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 불긋, 이제 머리를 색색으로 물들인 이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머리 염색은 이미 보편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제 머리카락 염색에 그치지 않는다. 소위 ‘컬러 페이스’라 해서 컬러 선글라스와 컬러 렌즈로 눈의 색깔이 바뀌고 이에 따라 얼굴 화장도 다양하고 대담한 색깔이 널리 번지는 추세다. 얼굴뿐 아니라 발끝까지 빨강 파랑 주황 진녹색 등 강렬한 원색의 운동화도 인기를 얻고 있다.파랑·노랑 등 원색 선글라스 강세그동안 선글라스는 검정과 갈색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올 여름 파랑 보라 분홍 노랑 등 투명하고 밝은 색상의 렌즈를 낀 컬러 선글라스가 폭넓은 인기를 끌었다. 명동에서 선글라스 전문 판매점을 운영하는 이광복씨는 “연예인의 영향으로 파랑색 선글라스가 최고 인기였으며 분홍 보라 등도 많이 팔렸다”면서 “가을로 접어들면서 밝은 갈색이나 노란색이 인기를 얻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로 안경점에서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선글라스를 이제는 백화점 옷가게 액세서리 가게 등 패션 관련 매장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는 사실도 색색 선글라스를 패션 액세서리 용도로 인식하는 변화를 말해주고 있다.종로의 한 안경점 주인은 “2년 전만 해도 선글라스가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했으나 요즘은 형편없이 떨어졌다”면서 “안경점 업주들은 이제 선글라스 시장은 잃어버린 것으로 여기고 있다. 시력교정이 필요한 사람들의 선글라스 구매가 간간이 이어질 뿐”이라고 말했다.색깔 선글라스와 함께 올 여름부터 부쩍 인기를 끈 것은 컬러렌즈다. 눈동자 색을 바꾸는 것은 극히 작은 부분으로 보이지만 얼굴 전체의 이미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쳐 착용한 사람을 아주 달라보이게 하는 극적인 효과가 있다. 전에는 연예인들이나 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남다르게 튀는 감각, 강한 개성을 원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전체 콘택트렌즈 시장은 2001년 현재 8백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데 이중 미용 컬러렌즈가 6.1%, 약 40억원 규모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더구나 일반 하드렌즈와 소프트렌즈는 감소세로 접어드는 반면 미용컬러렌즈는 급속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한국 시바비전 이도행 대표는 “내년 상반기까지 컬러렌즈 시장이 5백억원 가까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으며 이 분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타깃 고객은 10대 후반에서 20대까지의 여성들. 컬러렌즈 시장이 성장하면 컬러렌즈 전용 세척제 등 ‘케어용품’의 수요도 더불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회색 파랑 녹색 연보라 등 한가지 색깔 렌즈 외에도 세가지 컬러를 조합, 빛 반사에 따라 여러 색을 띠어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제품 등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일반 렌즈와 단기간 쓰고 버리는 디스포저블 렌즈로 구분된다. 바센코리아, 한국시바비전, 베스콘, 미광, 새한, 미광 등에서 컬러 렌즈를 제조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1만∼5만원 선까지 다양하다.컬러렌즈 판매사들은 색조 화장품 전문사들과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자사 제품을 판촉할 때 ‘어울리는 화장법’ 등에 대한 안내를 함께 한다. “녹색 렌즈를 끼었을 땐 밝고 깨끗한 톤으로 얼굴화장을 한 뒤 눈가에 올리브 그린 아이섀도를 칠하고 회색으로 아이라인을 그려라” “회색 렌즈에는 피부는 가무잡잡하게 화장하고 눈에는 노랑과 연두색 섀도를 쓰라”고 교육해 색색으로 아름다운 눈을 강조, 여성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한편 눈동자색뿐 아니라 눈매 색도 과감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올해 특히 인기를 얻은 것은 녹색과 노랑색의 아이 메이크업이다. ‘녹색 눈가’라니 예전엔 무대에라도 서지 않는 다음에야, 보통 사람들로서는 감히 시도해 보기 어려웠던 과감한 색깔이다. 흰색과 녹색으로 환한 눈화장을 한 여성들이 올 봄부터 거리를 가득 메웠다.나드리화장품 상품기획팀 이재희씨는 “예전에는 여러 색을 섞어 발라 음영을 주는 눈화장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올봄부터 여러 색을 쓰지 않고 분홍 그린 블루 등 한 가지를 깨끗하게 칠해서 음영이 아닌 색감을 표현하는 화장이 유행”이라면서 “그래서 화장품사들도 색감을 강조하는 단색 아이섀도 상품을 많이 내놓았다”고 말했다. 패션 전문가들은 가을에는 심지어 황금색 등 화려한 ‘골드 메이크업’이 인기를 끌 아이템으로 내다보고 있다.염색약 시장도 순항 중염색이 보편화되면서 염색 관련 시장은 안정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엄청나게 팽창한 염색약 시장은 올해도 여전히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염색약 전체 매출 규모는 99년 1천1백억원, 2000년 1천3백억원에 달했다. 미용실에서 쓰이는 물량까지 합하면 매출 2천억원 규모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더구나 화장품 전문점이나 약국서 주로 팔리던 염색약이 애경산업의 ‘리앙뜨 과일 에센스 칼라’ 등을 필두로 수퍼마켓 할인점 등으로 진출하면서 시장을 더 넓히기도 했다. 애경산업은 올해 처음 염색약 시장에 진출했음에도 매출액이 1백억원을 크게 넘어섰다.최근 머리 염색은 오렌지 블론드 연갈색 등으로 눈에 띄게 밝아지고 있다. LG생활건강 더블리치 브랜드 매니저 전지훈씨는 “남들보다 튀고 싶은 욕구가 강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과감한 색상이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가을에는 붉은기가 도는 따뜻한 갈색이 잘 어울린다는 통념도 올해는 잘 들어맞지 않을 것 같다. 잿빛이 감도는 가벼운 블론드가 가을 인기 색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화장품 브랜드인 로레알 엑셀랑스는 이달 중순 ‘쿨 블론드’ ‘라이트 쿨 블론드’ 색상을 새로 내놓았다.인터뷰이도행 한국 시바비전 사장“감각파들에 인기 … 시장전망 밝아”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디스포저블 렌즈가 요즘 콘택트렌즈 수요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시바비전은 다양한 컬러렌즈 중 국내에서 유일하게 디스포저블 컬러렌즈를 판매하고 있는 업체. 세계적 안과 관련 용품 업체인 시바비전의 한국 법인으로 전 제품을 미국서 수입판매한다. 미국 시바비전 본사는 지난해 컬러렌즈로 유명한 콘택트렌즈 업체인 ‘웨슬리 제슨 비전 케어’사를 인수 합병해 컬러렌즈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국내 컬러렌즈 시장 전망은.매우 낙관적입니다. 미용 컬러렌즈는 누구나 착용할 수 있어 고객층이 넓고 튀는 감각을 표현하길 원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감성과 잘 맞아 떨어지고 있습니다. 애초 올해 전체 컬러렌즈 시장 규모가 5백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도 잠재 성장성은 매우 크다고 봅니다. 다만 국내 소비자들이 컬러렌즈가 눈에 해를 끼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등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제품은 유일하게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매우 안전하다는 점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컬러렌즈의 주요 타깃 고객은 .10대 후반에서 20대까지의 여성들입니다. 도수가 없는 순수 미용 용도 렌즈 판매를 주요 전략으로 세웠으나 지금 국내에서는 40% 가량이 도수가 없는 제품이, 60%는 시력교정자용 도수 렌즈가 팔리고 있습니다. 콘택트렌즈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 컬러렌즈를 찾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미국의 경우 도수없는 렌즈가 70% 가량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꾸준히 마케팅을 잘 할 경우 잠재 시장이 더욱 넓어질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