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가 파리 한 카페에서 처음 상영됐을 때 관객들은 생전 처음 만나는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지금 21세기의 관객들은 이제 어떤 이미지를 보고도 쉽게 경악하지 못한다. 1백년 동안 최고의 볼거리로 군림해 왔던 영화는 TV와 광고, 그리고 게임이라는 새로운 매체들에 자신의 왕좌를 뺏겨 버렸다. 무한의 표현력을 가진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이 첨단의 시각매체들에 영화가 어찌 감히 도전할 수 있을 것인가.어쩌면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당면한 이 심각한 문제에 대해 호주 출신의 감독 바즈 루어만은 과거로의 회귀만이 유일한 살길이라며 노골적으로 말한다. 2001년 칸 영화제의 서막을 연 <물랑 루즈 designtimesp=21607>는 의미심장하게도 영화가 태어났던 19세기 말 파리의 몽마르트에서 그 환상의 문을 연다. 파리의 모든 권력과 돈, 그리고 남자들이 모여드는 환상의 공간, 물랑 루즈. 그리고 아름다운 가수 샤틴(니콜 키드만)은 물랑 루즈 최고의 ‘디바’다. 하지만 자신의 신분상승과 성공을 위한 야심으로 불타는 샤틴은 아무에게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그러나 이상에 사로잡힌 시인 크리스티앙(이완 맥그리거)을 만난 순간 욕망과 환열의 공간 물랑 루즈는 사랑과 순수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샤틴과 크리스티앙은 서로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게 되지만 샤틴을 차지하기 위해 흑심을 키우던 몬로스 공작은 두 사람의 사랑을 필사적으로 방해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에는 예기치 못한 슬픈 운명이 찾아온다.빼어난 미모의 무희와 젊은 시인의 사랑이라는 다소 익숙한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물랑 루즈 designtimesp=21612>는 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단순한 멜로드라마의 이야기를 고전 할리우드 뮤지컬의 인공적인 공간 안에 펼쳐 보인다. 샤틴과 크리스티앙이 선사하는 사랑의 이중창을 비롯, 영화 속의 수많은 뮤지컬 장면들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는 듯한 묘한 현기증을 느끼게 할 정도. 뿐만 아니라 엘튼 존과 마돈나의 익숙한 히트곡들이 19세기 파리의 물랑 루즈 무대에서 재현되면서 영화 <물랑 루즈 designtimesp=21613>의 시공간은 현재와 과거를 가로지르는 제3의 성역이 되고 현실은 완벽한 환상의 세계에 그 자리를 내어 준다.그러나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기호들이 충돌하면서 만들어 내는 이 기묘한 신경증은 바로 바즈 루어만이 우리를 영화 그 고유한 환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발칙한 시도다. <물랑 루즈 designtimesp=21616>는 영화의 허구적 세계를 현실로 탈바꿈시키는 영화 이미지의 강박증에서 스스로를 자유롭게 한다. 대신<물랑 루즈 designtimesp=21619>는 마치 1백년 전 파리의 카페에 앉아 있던 관객들에게 뤼미에르의 영화가 그랬듯이 영화야말로 지금 우리가 가진 최고의 스펙터클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준다.공연서울오페라페스티벌 2001베르디 ‘가면무도회’10월31일~11월4일 / 평일·토(오후 7시30분)일(오후 4시)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 2만~7만원예술의전당은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서울오페라 페스티벌 2001’ 무대에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 designtimesp=21635>를 올린다. 베르디 중기 대표작 <가면무도회 designtimesp=21636>는 구스타프 3세 암살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뿐만 아니라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는 애절한 사랑 이이야기가 베르디 특유의 아름다운 선율에 실려 있는 명작이다. 이번 작품의 지휘는 일본에서 더욱 유명한 조총련계 지휘자 김홍재씨가 맡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예술의전당 음악축제서 스승인 윤이상 작품 <무악 designtimesp=21637>을 연주, 고국에서 데뷔무대를 가진 바 있다. 연출은 오페라 <마농 레스크 designtimesp=21638> <라보엠 designtimesp=21639> 등에서 섬세하고 극적인 연출로 호평받은 이소영씨가 맡았다. (02)580~1300연극그 여자의 작은 행복론10월30일~11월25일 / 화~목, 일(오후 3시)금(오후 7시) 토(오후 3, 7시) / 산울림 소극장일반 2만원, 대학생 1만2천원소극장 산울림은 희곡작가 차범석씨 등단 50주년 기념 공연으로 차범석의 새 창작극 <그 여자의 작은 행복론 designtimesp=21653>을 공연한다. 2001년 서울시 무대공연지원 선정작품이기도 한 이번 공연은 한국의 대표적 연출가 임영웅씨가 맡았고 국내 최고의 여배우인 손숙이 타이틀 롤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차범석씨는 1951년 <별은 밤마다 designtimesp=21654>로 등단해 <산불 designtimesp=21655> <바람분다 문열어라 designtimesp=21656> 등의 작품을 발표해온 한국 연극계의 대표적 희곡작가다. <담배 피우는 여자 designtimesp=21657> <어머니 designtimesp=21658> 등을 통해 한국 연극계 간판배우로 자리잡고 있는 손숙은 이번 작품에서 특유의 감성연기를 펼칠 예정. 연출가 임영웅은 <위기의 여자 designtimesp=21659> <딸에게 보내는 편지 designtimesp=21660> 등에서 섬세한 여성심리 묘사로 여성 관객을 열광시킨 바 있는 관록의 연출가다. (02)334-5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