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로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하가 러시를 이루면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1% 미만 또는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다수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연 0.1∼0.2%포인트씩 인하해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연 5.4∼5.5% 수준. 예금금리를 주소득으로 삼아 생계를 꾸려가는 금리생활자들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실질금리란 은행들이 제시하고 있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금리다. 예컨대 국민은행은 1년짜리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를 연 5.5%로 고시하고 있다. 만약 예상되는 물가상승률이 연간 5%라고 하면 실질금리는 0.5%에 불과하다.그런데 이 실질금리도 모두 예금이자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5.5%의 예금이자가 계산되면 여기에서 이자소득세와 주민세 등 16.5%의 세금을 내야 한다. 세금을 전체 예금금액에 대비해 보면 약 0.9%(5.5×0.165)에 해당하기 때문에 1년짜리 정기예금의 세후수익률은 4.6%에 불과한 셈이다. 연간 예상물가상승률이 5%라고 한다면 세후 실질수익률은 마이너스 0.4%다. 오히려 예금자가 손해를 보는 결과를 초래한다.좀 더 부연설명하자면 2천만원을 1년짜리 정기예금으로 은행에 맡겨논 후 만기가 되면 예금자는 세금을 공제하고 92만원의 이자를 붙여 2천92만원을 되돌려 받게 된다. 그런데 예금을 맡길 당시 2천만원으로 중형승용차 1대를 살 수 있었다고 하자. 그런데 1년뒤 자동차값이 5% 올라 2천1백만원이 됐다면 예금했다 되돌려 받은 원금과 이자 2천92만원으로 똑같은 자동차를 살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은행에 예금을 하려는 사람이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예금자들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으려면 물가가 세후 실질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안정돼야만 한다.그런데 올들어 우리 물가동향이 심상치 않다. 가뭄으로 인한 농수산물 가격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 1분기에는 전년대비 4.2%가 오른데 이어 2분기에도 5.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대로 간다면 자칫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우려도 없지 않다.그런데도 한국은행과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내리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은행입장에서 보면 은행에 돈이 몰려 들어와도 이 돈을 마땅히 굴릴 데가 없다.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하려 해도 주가전망이 불투명해 자칫 잘못하면 손해를 볼 우려가 있고 그렇다고 기업들에 대출을 해주자니 불황속에서 언제 부도위기를 맞을 지 몰라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은행에 돈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은행금리가 낮아지면 은행예금이 빠져나가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쥐꼬리만한 이자를 받느니 차라리 물건을 산다든가 아니면 부동산 등 실물에 투자하려는 경향도 나타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활동이 활발해지고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됨으로써 전반적인 경기를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주가가 연간 5% 가까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예금금리가 5%를 넘으면 사람들은 은행에 돈을 맡길 것이다. 하지만 금리가 4%로 떨어진다면 주가전망이 종래와 같은 5% 상승이 예상된다 하더라도 은행보다 주식에 투자하려 할 것이다.증시에 돈이 몰리면 주가가 오르고 주식거래는 더 활발해진다. 기업들도 증자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쉬워진다. 결국 경기부양이 가능해진다. 금리인하가 노리는 기대효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