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웹닷컴 회사를 경여하는 로버트 맥킨리씨 가족.지난해 11월 메릴랜드주 프레드릭에서 카드웹닷컴(CardWeb. com)이라는 회사를 경영하는 로버트 맥킨리씨(49)는 자신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17세 아들 안드리스를 뉴올리안즈에 출장보냈다. 어린 아들은 리셉션에서 본의아니게 술을 섞어 마셨고 다음날 집에 돌아올 때까지 거의 술에서 깨지 못했다.맥킨리씨는 아들과 대화를 나눈 뒤 아버지로서 1주일간 외출금지를 명령했다. 그리고 직장 상사로서 그 기간 동안 일을 못하게 했다. 임금도 주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아버지와 직장상사의 입장에서 동시에 두 가지 처벌을 내린 셈이다. 그런 일을 저지르기 쉬운 나이지만 어찌됐든 규정을 어겼고 또 회사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안드리스는 “그때 큰 충격을 받았다”며 “그러나 다시는 그런 일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고 말한다.미국에는 카드웹닷컴 같은 가족회사가 1천2백만개 이상이 있다. 이런 회사들을 성공으로 이끌려면 맥킨리씨처럼 두 가지 역할을 어떻게 슬기롭게 해나가느냐에 달려 있다.맥킨리씨가 금융서비스회사인 카드웹닷컴을 차린 것은 15년전. 아내 아니타와 함께 지하실에 사무실을 두고 시작했다. 지금 6명의 자녀중 4명이 회사의 핵심 포스트에서 일하고 있다. 장남인 디벡(26)은 관리담당 매니저, 차남 에리안(23)은 기술담당 매니저,장녀 티사(24)는 고객서비스매니저로 일하고 있고 3남 안드리스(18)는 회사의 멀티미디어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남편과 함께 창업한 부인은 아직 어린 시에나(10)와 가렛(7)을 돌보기 위해 회사일에 손을 놓고 있다.무언의 규칙 “아버지가 말하면 따르라”성공한 가족경영업체로 꼽히는 카드웹닷컴을 운영하는 맥킨리씨는 CEO와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자칫 잘못하면 가족간의 갈등이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게 되고 거꾸로 사무실에서의 문제가 가족관계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은 이 두 세계에 담을 쌓아 놓고 지내는 것. 그는 “집에서는 아버지일 뿐이고 회사에서는 직장 상사일 뿐”이라고 말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그는 몇 가지 규칙을 만들어놓고 있다.●제1법칙=사무실에서는 절대로 가족문제를 논의하지 않고 집에서는 직장얘기를 하지 않는다. 집에서 사업얘기를 하는 것은 부인이나 아이들의 배우자들에겐 생소한 얘기들이어서 이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무실에서도 이들 가족과 함께 일하는 12명의 다른 직원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가져올 수 있다.●제2법칙=형제 자매중 누구도 다른 형제의 상관이 되지 못한다. 같은 라인에서 일할 경우 서로 라이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제3법칙=사위나 며느리는 회사에 들어올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만약 사업이 잘못되면 그들이 집안의 생계를 유지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제4법칙=가족들은 맥킨리씨를 집에서는 아버지라고 부르고 회사에서는 로버트라고 불러야 한다.그러나 이들 법칙 위에 있는 무언의 규칙이 하나 있다. 아버지가 말하면 따르는 것이다. 맥킨리씨는 자식들이 하루에 무엇을 했는 지를 요약한 일일보고서를 요구하는 등 비즈니스를 구석구석 챙기고 있지만 불평할 수는 없다.가정과 회사의 구분이 애매해지는 때가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 맥킨리씨가 아들들과 함께 골프라운딩을 할 때다. 이 때는 사업이야기와 가족얘기를 자유롭게 한다. 이 골프 모임에 대해 딸 티사는 “부자간의 유대를 강화하는 시간”이라고 평한다.맥킨리씨는 아이들의 회사내 역할을 정확하게 구분시킨다. 일을 놓고 서로 경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티사는 대부분 고객이나 은행으로부터 들어오는 질문을 처리하고 에리안은 그가 16세 때 만든 컴퓨터 웹사이트를 관리한다. 안드리스는 종종 크레디트카드전문가로 인용이 되는 그의 아버지가 집안에서 방송을 할 수 있도록 TV방을 꾸미는 일을 한다. 이 회사는 월스트리트저널이나 유에스에이투데이 로스엔젤리스타임즈 등에 그들이 매월 발간하는 이자율이나 크레디트카드수수료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가족끼리 사업할 땐 재미있게 일해야맥킨리씨는 자식들에게 가능하면 재미있게 일하라고 요구한다. “가족끼리 하는 사업은 정체되기 쉽다”고 말하는 그는 “그렇기 때문에 흥미있는 일을 자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그는 안드리스를 할리우드의 미국영화협회에서 주관하는 1주일짜리 비디오 편집클래스에 보냈다. 안드리스는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매우 흥미있게 교육을 받고 왔다”며 “회사일에 활력소가 된다”고 말한다.경영컨설턴트이며 <가족기업에서 가정을 지키는 방법 designtimesp=21357>이란 책의 저자인 쿠엔틴 플레밍은 “가족기업을 운영하려면 이같은 창조적 발상이 필요하다”며 “기업이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해야 하지 않을 일과 할 일을 정확히 구분하고 일에 흥미를 유발시키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한다.물론 맥킨리씨는 다른 가족경영업체들과는 달리 카드웹닷컴을 영속적인 가족회사로 가져갈 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아이들을 기업가로 만들어 언젠가는 그들이 독립해 자신들의 회사를 꾸려 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때쯤이면 그는 은퇴하거나 혹은 누가 경영할 지는 몰라도 카드웹닷컴의 고문으로 일할 생각이다.맥킨리씨 자식들은 이미 스스로 돈 버는 기술을 터득하고 있다. 에리안은 6년전 고등학생일 때 당시 아버지와 함께 일하던 형 디벡과 나이트플라이닷컴(NiteFly.com)이라는 지역경제 웹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안드리스도 12세때 배너광고주로부터 7백달러의 수익을 올린 스케이팅보드관련 웹사이트인 www.sirdna.com(andris란 이름의 스펠링을 거꾸로 쓴 것)을 만들었다. 안드리스는 지금도 컴퓨터 벤처기업을 꿈꾸고 있다.맥킨리씨에게 한가지 유감이 있다면 티사가 한 때 미용사로 일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그의 자식들이 다른 곳에서는 직장생활을 해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는 자식들에게 늘 간접경험을 들려주며 “비즈니스는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져주는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자주 상기시켜주고 있다.가족경영업체를 이끄는 성공 법칙●제1법칙=사무실에서는 절대로 가족문제를 논의하지 않고 집에서는 직장얘기를 하지 않는다.●제2법칙=형제 자매중 누구도 다른 형제의 상관이 되지 못한다.●제3법칙=사위나 며느리는 회사에 들어올 수 없다.●제4법칙= 맥킨리씨를 집에서는 아버지로 회사에서는 로버트라고 불러야 한다.이들 법칙 위에 있는 무언의 규칙은 ‘아버지가 말하면 따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