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것이나 이상한 일에 강한 흥미를 가지고 찾아다니는 일. 바로 지난해부터 가장 많이 인구에 회자되는 단어인 ‘엽기’의 사전적 정의다. 액면 그대로 뜻만 보자면 ‘엽기’는 하드고어 호러영화나 스릴러에나 어울릴 만한 단어다. 하지만 지금 전국적인 열광을 불러일으킨 우리의 엽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전복, 이질적인 것들의 기묘한 결합, 그리고 이를 통한 포복절도의 개그와 동의어가 됐다. 사지가 절단되는 끔찍한 상황도 폭소만을 안겨주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의 엽기다.막 제대를 한 복학생 견우(차태현)에게 우연히 날아온 그녀(전지현)는 이런 점에서 엽기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술 주정으로 대신한 로맨틱한 첫 만남은 엽기적인 그녀의 오픈 게임. 그녀는 강물 깊이가 궁금해지면 가차없이 견우를 강에 밀어버리기도 하고 시험기간에는 시원스레 속옷을 벗어버리며 시도 때도 없이 “똑바로 해!”라며 피를 볼 때까지 견우를 쥐어 박는다. 하지만 견우는 웬지 모르게 이런 그녀에게 끌린다. 그리고 엽기 그 자체인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사랑의 상처가 깊이 배어 있었다.온갖 종류의 엽기적인 행동들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웬지 모를 매력을 느끼는 건 견우뿐이 아니다. 관객들은 늘상 당하기만 하는 견우가 불쌍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엽기적인’ 그녀의 행동이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통쾌하다. 그러나 그녀가 주는 이런 통쾌함은 단지 터프한 그녀의 행동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그녀는 누구나 인정하는 ‘여성적인’ 여성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지만 현실에서는 한 명쯤 친구로 가지고 있을 법한 인물이다. 그녀는 영화가,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그동안 여성에게 부여했던 모든 전형들을 시원스럽게 엎어 버린다. 그녀가 엽기적인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잘 알려진대로 99년 PC통신에 연재돼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동명의 연재 소설을 바탕으로 한 <엽기적인 그녀 designtimesp=21334>는 N세대 스타의 선두주자인 차태현과 전지현의 캐스팅만으로도 화제를 몰고 왔다. 그러나 이 두 명의 스타를 진정한 엽기 커플로 탄생시킨 주인공은 바로 곽재용 감독이다. 89년 데뷔작인 <비오는 날의 수채화 designtimesp=21335>를 통해 당시 젊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청춘 영화’의 대표적 감독으로 떠올랐던 그는 10년이라는 세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젊은 관객들의 기호를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는 듯 하다. <매트릭스 designtimesp=21336>에서 <비천무 designtimesp=21337>까지 기존영화를 패러디하는 과장된 웃음에서부터 톡톡 튀는 대사까지 <엽기적인 그녀 designtimesp=21338>는 코미디와 멜로 액션 등 다양한 장르들을 적절하게 혼합시키는 감독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 영화다.이렇게 과장된 웃음과 적절한 절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곽재용은 또한 배우들이 가진 ‘최고’를 끌어내면서 한국 영화에서는 극히 보기 드문 캐릭터 드라마를 제대로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남자 차태현은 특유의 애드립과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견우의 캐릭터를 생기발랄하게 그리고 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압권인 인물은 바로 타이틀롤인 ‘엽기녀’ 전지현. 소녀의 청순함과 성숙한 섹시함을 동시에 소유한 이미지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녀는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능청스러운 연기와 자연스러운 매력을 마음껏 자랑하고 있다.공연한국경제신문·국립극장 공동주최열대야 페스티벌8월3~8일(8월4일 제외) / 오후 7시30분~11시국립극장 문화광장(분수대 앞) / 무료지난 94년부터 토요문화광장을 통한 무료 문화공연행사를 펼쳐 온 국립극장이 지난해 이어 올해도 열대야 페스티벌을 연다. 올해는 ‘눈내리는 여름밤’이란 제목으로 불쾌지수가 높은 여름밤 시원한 눈길과 눈꽃을 선사할 예정. 이밖에도 다양한 공연과 영화로 도시의 무더위를 식혀줄 계획이다. 지난해는 5일 동안 하루 평균 5천명의 관객이 참여하는 등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공연 첫날인 8월3일엔 문화방송(MBC)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인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이 마련된다. 여행스케치 조규찬 이은미 크리잉넛 등이 출연한다. 페스티벌은 오후 7시30분부터 11시까지 1, 2부로 나눠 진행된다. 1부에서는 강산에와 리아(5일) 국립국악관현악단(6일) 윤도현밴드(7일) 등의 콘서트가 열린다. 2부는 <별주부해로(3일) designtimesp=21358> <스파이키드(5일) designtimesp=21359> <번지점프를하다(6일) designtimesp=21360> 등 영화가 상영된다. 1부와 2부 사이엔 다양한 이벤트와 레크리에이션도 준비돼 있다.부대행사로는 길이 8m 폭 2m의 얼음길을 맨발로 다닐 수 있는 얼음동굴, 특수 제작된 눈을 맞으며 영화나 광고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여름강설 등이 있다. 이외에도 ‘포토제닉 존’ ‘먹거리 존’ 등을 만들어 한여름밤 나들이를 즐겁게 할 예정. 먹거리 존에는 BEER 페스티벌, 열대음료 페스티벌 등이 준비된다.8월3일(금)부터 5일 동안 진행될 이번 ‘열대야 페스티벌’은 국악과 대중가요 록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날마다 새로운 문화 이벤트를 남산이라는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어 무더위에 지친 도심 속 현대인들의 피로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페스티벌은 한국경제신문사와 국립극장이 주최하고 하이트맥주가 협찬했다. (02)2274-1172, 2264-8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