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지금까지 세계경제가 돌아가는 상황을 놓고 본다면 연초 전망보다는 상당히 부진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미국경제의 둔화폭이 심하고 일본경제는 장기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경제도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경기둔화세가 역력하다. 개도국 경제도 의외로 부진하다. 특히 미국과 일본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동남아와 중남미 경제는 경기침체의 골이 깊다. 주요 교역국중에서는 중국경제만이 유일하게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정도다.앞으로 세계경기는 어떻게 될 것인가. 무엇보다 통상환경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데다 국제관계에 있어 각국의 경제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정책협조가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오는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릴 제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담에서 예상대로 뉴라운드와 중국의 WTO가입문제가 확정될 경우 국제통상환경이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뉴라운드 협상이 출범된다 하더라도 한국과 같은 개도국 입장에서는 생산공정을 변경한다든가 각종 기준과 관행을 국제기준에 맞춰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개별국가 차원에서 올 하반기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이는 변수는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올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들이 단기간에 금리를 대폭 내림에 따라 물가수준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이미 제로수준에 떨어진 상태다. 다행인 것은 세계경기 순환상으로 이번의 경기하락국면이 거의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과거 세계경기의 하강국면이 평균 11∼12개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하반기에 침체국면에 접어든 이번 경기는 이미 1년이 넘어서고 있다.독일 프랑스 중심 유럽경제도 침체국제통화기금(IMF) 등 예측기관들도 하반기부터 세계경기는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회복의 모습에 있어서는 하반기에 곧바로 회복될 것으로 보는 ‘V’자형보다는 회복되더라도 체감적으로 느낄 정도의 회복세는 올해 말에 가서야 가능하다는 ‘U’자형에 무게를 두고 있다.국별로는 보는 시각에 따라 논란이 있으나 미국 경제는 이미 회복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96년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향후 미국 경제를 판단하는 30가지 지표 중 가장 신뢰하고 예측력이 높다고 평가하는 채권시장에서 형성되는 장단기 금리차가 정상을 되찾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도 올 하반기 들어서는 금리인하 효과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게다가 7월 들어 세금감면책이 실시될 경우 미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 민간소비가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IMF 등 주요 예측기관들은 이런 요인을 감안해 내년 들어 미국경제는 3%대로 성장률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반면 일본경제는 내년까지 지금의 장기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정치권 혹은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위정자들의 경제주도력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다. 일본처럼 정부주도형 경제에 있어서는 이 요인이 경기회복 여부에 중요한 열쇠기 때문이다.경제적으로도 일본 국민들의 소비가 살아나기는 힘들 것 같다. 현재 국민들은 일본 정부가 금리인하 상품권 발행과 같은 어떤 신호를 준다 하더라도 전혀 반응하지 않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있다. 정책수단에 있어서도 이미 통화정책은 한계에 이른 데다 국민소득(GDP)의 11%에 이른 재정적자와 GDP의 1백32%에 이른 국가채무를 감안할 때 추가적으로 재원을 조성해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재정정책상의 여유가 없는 상태기 때문이다.유럽 경제도 심상치 않다. 최근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경기가 침체되는 데도 불구하고 인플레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세운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어 금리인하와 같은 경기부양수단을 추진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다행히 빠르면 영국을 비롯한 스웨덴 덴마크가 올해말에는 유로랜드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내년 3월부터 유로랜드내에서 공식화폐(Legal Tender)로 단일통화인 유로화만 인정될 경우 역내교역 증가와 같은 자체성장요인으로 유럽 경제는 정상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이상과 같은 선진국 경제를 토대로 볼 때 개도국 경제도 본격적인 경기회복세는 내년에 가서야 가능해 보인다. IMF 등 주요 전망기관들은 올 하반기 개도국 경제는 상반기와 비슷한 4%내외의 성장세를 보인 후 내년 들어서 5.5%정도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중국 WTO 가입, 11월 마무리될 듯올 하반기 이후 중국경제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중국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중국본토와 홍콩 대만간의 중화경제권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도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기채시장에서 만큼은 화교자금이 유태계 자금을 앞질렀다.현재 예상대로라면 오는 11월에 중국의 WTO 가입문제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WTO에 가입될 경우 경상거래나 자본거래 측면에서 개방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여 개방에 따른 추가적 성장요인이 중국경제의 성장세를 더욱 제고할 것으로 예상된다.한편 대외가격변수 측면에서는 엔 달러 환율은 일본경제의 침체세를 감안할 때 올 하반기에는 1백30엔대로 상승하다가 내년 들어 안정(하락)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1백15∼1백20엔 이하 수준으로 떨어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오히려 미국과 일본이 엔화 약세를 용인할 경우 미일간의 경제여건을 감안한다면 1백30엔 이상으로 오를 소지가 많은 상태다. 달러 유로 환율은 올 하반기 이후에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말에 영국 등이 가입할 경우 유로화의 사용범위인 유로존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앞으로 중국이 WTO에 가입할 경우 위안화 가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가 국제금융시장의 최대관심사다. 일부에서는 갈수록 중국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과 대량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출을 늘려야 된다는 차원에서 위안화 가치는 절하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중국이 WTO 가입 이후 94년부터 ‘1달러=8.28위안’을 중심환율로 유지해온 고정환율제가 포기될 경우 위안화 가치는 기본적으로 중국 외환(달러)사정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 1천6백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에다 매년 2백억∼3백억달러가 넘는 무역흑자를 감안할 때 오히려 위안화가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국제금리는 단기금리 기준으로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금리가 제로인 상태가 올 하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국가들의 경제가 하반기 들어서도 체감할 수 있는 만큼의 회복세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 들어 세계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경우 의외로 빨리 국제금리가 상승국면으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이번 경기가 단기간에 급격히 침체됐으나 인플레 요인은 가시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올상반기에 단행한 금리인하로 하반기 들어서는 인플레 압력으로 연결될 소지가 많다.이상과 같은 세계경제 전망을 놓고 본다면 일단 올 하반기에 세계경기가 회복국면에 진입하더라도 경제주체들이 체감할 만큼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따라서 국내기업들도 올 하반기에도 경영의 중점을 원활한 현금흐름(cash-flow)에 둬야 한다. 만약 cash-flow에 문제가 생길 경우 기업들은 언제든지 생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데에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