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회 미디어랜드 전략기획팀 부장기술도 알고 시장도 알고 ‘만능맨’“허부장 어디있지? 허부장 좀 내 방으로 오라고 해요” 데스크탑 자산관리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미디어랜드 이무성사장의 호출이다. 이사장은 회사 안팎의 중요한 사안이 생기면 제일 먼저 허영회부장을 찾는다. 현재 전략마케팅 팀장을 맡고 있는 허영회(35) 부장에 대한 이 사장의 신임은 대단하다. “다재다능한 사람입니다. 주어진 일을 마다한 적이 없어요. 어떨 땐 너무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허팀장 같은 사람들이 우리 회사를 이끌어간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이무성사장) 이사장은 “회사 일로 막히는 게 있으면 일단 허부장과 상의한다”며 “미디어랜드가 갖고 있는 기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영업 마케팅 분야의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허부장은 전산학을 전공한 프로그래머다. 대전대학교 전산학과를 졸업한 ‘전형적’인 공학도였던 그는 사회에 첫 발을 디디면서 개발자로 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지금은 회사의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없어선 안될 중요한 자리인 전략 기획자로 자리 잡았다.“능력보다 도전의식 더 많다” 자평94년 2월 미디어랜드 전신에 개발자로 입사한 허부장은 98년까지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면서 주로 고객사에 파견돼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에 참여했다. 그는 “당시엔 고객사에서 직접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이 많았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업부분까지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허부장이 개발자에서 영업맨으로 전업(?)하게 된 계기다. 현장 근무가 많은 탓에 개발도 하면서 제품도 파는 영업이 가능했던 것. 하지만 허부장은 여느 개발자들과 달랐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개발에만 전념하는데 반해 허부장은 영업이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고 한다. 96년 포스코에 파견돼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의 일이다. “개발자로 포스코 사람들과 친분을 쌓다보니 자연스럽게 영업적인 대화를 나누게 됐습니다. 그럴 때마다 회사의 새로운 제품도 소개하고 관련 정보를 영업팀에 토스해 주곤 했습니다.” 허부장은 지금도 포스코에선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할 때면 자기를 찾는다고 한다.영업적 기질을 발견한 허부장은 99년 영업1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본격적인 영업맨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개발자 출신으로 누구보다 제품에 대해 잘 알고 있던 허부장은 이 점을 영업에 십분 활용했다. 그 결과 99년 그가 이끄는 영업1팀은 1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그해 전체 매출(50억원)의 절반 가까운 실적을 기록했다. 그 후 영업을 하면서도 기술팀장을 맡기도 했던 허부장은 지난해 2월 신설된 전략기획팀 부장에 전격 발탁됐다.“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선 체계적인 상품기획과 개발, 영업이 필요합니다. 바로 전략기획이죠. 그 첫번째 적임자로 허부장만한 사람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기술을 알고 시장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사장)허부장도 이사장의 생각과 일치했다. 영업에 한창 재미를 보고 있던 허부장은 “영업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 제대로 영업하려면 고객이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기획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상품 기획을 중심으로 기업 경영 전략도 짜고 있는 허부장은 영업 현장에서 수집된 자료를 가지고 개발자들과 함께 밤샘 토의를 하는 등 일당백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특히 지난 1년 동안 혼자서 준비했던 해외영업팀이 올 7월 신설되면서 또 한번 일당백의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사실 능력이 뛰어나다기 보다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주어진 일은 꼭 해내고 말겠다고 다짐하면서 일했습니다.” 일당백 허부장의 성공비결이다.김동례 마크애니 공공마케팅 팀장“여자라서 더 잘 해요” 영업 우먼파워 과시마크애니 김동례(31) 공공마케팅 팀장을 보면 우먼파워란 저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여상을 졸업하고 대신증권 국제영업부 3년 근무, 늦깎이 만학을 불태워 상명대학교 정보처리학 학사, 외국어대학교 MIS 석사 취득 그리고 마크애니라는 벤처 창업에 동참. 그의 정열적인 활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마크애니 창업부터 지금까지 그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개발에서부터 마케팅 기획, 영업에 이르기까지 마크애니 ‘억척어멈’으로 통하는 그는 보기 드문 여성 ‘일당백’이다.마크애니는 멀티미디어 콘텐츠 불법복제 방지 및 저작권 보호솔루션 기술을 보유하고 몇 안되는 토종 벤처. 상명대학교 최종욱 교수가 김동례 팀장 등 핵심 멤버 3명과 함께 99년 2월 설립했다.최사장이 이끄는 마크애니는 워터마킹 암호화 IDS(침입탐지시스템) 영상 감지기 등 5개 아이템을 상용화해 시장에 내놓으면서 DRM(디지털 저작권관리) 분야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 회사의 대표적인 상품은 이미지 워터마킹 제품인 ‘마임’과 오디오 워터마킹 ‘마우’다. 지난해 3월 출시된 두 제품은 김팀장이 개발자로 참여한 대표적인 상품. 워터마킹 분야 엔지니어로 유명세를 탈 만할 때 그는 자원해서 기획업무를 택했다.“제품은 그저 팔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마케팅이 가미된 기획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또 제가 만든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성공시키고 싶었어요.”김팀장은 지난해 3월 기획팀으로 옮겨 그 해 10월까지 마크애니 전략제품 ‘마니’와 ‘마우’의 상품화에 주력했다. 김팀장은 “학교에 있을 때부터 연구개발과 관련 기술정책 연구를 병행해 온 것이 기획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기획 마케팅에서 능력을 발휘하던 김팀장은 이번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회사로부터 새로운 도전을 받았다. 바로 영업을 해보란 것. 김팀장은 “제 의지가 전혀 없었다면 옮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자기 때문에 더 영업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웬만한 관공서 제집 드나들듯 출입김팀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마크애니 공공마케팅 팀장을 맡고 있다. 말이 공공마케팅이지 실제 하는 일은 공공분야를 대상으로 한 영업이다.“부서 명칭을 마케팅으로 한 것은 공공분야 영업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저희가 공급하는 솔루션이 마케팅적인 측면도 없지 않지만 어쨌든 공공영업이라는 명함을 내밀면 고객들이 부담스러워 하더라구요.”영업 전선에 뛰어든 김팀장은 지금까지 문광부 국방부 행자부 건교부 교육부 등 웬만한 관공서를 제 집 드나들 듯 출입하고 있다. 그 결과 영업 1년만에 그가 받은 명함은 1천5백장. 관공서에선 이제 마크애니 하면 김동례팀장을 떠올릴 정도라고 한다.김팀장은 “정보화를 추진하는 부처는 모두 영업대상”이라며 “프로젝트 규모가 크고 수주하기까지 1년 이상의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하고 있는데 조만간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한다.김팀장이 이끄는 공공마케팅팀의 올해 매출 목표는 10억원. 마크애니 전체 매출 목표(1백억원)의 10% 정도로 작다. 하지만 매출을 올리는 영업인력은 김팀장과 팀원 1명 단 2명이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공공마케팅팀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여성이기 때문에 영업이 어려울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점이 되고 있어요. 상대편에서도 여성이기 때문에 배려해 주는 점이 많습니다. 남자가 못하는 것을 여성의 장점으로 풀 수도 있습니다.” 공공분야에서 우먼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김팀장의 노하우다.김영권 이컬처 EC사업팀 대리창업 경험 살려 문화상품 기획 ‘척척’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들은 고향이다 휴일이다 생각하겠지만 이컬처의 김영권(31) 대리에겐 놓칠 수 없는 특수다. 추석을 겨냥한 문화 상품을 발굴해 팔기 위해서다. 올 추석엔 어떤 문화 상품이 먹힐까. 고민에 빠진 김대리는 ‘흑단목’을 생각해 냈다. 번개를 맞아 단단할 뿐더러 행운의 나무로 알려져 있어서다. 우선 흑단목을 이용한 열쇠고리를 만드는 작가 섭외에 나섰다. 작가와 어렵사리 ‘비즈니스’를 성사시킨 김대리는 상품을 사진촬영하고 인터넷에 올리는 디자인도 직접 한다. 또 인터넷 방송팀과 함께 영상물 제작에 관한 협의도 한다. 그런 다음 상품을 팔기 위한 홍보작업에 들어간다. 관공서 단체 등의 담당자를 만나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도 맺는다.이컬처의 만능맨 김대리의 일과다. 홍익대 광고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디자이너 출신인 김대리는 현재 한국문화 상품 발굴과 국내외 판매 사업을 하고 있는 이컬처의 핵심 인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올 경기 불황여파로 이 회사 연봉 협상 때 대부분 직원들이 연봉이 삭감됐지만 김대리만 그대로 유지됐다. 그만큼 회사가 그를 인정한다는 얘기다.지난해 8월 이컬처에 합류한 김대리는 웹 콘텐츠 제작 파트의 디자이너로 출발했다. 웹사이트 구축 플래시애니메이션 영상물 제작 CI BI 등이 주업무였다. 그 후 올 1월 기획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는 기획팀 안에서 세분화돼 나온 EC사업팀 실무자로 있다.웹콘텐츠 디자이너로 출발디자이너에서 기획자가 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만한 능력을 갖추기란 쉽지 않기 때문. “기획은 사업 경험이 있는 사람이 유리합니다. 학창시절 창업한 경험과 광고디자인 회사의 근무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김대리가 기획 업무를 맡게 된 이유다. 김대리는 대학 휴학기간 동안 디자인광고기획사를 창업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IMF가 터지면서 예약됐던 일감들이 들어오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창업후 3개월 동안 일감이 전혀 들어오지 않자 김대리는 직접 영업에 나서기도 했다. 그렇게 1년 6개월간의 사업의 쓴맛(?)을 본 김대리는 학교를 졸업하고 선배가 운영하는 광고회사에 들어가 디자인 부문 팀장을 맡았다.이컬처는 이런 김대리의 이력을 높이 산 것이다. 이컬처의 핵심 비즈니스는 기획에서 시작해 기획으로 끝난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김대리는 이미 학창시절부터 실력을 닦아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이컬처는 현재 도자기 한지 그림 등 숨겨진 우리 문화상품을 발굴해 온라인 오프라인 판매 사업을 벌이고 있다. 때문에 양질의 문화상품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외부 노출을 꺼리는 작가들을 섭외 하는 능력은 필수. 김대리는 도자기 작가를 섭외하기 위해 이천 여주 광주 등을 밤낮없이 돌아다닌 적도 있고 한 작가를 섭외하기 위해 10번 이상 찾아간 적도 있다고 한다.“작가들에게 이컬처를 소개하고 문화상품을 발굴해 인터넷에 올려 판매한다는 것을 설명하는 일은 힘든 작업입니다. 하지만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듯이 힘들지만 재미있습니다.” 섭외된 작가와 작품은 사진촬영을 통해 인터넷에 올려지고 국내외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한다. ‘삼고초려’를 불사하는 김대리의 이런 노력 덕에 올 2월부터 최근까지 이컬처가 섭외한 한국문화 전통작가는 총 7백여명에 이른다. 최근 김대리는 능력을 인정받아 다른 업체로부터의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았으나 거절했다. “문화상품은 아직은 틈새시장입니다. 지금은 시장이 작지만 앞으로 중요한 상품이 될 것입니다. 욕심같지만 난타와 같은 훌륭한 문화상품을 발굴해 세계시장에 내놓고 싶습니다.” 일당백 김대리의 야심찬 계획이다.성순식 매직아이 전략마케팅 차장기획 관련 업무만 10여년 총무·인사업무 “내 손안에”기술벤처가 성장하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기술을 팔 수 있는 영업 마케팅일 것이다. 때문에 기술개발이 중심이 되는 벤처 초창기엔 개발자가 최고였지만 상품화 시점엔 상품을 시장에 출시하고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획자와 영업맨이 필수적이다. 성순식(33) 차장은 매직아이가 이를 위해 창업 때부터 미리 낙점한 인물이다. 매직아이는 창업 후 3년이 지난 지난해 6월 기술개발이 완료되자 본격적인 마케팅을 위해 그를 불렀다. 물론 성차장도 스카우트를 거절하지 않았다.매직아이는 성차장의 어떤 점에 매료 됐을까. 이는 그의 이력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성차장은 91년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 입사한 엔지니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메모리 상품기획부터 시작해 SRAM 상품기획과장을 맡아 인텔과 공동으로 차세대 펜티엄용 캐시 메모리도 기획했다.또 삼성반도체 미래전략 TFT에 있으면서 삼성반도체 장기 전략도 수립하기도 했다. 그리고 삼성전자 전략기획팀으로 옮겨 삼성전자 총괄 전략 기획을 맡았다. 기획 관련 업무만 10년 가까이 일해 기획의 달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매직아이는 성차장 정도라면 매직아이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현재 성차장은 현재 매직아이의 안주인이나 다름없다. 본업인 기획에서부터 마케팅 영업 개발 총무 인사 관리 등 매직아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심지어 천장에서 비가 샐 때도 제일 먼저 물통을 들고 뛰는 이가 바로 성차장이다.‘MkiVki’ 기획부터 판매까지 참여멀티미디어용 칩 개발 업체인 매직아이는 97년 12월 삼성전자 출신으로 구성된 기술벤처다. 생소한 이 회사가 최근 열린 컴덱스코리아 2001에서 대중들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업계에선 처음으로 MP3 플레이어와 카메라 등 영상기능을 합친 시스템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MkiVki라 명명된 이 제품은 MP3플레이어에 카메라 영상앨범 편집기 PIMS(개인정보관리), 음성녹음 등 여러 가지 기능을 갖추고 있다.매직아이의 야심작 MkiVki는 성차장의 작품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성차장은 이 제품의 시스템 디자인에서부터 애플리케이션 제공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 생산 유통까지 말하자면 생산에서 판매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그는 “칩을 제외하고 시스템 생산에 필요한 모든 요소 즉 설계 생산 유통 등은 외부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며 “이들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위한 기획과 협상을 직접하고 있다”고 말했다.성차장은 현재 시제품이 나온 MkiVki를 시장에 내놓기 위한 전략 짜기에 여념이 없다. 그는 “MP3플레이어에 기반하고 있지만 현재 기능이 너무 많은 게 약점이 될 수 있다. 이 제품을 어떻게 시장에 포지셔닝할 것인지 궁리 중”이라며 “일차적으로 비주얼 기능이 강조된 MP3플레이어로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차장은 이외에도 S전자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MMSP-1.5와 내년 2분기 출시 예정인 PDA 등 멀티미디어 용 칩 MMSP-2가 완성되면 본격적인 칩 판매를 위한 기업의 전체적인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일을 쉽게 배우는 편이어서 여러 가지 일을 하더라도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에서 10년간 일한 경험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그 곳에서 내부와 외부의 업무를 모두 다뤄본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아무리 힘든 일도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자세, 일당백 성차장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