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조던=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프로농구(NBA)의 살아있는 전설’.‘크리스티 루이스=텍사스주 달라스에 사는 32살난 평범한 여성 그래픽디자이너’.미국인들 중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크리스티 루이스가 누군지 아는 사람은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 뿐이다. 세계 최대의 스포츠용품 메이커인 나이키사도 얼마전까지는 그랬다.나이키 최대의 히트작인 ‘에어 조던’이란 운동화의 상징인 마이클 조던은 그 이름만으로도 나이키에 엄청난 이윤을 남겨 줬다. 게다가 그의 복귀는 나이키에 또다른 횡재를 가져다 주고 있다. 그가 코트에 다시 서는 것 만으로 나이키는 앞으로 6개월간 1억7천만달러의 추가매출이 기대될 정도다.그러나 요즘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보다 나이키 운동화와 체육복을 연간 5백달러 정도 구매하는 크리스티 루이스에 더 신경을 쓴다. 그녀와 같은 평범한 여성들이 앞으로 나이키를 먹여살릴 황금광산이라는 판단에서다.전용 매장·잡지 통해 ‘여심’ 유혹지난 9월11일 미국 테러사건 이후 대부분의 스포츠용품 메이커들이 미래를 불안하게 보고 있다. 경기침체가 스포츠 붐을 약화시킬 것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나이키는 좀 다르게 대응하고 있다. 경기침체 여부와 관계없는 야망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바로 여성시장이다.나이키는 최근 캘리포니아 뉴포트비치에 여성전용 매장을 처음으로 열었다. 운동화에서 머리띠까지 각종 상품을 따로따로 팔지만 전체적으로는 나이키브랜드로 하나의 라인을 갖추게 해준다. 조만간 로스앤젤리스 뉴욕 시카고 보스턴 등으로 매장을 늘릴 계획이다.여성들에 대한 판매를 측면지원하기 위해 올해초부터 여성고객을 위한 웹사이트(nikegoddess.com)와 같은 이름의 잡지를 발간하고 있다. 회사측은 현재 14억달러에 달하는 여성부문 사업이 몇년안에 두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북미지역 판매담당임원인 리라 클러슨은 “미국의 여성시장은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라고 강조한다.여성시장 공략은 나이키에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해주고 있다. 나이키 붐은 70년대 시작됐다. 당시 시작된 스포츠용 운동화가 ‘에어 조던’ 운동화의 상징인 마이클 조던의 인기상승과 함께 폭발적인 매출기록을 보이면서 80, 90년대 나이키왕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97년부터 재고관리 마케팅 패션변화 등에 잘못 대처하면서 그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시장점유율도 줄어들었다. 나이키의 최근 미국 스포츠운동화시장 점유율은 38%. 물론 경쟁사인 리복(15%) 아디다스(12%) 뉴발란스(9%)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그러나 불과 2년 전인 99년의 시장 점유율 43%에 비해서는 많이 모자란다.여성시장 공략은 일단 순조롭게 출발하고 있다. 제프리 에델만 UBS와버그의 애널리스트는 “여성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당장 매출이나 이익증가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경제가 침체기를 보이고 있음에도 5월 결산법인인 이 회사의 지난 1분기(6~8월) 수익이 2억4백만달러에 달했다. 한주당 이익이 75센트로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의 당초 전망보다 4센트 많은 수준이다. 게다가 9월부터 내년 1월까지 공급해야 하는 주문이 6% 증가했다. 2년만에 처음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이에 따라 내년 5월말에 끝나는 2002년 전체 이익은 6억4천1백만달러(주당 2.38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2003년 예상치는 7억2천7백만달러(주당 2.70달러)로 지금까지 최고치였던 97년 2.68달러를 처음 넘어설 것으로 예측한다.여건은 좋은 편이다. 요즘 미국은 여성 프로농구나 프로축구 등의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는 등 여성스포츠 붐이 서서히 불기 시작하는 시기다. 미국내 어디를 가도 풋볼이나 야구를 하는 남학생처럼 축구를 하는 여학생들을 볼 수 있다. 미국이 월드컵여자축구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정도로 여자축구가 대중화돼 있을 정도다.스포츠마케팅연구회사인 NDP그룹과 스포츠상품제조업연합회에 따르면 97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미국 전체의 여성스포츠 의류의 매출은 20% 증가한 1백59억달러가 됐다. 반면 남성스포츠 의류시장은 1% 늘어난 1백51억달러에 그쳤다. 증가율은 물론 전체 시장규모에서도 여성시장이 남성시장을 넘어선 셈이다. 여성들은 지난해 스포츠운동화에만 68억달러를 썼는 데 이는 전체 시장의 40%에 달하는 수준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여성들은 모든 스포츠의류 구매의 80%를 지출하고 있다는 것. 남성의류에 소비되는 금액도 60%를 여성들이 통제하고 있다.여성 스포츠 붐 … 상품다양화로 승부수나이키는 그동안에도 여러차례 여성시장을 공략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요즘은 해법을 찾았다고 판단한다. 내용은 운동과 패션을 함께 묶은 것. 프로선수보다는 일반여성들에 초점을 맞춘 것도 성공비결이다. 나이키광고속의 여성이 “나는 프로선수가 아니다. 다만 달릴 뿐”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다.나이키는 지난해 11월 본격적인 여성 신상품을 내놓았다. 백화점들이 여성상품을 팔기 위해 일반 나이키매장 안에 운영하는 여성들을 위한 ‘컨셉트숍’도 인기다. 나이키 전체매출에서 여성의류와 신발이 매출의 15.6%를 차지할 정도다.회사측은 상품다양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일반인이나 여성들의 요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11개의 요가관련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디자이너 리츠 랑게와 손을 잡고 임산부 의류시장에도 진출하려고 한다. 경쟁업체인 아디다스가 장악하고 있는 이 시장은 약 7억달러 가량으로 추산되는 큰 시장이다.물론 나이키의 여성시장 공략이 아직 성공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내부적으로 빠른 시일내에 남성적인 브랜드 이미지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여성패션의 발빠른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게다가 외부에는 막강한 경쟁자들이 있다. 요즘 매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리복의 경우는 에어로빅운동화가 인기를 끌었던 80년대부터 여성시장의 선두주자로 여겨지고 있다. 회사의 든든한 자금력과 강력한 브랜드로 공략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승산이 높겠지만 단기적인 시련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