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이 운영하는 이른바 ‘1인 기업’에서 40년간 10억달러어치의 물건을 팔 수 있을까. 연간으로 계산하면 약 2천5백만달러로 우리돈 약 3백5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40년 동안 1년 3백65일을 매일 하루 평균 1억원어치씩의 물건을 판 셈이다.더욱 놀라운 것은 기업체 세일즈맨처럼 판매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품을 스스로 개발하고 테스트하며 연구개발(R&D) 활동도 한다. 제조는 물론 포장까지도 직접 간여한다. 물론 광고섭외를 위해 각종 매체와 접촉하고 좋은 광고시간대를 사는 것도 그의 몫이다.이같은 ‘원맨쇼’의 주인공은 올해 66세인 론 포페일(Ron Popeil). 론코 인벤션이란 회사의 창업자인 그는 지난 40년간 미스터 마이크로폰, 연기가 나지 않는 재떨이, 대머리를 위한 스프레이 머리카락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했다. 물론 모두 자신의 아이디어로 직접 개발한 제품들이다. 최근 들어선 음식탈수기, 파스타나 소시지 굽는 기기 등 주방기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내놓은 제품은 고기 굽는 오븐으로 불과 2~3년 사이 2백50만대가 팔려 무려 4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그의 원맨쇼가 알려지면서 요즘 일이 하나 또 늘었다.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다. 그동안은 제품광고를 위해 그가 언론매체를 만나길 원했지만 이제는 각종 매체에서 그를 만나길 원한다. 그의 ‘노하우’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최근 전현직 대통령 등 화제의 인물들만 나오는 CNN방송의 1시간짜리 생방송 래리킹 인터뷰에 출연했다. HBO란 영화전문 케이블텔레비전에서는 아예 그의 일대기를 스토리로 만들어 방영했다. 각종 경영잡지들도 앞다퉈 그를 소개하고 있다.제조·포장·영업 등 ‘원맨쇼’ 화제그가 혼자서 사업을 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여럿이 하면 이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면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추거나 손해를 볼 확률이 많다”고 얘기하는 그의 설명은 아주 논리적이다. “기업들은 1백가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 중 한가지만 성공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는 엄청난 낭비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는다. 한번에 한가지 아이디어만 내고 그것을 밀고 나간다”고 말한다.물론 그의 회사에는 2백명의 직원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하는 일은 창고 회계 고객서비스담당 업무일 뿐이다. 텔레마케팅은 하청을 주고 있다. 결국 제품개발에서 판매까지 기업경영의 핵심줄거리 중 그의 손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혼자인 포페일은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할까. <세기의 세일즈맨 designtimesp=21210>이란 자서전적 책에서 그는 “세일즈는 배우들이 받는 갈채와도 같다”고 말한다. 돈보다 명예를 얻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한다는 얘기다. 이는 그의 불우했던 어린시절을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아주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한 그는 조부모 품과 고아원을 오가며 자랐다. 그는 “어린시절에 대한 좋은 추억이 하나도 없다”며 “당시 고독은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토로할 정도다.18세 때 수소문 끝에 아버지가 사업하고 있는 시카고로 가 아버지 회사에서 물건을 받아 시장에 내다 파는 일을 시작했다. 그때 스스로 세일즈에 재질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 자신감이 오늘까지 그를 세일즈 전선에서 뛰게 만들었다.그는 성공비결에 대해 어렸을 때 세일즈를 처음 할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공식을 적용한다고 말한다. 제품에 대해 아주 설득력있게 설명하는 것으로 요즘 용어로는 ‘정보제공광고(Infomercial=Information+Commercial)’를 효율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문제점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이런 제품에는 통상 어떤 문제들이 있는 데 이 제품은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주고 있다”는 식의 확실한 문제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점이다. 이런 문제해결 방식의 설득 마케팅이 그에게 ‘인포머셜의 황제’라는 별명까지 붙여주고 있다.“TV광고, 천천히 말하고 재밌게 진행하라”처음부터 쉬운 것은 아니었다. 세일즈를 처음 시작한 50년대엔 인포머셜을 ‘입’으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최소한 8시간을 계속 떠들어야 했다. 점심 먹을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내기 힘들었다. 저녁 때는 누구와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목이 아파 거의 먹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 때도 많았다. 그러나 당시 그렇게 해서 하루에 1만달러씩을 팔았다. 20~30달러짜리 제품을 그렇게 많이 팔았다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었다.그런 생활에 변화가 온 것은 수만달러가 든다고 생각했던 TV광고가 5백달러만 내면 가능하다는 친구의 귀띔 때문이었다. 그는 당장 5백달러 광고가 가능했던 플로리다주 탐파의 WFLA이란 지방 방송국을 찾아갔다. 거기서 그는 차를 닦으면서 흐르는 물로는 정원에 비료를 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는 론코 스프레이건에 대한 광고를 했다. 혼자 하루종일 떠드는 것을 TV가 대신하도록 한 셈이다. 소규모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광고를 해 4년간 무려 1백만개의 스프레이건을 팔았다.80년대 후반 톨프리(무료)전화와 텔레마케팅이 생겨나고 TV광고 시간도 점점 길어지면서 그의 인포머셜은 더욱 빛을 발했다. 그는 광고를 발명하지 않았지만 광고를 가장 잘 활용한 사람으로 뽑히고 있다.그가 말하는 인포머셜의 기본 또한 간단하다. 물건을 팔 때 천천히 말하라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주려고 빨리 말하면 발음이 분명하지 않을 뿐더러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또 사람들은 빨리 말하는 사람은 뭔가 감추려는 것으로 생각하며 잘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게 그의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다. 대신 제품소개를 분명하고 이해하기 쉽게 해야 한다. 특히 재미가 있어야 한다. 판매를 늘리려면 짧은 광고일지라도 소비자들이 그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광고하려는 제품의 가격대 선정도 중요하다. 그는 경험에 비춰볼 때 예외는 있겠지만 30초짜리 TV광고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소매가격이 30달러(약 4만원)를 넘으면 곤란하다고 말한다. 요즘같은 불경기에는 20달러선이 알맞은 가격이라 한다. 짧은 광고에서 40~1백달러짜리 광고는 효과가 없다. 왜냐면 30초라는 시간은 그런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도록 설명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못되는 탓이다. 그렇다고 값을 더 낮추는 것은 곤란하다. 가격이 낮으면 이윤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그는 이제 국제마케팅을 생각하고 있다. 첫 공략대상은 유럽. 공략방법은 물론 인포머셜이다. 광고속 오븐 안에서 굽는 고기를 유럽의 각 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기들로 모두 바꾸는 등 세심한 데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