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310풍경 1. ‘가전제품은 역시 백색이어야 돼. 튼튼하고 안정돼 보이니까. 세상에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 음료가 뭐야. 색소는 몸에도 안 좋은 데 말이야. 요즘 광고는 너무 울긋불긋해 튀어도 너무 튀는 것 같애. 점잖지 못하게. 쯧쯧’.(어느 구세대 부부)풍경 2. ‘집안 분위기를 생각해서 냉장고는 에메랄드로 하고 에어컨은 체리색으로 하자. 노랑콜라가 새로 나와서 먹어봤는 데 맛이 기가 막혀. 지난번 광고에서 본 ‘빨간통’ 말야 너 써봤니. 컬러가 죽여. 너도 써봐라’.(어느 신세대 부부)흑백시대는 가고 컬러시대가 왔다. 컬러를 먹고(?) 자란 세대들이 경제활동의 주체로 등장하면서 컬러가 21세기 비즈니스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다. 바야흐로 디지털 감성세대가 소비의 주체로 올라오면서 전산업계에 컬러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가전 정보통신 식음료 패션 자동차 건축 광고 등에 이르기까지 컬러를 소재로 한 제품과 마케팅이 사방에서 만발하고 있다. 기업들은 파격적인 컬러를 사용해 소비자를 유혹하거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컬러를 발굴, 제품에 적극 사용하고 있다.감성시대 이미지 전달에 효과적왜 세상이 컬러로 물들어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변화된 기업과 소비자의 욕구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예전엔 획기적인 기술 하나를 개발하면 그것만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데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 수준이 비슷해지면서 품질과 성능만으로 경쟁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기업들은 자기 제품만의 이미지를 만들고 그 이미지를 팔기 위해 컬러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또 영화나 TV 비디오 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이에 길들여진 새로운 소비자의 등장도 한 몫 한다. 신세대라 불리는 이들은 청각과 활자 중심의 매체에서 화상 중심으로 옮겨간 세대다. 이들은 그냥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와 동일한 또 하나의 이미지를 사는 것이다.컬러시대 컬러 상품의 대표적인 것은 ‘콜라=검정색’의 등식을 깬 해태음료의 ‘콤비옐로콜라’다. 이 제품은 기존 탄산음료 시장의 주류인 검은색 ‘콜라’에 길들어지지 않은 신세대를 겨냥해 철저하게 준비돼 나온 경우다. 해태음료는 지난해 10월 시장 조사를 통해 신세대가 선호하는 컬러가 노란색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용기만 바꾸는 것이 아닌 콜라 원액의 컬러를 바꾸는 파격을 시도했다. 콤비옐로콜라를 기획한 최홍국 상품기획팀 차장은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컬러 마케팅을 생각했다”며 “중학생 이하 계층에선 음료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이 컬러라고 조사돼 확신을 갖고 추진했다”고 말했다. 음료시장의 컬러화는 콤비옐로콜라만이 아니다. 이미 초록매실로 초록색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웅진식품도 ‘초록사이다’로 기존 투명 사이다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3300326비즈니스 세계의 컬러 바람은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에서 자주 등장한다. 특히 컬러는 눈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쉽게 기억시킨다는 점에서 현대광고 기법의 중요한 요소다. ‘디지털 쾌감’을 표방하는 삼성전자의 애니콜 컬러 휴대폰 광고는 컬러입자가 휴대폰에서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며 튀어 오르는 장면을 그래픽으로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제품의 장점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색조화장품 시장에 ‘빨간통’을 유행시켰던 도도화장품도 컬러 마케팅으로 유명해진 케이스다. 도도화장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트렌스젠더 모델 하리수를 등장시켜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카피를 통해 컬러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또 SK제약의 관절염 치료제 ‘트라스트’나 경남제약 비타민C ‘레모나’도 전형적인 노란색 컬러 마케팅으로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광고기획사 IMC애드 김훈철 사장은 “제품 디자인 요소는 크게 형태 패턴 소재 컬러 4가지로 구성된다”며 “21세기에는 다른 요소보다 컬러가 중요해지고 있으며 컬러를 잘못 선택하면 판매가 부진하고 결국 비즈니스가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비자의 트렌드를 무시한 채 경쟁업체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컬러를 이용하면 위험하다”고 덧붙였다.컬러 전문가들은 비즈니스 세계에 색채는 점점 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대부분 정보가 눈을 통해 들어온다는 점 때문이다. 인간의 오감 가운데 정보능력이 가장 우수한 것은 시각이고 시각적으로 판단하는 인상 중에서 80%가 색채 즉 컬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성능보다 감성에 비중을 두는 시대에 컬러는 더욱 더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얘기다. 기술의 평준화로 상품의 차별화가 거의 없는 시대에 컬러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컬러를 사로잡지 못한다면 소비자도 사로잡을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1120158인터뷰김민경 KMK 컬러연구소 소장“차세대 상품경쟁력 컬러가 좌우”“21세기 비즈니스의 승부는 컬러를 통해 이뤄질 것입니다. 기업 성패는 컬러가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컬러 전문가 김민경(43) KMK 컬러연구소 소장은 21세기 비즈니스 키워드는 ‘컬러’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20세기는 땅으로부터 나온 컬러인 흑백이 기본이었다면 21세기는 물에서부터 나온 워터, 워시, 하이브리드 컬러가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0세기가 어둡고 무거운 컬러였다면 21세기는 투명하고 밝은 컬러가 될 것이란 주장이다. 워터(Water), 워시(Wash), 하이브리드(Hybrid) 컬러는 한마디로 21세기를 대표하는 디지털 감성시대와 딱 맞아떨어진다는 것.“디지털 감성시대의 21세기 인간은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이 강하기 때문에 신선한 컬러를 선호합니다. 따라서 도시 환경도 편안한 컬러로 바뀌고 있는 것이죠. 산업계도 마찬가집니다. 고객이 선호하는 컬러를 맞추지 못하면 판매와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따라서 이제 기업들은 어떤 컬러를 선택하고 마케팅 하느냐에 따라 비즈니스의 성패도 달라질 것입니다.” 김소장은 특히 21세기 고객들은 상품 성능이나 가치에 대해선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디자인과 컬러가 구매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컬러가 상품 경쟁력의 필수 요소가 되면서 상품의 기획단계부터 컬러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김소장의 생각이다. 21세기 소비자는 제품의 소재 용기 디자인 컬러가 일치하는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란 게 그 이유다. 이에 기업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컬러를 상품이 갖고 있는 본연의 기능과 일치되도록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그는 특히 “자동차 업계에선 컬러 사용료를 내고 있는 것이 일반화된 상황”이라며 “자동차 뿐 아니라 앞으로 전산업 분야에 컬러 로열티는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다양한 컬러를 개발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