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이중 고민을 안고 있는 일본에서 애완 동물은 대화와 애정에 굶주린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탈출구 중 하나다. 사회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애완동물 및 이와 관련된 상품 비즈니스는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황금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색 돈벌이도 속속 얼굴을 내밀고 있다.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상품은 미용, 보험에서 장례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내용을 망라하고 있으며 ‘주인은 배를 곯더라도 강아지는 유기재배 채소를 사 먹인다’는 풍조까지 생겨났다.일본페트공제회가 취급 중인 건강보험 ‘페트라이프 플랜’은 애완동물 호강시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품이다. 이 보험은 도쿄 등 수도권 일대에서만 판매하고 있는데도 불구, 전국 각지에서 신청과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제회의 모리 시게키씨는 “애완동물의 고령화와 그에 따른 질병을 우려하는 사육가정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페트 건강보험은 잠재 수요가 엄청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미용서비스도 내용과 수준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강아지용 향수가 등장해 눈길을 끈 데 이어 도쿄도 세타가야구의 한 미용실에서는 머드 팩 마사지까지 동원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피부 미용을 포함한 강아지 머드 팩 서비스는 소형견의 경우 1회에 1만5천엔, 대형견은 3만엔을 받고 있지만 1개월에 최고 10건 정도씩 서비스 의뢰가 들어올 정도다.버버리 의류·목걸이 등 “없어서 못팔아”애완동물에 대한 과잉 정성은 서구 명품 브랜드의 강아지 의류까지도 인기 상품 대열에 합류시켰다.‘버버리’ 긴자점에서는 강아지 의류와 목걸이 등 장신구가 등장, 애완동물 애호가들의 대환영을 받고 있다. 이 점포의 한 직원은 소형견용 레인코트와 목걸이가 특히 인기라며 항상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물건이 달린다고 들려주고 있다. 애완 동물 장의업 역시 페트 붐을 타고 특수를 누리는 이색업종 중 하나다. 장의와 묘지관리 등을 전문으로 하는 ‘로쿠기엔’에서는 최근 수년간 애완동물의 매장의뢰가 급격히 늘어났다. 매장 신청은 강아지뿐 아니라 고양이 토끼 햄스터까지 다양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햄스터가 전체의 약 30%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애완동물에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 하는 애정을 틈타 최근에는 사육주보다 애완동물의 처지를 더 고려한 서비스 상품도 등장했다. 일본 페트 아로마틱세라피는 애완동물 스트레스를 줄여 줌으로써 사육주와 애완동물간의 거리를 좁혀 준다고 선전하는 업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애완 동물의 감정과 본래 습성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이 좋아하는 대로만 애정을 표현하는 사육주가 많아졌다”며 “이런 사육 가정일수록 동물의 심리 변화에 더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한다.강아지에게 신분증을 만들어 주는 비즈니스도 신종 돈벌이로 등장했다. ‘그린 독’이라는 업체는 강아지의 사진과 생년월일 주인이름 연락처 등을 기재한 명찰을 만들어 파는 업체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업체는 강아지가 집을 나갔을 때나 잃어 버렸을 경우 명찰은 귀중한 연락수단이 된다고 선전하고 있다. 또 사육주들 간의 정보교환 및 친교를 다지는 매개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찰 전문업체로 지난 99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페트미디어에는 월평균 2백건 정도의 제작의뢰가 들어오고 있으며 도쿄 고마자와 공원에서는 매주 일요일마다 같은 강아지를 기르는 사람들이 모여 명찰을 교환하는 등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목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