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쇼핑몰과 비교해 TV홈쇼핑 채널의 장점은 무엇보다 진행자의 설명을 상세하게 들을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쇼핑호스트’라 불리는 이 진행자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쇼핑 채널의 ‘얼굴 마담’격인 만큼 충분한 상품지식과 애드립 등 방송진행 능력을 두루 갖춰야 한다.‘디지털 보부상’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하는 ‘보부넷(www.bobunet.com)’의 김태승 이사는 우리나라 쇼핑호스트 1호. 지난 95년 홈쇼핑 채널 중 하나인 LG홈쇼핑에서 호스트를 맡았을 당시만 해도 쇼핑호스트는 전세계적으로도 3백명 정도밖에 안됐을 만큼 ‘희귀’ 직종이었다. 그 후 39쇼핑(현 CJ39쇼핑)을 거쳐 현재의 P&Q홈쇼핑, 한국레저낚시방송 등 위성방송 홈쇼핑 채널에 이르기까지 쇼핑호스트의 입지를 꾸준히 다져 왔다. LG홈쇼핑 쇼핑호스트였던 96년엔 진행 2시간만에 4억5천만원어치의 컴퓨터를 파는 신기록을 세웠을 정도로 타고난 쇼핑호스트 기질을 발휘했다. 이외에도 그가 기획해 대박을 터뜨린 상품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좋은 상품을 보는 안목과 시청자를 구매자로 바꾸는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현재는 5천명이 넘는 세일즈맨을 회원으로 둔 보부넷에서 상품 기획을 총지휘하면서 프리랜서 쇼핑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상품기획료와 출연료를 비롯해 실제 판매량에 따른 런닝개런티 등으로 여기저기서 연간 1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리지만 그는 돈보다는 ‘전문’ 쇼핑호스트로 불리기를 원한다. 지난 7년간 안 다뤄 본 상품이 없을 정도지만 가전제품과 컴퓨터 부문을 특화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그에겐 대본이 따로 없다.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고 귀를 솔깃하게 할 판촉 포인트를 찾은 후 즉흥적으로 유창한 얘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방송 중 그가 가장 즐겨 쓰는 멘트는 “제가 써 봤더니 너무 좋았습니다”다. 실제로 그는 출연하기 1주일 전부터 내보낼 상품을 입고 써 보고 먹어 보기도 한다. 혹시라도 아이템에 문제가 있거나 조금이라도 맘에 들지 않으면 단호하게 출연을 거부한다.“제품과 쇼핑호스트 모두가 신뢰를 주어야만 시청자는 수화기를 들기 때문이죠. 제가 사용한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것만으로도 일단 절반은 판 셈이죠.”예전과는 달리 안정된 고수입이 보장되는 전속 계약을 마다하고 독립 쇼핑호스트를 고집하는 것도 이런 자율적인 상품기획으로 호스트의 신뢰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다.홈쇼핑채널 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써최근엔 주특기인 일본어 실력을 살려 일본 홈쇼핑TV인 ‘프라임(PRIME)쇼핑’에 나가 한국 상품을 팔기도 한다. 중국 진출도 준비중이다. 몸담고 있는 보부넷도 회원인 세일즈맨들 각자가 고수익의 ‘홈쇼핑채널’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후진 양성에도 힘쓸 생각이다. 현재 국내엔 약 1백20명 정도의 쇼핑호스트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 앞으로 위성채널과 쇼핑전문 인터넷방송이 늘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그는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만간 자신의 이름을 딴 ‘KTS 홈쇼핑방송 아카데미’도 만들 생각이다. 여기서 국내 홈쇼핑 채널에서 활동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게 목표다.“쇼핑호스트뿐 아니라 쇼핑PD를 비롯해 쇼핑머천다이저 텔레마케터 모델 등 쇼핑 채널에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가 나올 수 있도록 제 노하우를 전수할 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