자신의 부정적 생각 말고도 같이 라운드를 하는 동반 플레이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벙커 워터해저드를 일반적으로 해저드라 할 수 있는데 이들 해저드 말고도 골프장에는 또 다른 해저드가 존재한다. 이를 일컬어 ‘오럴 해저드’라고 한다. (우리가 쓰지 말아야 할 용어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일명 ‘구찌 겐세이’이다.)내기 골프를 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행동 중 하나가 바로 내기골프를 하는 동반 플레이어들에게 골프실력이 아닌 말로서 상대방의 심리를 흔들어 놓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내기골프에서 승패를 가름하게 되는 것은 경기가 시작된 직후가 아닌 첫 번째 티잉 그라운드 그 이전부터 시작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락카룸에 들어서면서부터 이 오럴 해저드를 들먹거리게 되는데 그 시작은 바로 다름 아닌 실력 차에 따른 몇 점을 줄 건지에 대한 ‘스트로크’의 수에 따라 처음부터 아주 미묘한 신경전이 시작된다.‘5점을 주어야 한다’ ‘안된다. 절대 줄 수가 없다’로 시작한 골프는 대번에 감정싸움으로 비화해 ‘치사하다’부터 ‘돈 독이 오른 XX놈’까지, 상대방의 공이 벙커로 향하고 있으면 속으론 ‘들어가라’고 바라면서 겉으로는 “아이고, 김사장님! 요즘 한 거리 하십니다”라며 비아냥거리기, 심하게 뒤땅을 친 동반자에게 다가가 “다음부턴 앞땅을 치도록 해보게”라고 하기, 동반 플레이어가 어드레스를 취한 후 치려고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박사장, 오른쪽은 오비라네. 왼쪽은 해저드고…”라고 친절(?)하게 해저드 일러주기, 장타자인 친구에게 “장타와 OB는 항상 단짝이라지 아마” “페어웨이는 자네에겐 필요없는 장소구먼” “자, 이번 홀에 원 온 어때? 자넨 할 수 있지. 오케이”라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하기, 친구가 오비를 내면 “와! 이 친구 우정의 샷 좀 보게. 정말 우정이 돈독한 친구야”하기, 잘 치던 친구에게 다가가 “자네~ 백스윙에서 오버스윙을 너무 많이 하는데”라고 하며 순식간에 스윙 망쳐놓기, 오르막 그린 위에서 실수로 홀에 한참 못 미치게 짧게 치면 바로 “야, 오늘 그린이 너무 느린데”하며 상대방 교란하기, 파 3홀에서 5번 아이언으로 치고 난 후 “아, 6번 아이언이 너무 길군”하며 상대방의 클럽 선택에 혼란주기, “내가 드라이버샷을 너처럼 3백야드만 보내면 매 홀 버디하겠다”며 “하긴 연필 길다고 공부 잘 하는 것은 아니지”라고 비아냥거리기, 심지어 잘 맞는 친구의 가족들까지 운운하며 친구의 샷을 망쳐 버리기까지 각양각색이다.모르긴 몰라도 대부분 아마추어 골퍼들은 이같은 오럴 해저드를 당해 보았을 것이고 또 현재도 아무런 생각없이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런 말들이 골프에서는 약간의 조미료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도가 지나치면 심각한 감정 싸움으로 대립할 수 있으므로 <한경BUSINESS designtimesp=21105> 독자 분들은 조금은(?) 자제했으면 한다. 오늘도 골퍼들에게 영원한 숙제인 오럴 해저드를 위해 열심히 연구하는 많은 분들, 골프는 상대방과의 승부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자연과의 승부이며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경기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그러나 아직도 내 주변엔 내 샷의 실수에 이렇게 말하는 친구들이 많다. “너 프로 맞어?”아~ 정말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