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도 경제’ 풍조 만연 … 대중매체에 의해 자극되고 부풀려져

외모에 대한 대중의 욕망은 영상대중매체에 의해 더욱 더 저극되고 부풀려진다.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브라질 출신의 한 여자 슈퍼모델이 한 패션쇼에서 8만달러의 개런티를 받았다. 이 돈을 그녀가 무대 위에서 걸었던 걸음 수로 계산하면 그녀는 걸음 당 3백45달러를 벌은 셈이다. 초고액의 몸값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 디자이너들이 고액의 돈을 지불하며 그녀에게 옷을 입히려고 안달하는 이유는 그녀가 패션쇼에서 입은 옷이 날개 돋친 듯 팔리기 때문이다.오늘날 이처럼 몸값이 비싼 사람들로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연예인, 강인한 체력을 가진 프로운동선수들이 있다. 이들은 재능도 뛰어나지만 몸이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데 이런 특수한 직업인 말고 일반 사람들에게도 몸은 중요하게 인식되고 자산적 가치가 있다. 그러면 보통 사람들의 몸값은 얼마일까? 이런 질문은 듣는 이에 따라 상당히 무례하고 불쾌한 질문일 수 있다.사람의 몸에 상품적 가치를 매기고 돈으로 환산하려 하는 태도는 비인간적이고 물신주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 현상의 본질에 접근하려면 보다 현실적이고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의 몸은 노동력의 매매 경우처럼 교환가치를 지닌다. 몸은 하나의 자원으로서 사회적 힘이나 사회적 불평등의 요인이 된다. 그래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자기 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몸을 가꾸고 관리하는 데 시간과 금전을 투자한다.몸은 노동과 생식의 근원이다. 건강한 신체와 성적 매력이 있는 외모는 사람들의 호감을 산다. 질병이 없는 강건한 몸을 가진 사람은 자신감 있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고 아름답고 섹시한 몸은 직장을 얻거나 배우자를 얻는 데 유리하다. 사람들은 사회가 부여하는 몸의 미학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알고 이를 추구한다. 우리가 직접적으로 몸값을 매길 수는 없지만 적어도 몸은 다른 자원으로서 전환이 가능한 하나의 자본, 신체자본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회가 원하는 특정한 형태의 기준에 우리 몸을 사회화시키며 몸에 투자를 한다.‘훌륭한 외모는 하나의 자본’ 인식 확산몸이 정신을 나르는 단순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이제 사람들은 몸의 가치를 알고 훌륭한 몸을 숭배하기에 이르렀다. 몸이 사회적 가치를 지니는 이유는 그 건강함 젊음 성적 매력의 이미지 때문이다. 훌륭한 외모를 하나의 자본으로 인식하고 예쁜 얼굴과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만드는 데 몰두한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몸의 이미지를 동경하고 이런 몸을 갖기 위해 식이요법 운동 성형수술 몸매교정 화장법 피부관리 등에 신경을 쓴다.현대인의 아름다워지기 위한 욕망 충족과 육체자본의 축적을 위해 등장한 것이 외모산업이다. 다이어트식품 다이어트댄스 한방다이어트 등 다이어트 파생산업에서부터 피부마사지 탈모방지 및 발모 지방흡입술 미용운동 성형미용수술 등의 산업이 번창하고 있다. 턱을 깎아 갸름한 얼굴형을 만들고 수려한 이목구비를 위해 쌍꺼풀 수술과 콧날을 오뚝하게 세우는 수술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가슴의 크기도 조절하고 지방흡입술로 몸매도 다듬는다.사람들이 이처럼 다이어트와 성형수술을 통해서라도 몸을 바꾸려는 이유는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신체모델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자로 잰 듯이 이상적으로 분할된 얼굴과 몸매를 가진 사람은 극소수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술을 해서라도 이상형에 도달하려고 한다. 계란형 얼굴의 미모와 강건하고 잘 다듬어진 완벽한 신체는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다.대중의 욕망은 패션 여성 잡지와 광고 영화 드라마 등 영상대중매체에 의해 더욱 더 자극되고 부풀려진다. 대중매체는 외모의 사회적 가치와 상품적 가치를 강조하고 그 정당성과 효용성을 부풀린다. 대중은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을 충족하고 이를 상품적 가치로 자본화하기 위해 외모산업에 의존하게 된다. 얼굴과 몸 가꾸기에 노동이 투여되고 자본이 투자되는 것은 당연한 자본주의의 행위양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수요자의 투자와 소비행위에 맞춰 미용산업 및 성형산업 등 외모관련산업 시장이 형성되고 번창하는 것도 자본주의적 현상이다.외모가 취업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현실에 적응하려는 한 취업준비생의 투자와 소비 욕구에 맞물리는 외모산업의 예를 들어보자. 다음은 취업준비 여대생의 외모를 위한 투자 내용이다. 그녀는 쌍꺼풀을 만들고 낮은 코를 세우느라 3백~4백만원, 주근깨와 잡티를 없애기 위해 박피수술을 두 차례 받느라 4백만원이나 투자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머리염색과 손질 등에 30만∼40만원을 쓰고 10여만원이 드는 화장을 한다. 그리고 프로필 사진과 면접을 위해 일류 디자이너가 만든 2백만원 이상 고급 정장도 한 벌은 사둬야 한다.이 여대생의 경우처럼 일반 사람들도 언젠가 사회적 효력을 발휘할 육체자본의 축적을 위해 몸에 경제자본을 투자한다. 사람들은 육체자본이 경제자본화하는 그 전환능력을 굳게 믿으며 투자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들은 육체 자본이 언제나 보상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를 지녔다고 믿는다. 때로 고혹적인 아름다운 육체가 사회 계급관계를 뛰어넘는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힘이기 때문이다.한편, 사회계급에 따라 몸을 취급하는 의식과 태도가 다르고 몸에 투자하는 방식이 다르다. 몸을 통해서 계급의 구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육체노동을 하는 노동계급은 살찌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지만 조깅 헬스 등 몸매관리에 시간과 자본을 투자할 여유가 없다. 질병에 걸릴 확률도 높다. 이들에 비해 상류층과 중상층 계급은 시간과 자본 투자에 있어 여유가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몸에 신경을 쓰고 투자하며 관리할 수 있는 몸에 대한 지배의식을 갖고 있다. 이것이 다른 서민 계층의 의식과는 구별되는 의식이자 태도다. 이렇게 외모에 대한 의식과 투자는 남과 구별되고 차별되는 사회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계급 차별화를 위해 신체 자본에 투자하는 행위는 19세기 유럽 신사의 경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남달리 건강한 몸을 단련하기 위해 체육관에 모여 집단적으로 운동을 하기도 했다.그러면 인간이 몸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단지 계급 차별화를 위한 자본으로서의 육체 투자와 몸의 상품화를 위한 까닭인가? 육체자본은 그렇게 가치가 높고 영향력이 있는 자본일까? 특히 여성의 몸에 대한 몰두와 관리는 단지 남성들의 시선과 욕망에 부응하기 위한 행위일까? 아름다운 외모 관리를 위해 턱을 깎고 살을 빼는 행위를 단순히 육체에 대한 폭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몸에 대한 물신주의적 숭앙은 자본주의 사회의 타락한 일면일까?사실상 육체자본은 경제자본처럼 견고하지도 못하고 유동성도 없는 자본이다. 육체자본은 노화에 따라 그 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노화가 육체자본을 평가절하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노화에 대한 저항은 당연한 것이다. 이렇게 육체자본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매우 취약하고 투자의 위험성이 높은 자본이다. 그럼에도 남녀 모두 아름다운 외모를 갖기 위한 몸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경제자본화할 수 있는 신체자본의 축적 때문만은 아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자기실현과 자아만족을 위한 자기정체성 형성에 관련되기 때문이다. 몸은 노동과 생식을 위한 도구인 동시에 자기 실현과 자아정체성의 표현이기 때문이다.“여성 성형 열풍은 가부장적 관념 탓”인간은 사회화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몸을 의식하며 심리적 사회적 정체성을 갖게 된다. 인간은 합리화되고 개성화되는 자기 몸에 대한 성찰을 통해 자기정체성을 형성한다. 그리고 자아의식으로 통제되고 관리되는 몸과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 몸을 통해서 비로소 존재론적 안정감을 얻게 된다. 사람들이 외모 가꾸기에 몰두하는 이유는 주체적인 육체인식을 통해서 자기 실현과 자아정체성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외모의 사회적 가치 및 상품적 가치의 효용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소비를 하며 자아형성과 자기만족을 극대화시키려고 한다.한편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외모에 대한 자아 의식이나 콤플렉스가 많은 것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자기 실현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여성은 남성의 시선과 욕망에 따라 수동적으로 외모치장을 하는 것만은 아니다. 아름다운 외모는 남녀 모두에게 자아만족과 자아도취를 불러일으키면서 강한 성취욕과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아름다운 육체, 그것은 소비자본주의의 욕망과 자아실현의 욕구가 만나 만든 하나의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