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 자신감 불러 일으키며 신뢰구축 총력 … 워크아웃 조기졸업 결실 눈앞
올들어 회사가 흑자행진을 하는 등 장래가 상당히 밝아 보입니다. 올 경영실적은 어떨 것으로 예상하십니까.지난해 10월 대우중공업에서 분리돼 나오면서 웬만한 부실은 다 반영했습니다. 이러다보니 지난해는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6백77억원의 경상적자가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 1분기부터는 수출이 늘고 여기에 환차익까지 보면서 흑자로 반전했지요. 그래서 상반기 5백9억원의 경상이익을 냈습니다. 하반기에는 미국시장이 불투명해 굴삭기와 공작기계 수요가 20~30% 정도 감소하는 등 불안요소가 있긴 하지만 유럽 및 중국시장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2백억~3백억원 가량의 경상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올해 7백억~8백억원의 경상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여기엔 중국의 대우연대유한공사의 이익분이 빠져 있어요. 이 부분을 포함하면 연말께 경상이익이 8백억~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봅니다. 당초 사업계획인 54억원에 비하면 거의 20배에 해당되는 금액입니다.적자의 늪을 빠져 나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입니까.경영층과 직원들간 신뢰가 비결이 아닐까요. 지난해 3, 4월께 회사(당시 대우중공업내 종합기계사업부문)의 현금흐름이 아주 안 좋았습니다. 직원들의 퇴직금 6백억원이 밀려 있었고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회사내 현금은 고작 채권단에서 빌려온 5백5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채권단에선 (돈을) 더 이상 빌려줄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죠. 직원들의 사기저하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현금확보를 지상 최대과제로 삼고 악착같이 뛰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많은 직원들이 퇴사하는 등 아픔이 있었지만 이 덕분에 지난해 밀린 퇴직금과 월급을 다 해결했고 삭감된 급여도 원상회복시킬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현금 1천5백억원 가량이 확보돼 있습니다.직원들의 사기앙양과 함께 경영층과 신뢰를 쌓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저는 6개 사업장을 2개월에 한번씩 모두 찾아가 직원들에게 경영설명회를 했습니다. 경영층과 직원들간 신뢰가 어느 정도 쌓이자 조직을 전투형인 사업본부별 책임경영 체제로 바꿨습니다. 역시 신뢰가 쌓이니까 능률이 상당히 오르더군요.현금확보가 쉽지만은 않았을텐데요. 특별한 노하우가 있습니까.일단 아쉬운 대로 대우조선에서 3백억~4백억원을 빌리기로 했죠. 직원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려는 노력을 보여야 직원들이 뛸 것 아니겠어요. 이것으로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자 현금확보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습니다. 먼저 수금전담팀을 만들어 미수금을 회수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이들이 악착같이 뛰어다니다 보니까 1백50일 안에 미수금이 거의 회수되더군요.부품협력사들에는 “회사가 망하면 모두 망하니 큰집 좀 도와달라”고 사정을 해 어음을 90일에서 1백20일로 늘렸어요. 어음기일을 30일 정도 늘리면 6백억원 정도의 현금이 확보됩니다. 그리고 필요없는 부동산 및 유가증권을 모두 처분한다는 계획 아래 우선 경남 창원과 경기 의왕시에 있는 사원아파트를 매각했습니다. 이러다보니 지난해 7~ 8월께부터 현금흐름이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여기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조직을 대폭 정리해 직원수를 5천7백명에서 4천5백명으로 줄였고 투자도 확보된 현금내에서만 집행토록 하는 등 돈쓰기를 구두쇠같이 했습니다. 더욱이 지난해 선수금으로 들어온 방산대금 2천억원은 회사의 현금흐름을 향상시키는 데 일조를 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는 할부금융회사와 연계해 물건을 파는 즉시 현금을 회사로 유입했고 올들어서는 제품가격을 10% 정도 올리면서 할인폭을 대폭 낮췄더니 자연 현금이 쌓이더군요. 물론 수출이 잘 된 데다 환율인상 덕분에 수익증대에 따른 현금증가도 상당부분 있었습니다. 올 연말까지는 2천억원의 현금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합니다.회사를 이끌면서 어려웠던 점도 많았을텐데요.지난해 회사가 워크아웃 중이다 보니 ‘신기종 개발이 안되고 서비스도 잘 안된다’식의 유언비어가 나돌았어요. 더욱이 회사가 지난해 3월부터 분리된다고 얘기들은 나왔지만 계속 미뤄지자 악성루머들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딜러들을 직접 만나 해명을 하고 편지까지 보냈습니다. 나중엔 분리되고 나니까 ‘대우자동차에 보증을 섰다’는 말도 안되는 얘기마저 나오더군요. 그래서 미국에 광고까지 냈습니다. 대우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특별한 관계가 없다고 말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대우계열사들한테서 “혼자만 잘 살려고 하느냐”는 싫은 소리도 들었지요.현금능력이 좋아지면 앞으로 차입금도 상당부분 줄어들지 않겠습니까.지난해 대우중공업에서 분리돼 나오면서 떠안은 빚은 모두 2조1천억여원에 달했습니다. 이 중 1조원은 채권단이 출자전환해 사실상 부채는 1조1천억원만 남은 셈입니다. 올 상반기에는 미미하나마 1백59억원의 빚을 상환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철도차량 지분(39.18%) 및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33.3%), 디젤엔진사업부문 영등포공장 대전사옥 등을 매각해 빚을 갚으면 차입금은 8천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경우 부채비율은 2백99%에서 1백80% 미만으로 낮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좋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가능한 차입금 규모를 6천억원(연이자 4백억원) 수준으로 낮춰갈 계획입니다. 그래서 내년쯤에는 워크아웃을 졸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대우종합기계는 중국 진출 4년만인 올해 초 굴삭기 시장을 석권했습니다. 중국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입니까.저희는 장기계획을 갖고 중국을 공략했습니다. 직원들을 1년씩 북경대학에 보내 중국어와 문화를 익히게 했습니다. 지금은 공작기계 중국세일즈맨들만 10명에 달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90년대 중반에 중국에 대우연대유한공사라는 굴삭기제조 현지회사를 만들었습니다. 현지에서 생산하지 않고서는 가격 경쟁력이 없었거든요.대우연대는 초창기인 96년 1백20대, 97년 2백34대로 소량에 불과해 적자만 내고 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서부대개발 공사가 진행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어 지난해엔 1천4백25대의 굴삭기를 팔았습니다. 당연 중국 굴삭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올들어서는 공급이 달려 못 팔 정도로 시장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올해 생산능력을 2천5백대 규모로 올릴 계획입니다. 공작기계도 많이 팔렸어요. 사실 공작기계는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데 우리제품이 중국제품보다 20% 정도는 비싼 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중국모델을 새로 개발했습니다. 설계를 다시 하고 중국부품을 사용해 가격경쟁력 있는 제품이 탄생한 것이지요. 9월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갈 계획입니다.Profile in Mirror양사장은 서울대 기계과 졸업후 현 대우중공업 전신인 한국기계에 입사, 엔지니어로서 외길을 걸어온 ‘기계통’이자 신입사원에서 최고경영자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양사장은 대우중공업 재직시 국내 최초의 공작기계 개발, 각종 방산무기 독자 개발, 보급형 CNC선반 개발, 디젤엔진 개발 등 전문 엔지니어로 우뚝 섰다. 대우자동차에서는 통합 생산시스템을 통한 신생산관리 체제구축 등 엔지니어링과 경영관리 기법을 실천적으로 접목시키는 데 수완을 발휘했다. 양사장은 엔지니어답게 사전에 충분한 상황판단을 해 한번 방향을 정하면 묵묵히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양사장은 주기적으로 헬스장에 나가 체력을 관리한 덕분에 지금도 폭탄주 3잔은 거뜬히 마실 정도다. 양사장은 오페라 음반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는 ‘오페라 광’이기도 하다. 최근 최인호씨의 <상도 designtimesp=21470>를 읽고 감명 받았다는 양사장은 부인 김수련 여사와 1남2녀를 두고 있다.정리·이창희 기자 twin92@kbizweek.com사진·김기남 기자 gnkim@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