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따분한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영화비평이론에 정신분석학이라는 20세기의 중요한 학문이 결합됐을 때 영화비평가들과 학자들이 가장 먼저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바로 영화관람의 행위와 꿈꾸기의 유사성을 밝혀내는 작업이었다. 이들은 영화관람의 기본적인 조건들이 꿈을 꾸는 상황과 크게 유사하다는 점을 포착해냈는데 극장 안의 불이 꺼지고 스크린에 빛이 투영되면서 이미지가 떠오르는 과정은 바로 암흑 같은 수면 속에서 이미지의 연쇄로 등장하는 꿈과 같다는 것.물론 영화관람과 꿈이 가진 이런 유사성과 데이빗 린치의 ‘꿈꾸는 듯한’ 영화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블루 벨벳 designtimesp=21712> 이후 지금까지 데이빗 린치가 자신의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이야기의 비논리와 이미지의 다양한 조합, 즉 꿈과 비현실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다. 지난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이미 소개된 바 있는 <멀홀랜드 드라이브 designtimesp=21713>는 이런 데이빗 린치의 작가적 ‘자기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다.원래 <트윈 픽스 designtimesp=21715>와 같이 TV 시리즈물로 기획됐던 <멀홀랜드 드라이브 designtimesp=21716>는 프랑스의 메이저 영화사인 카날 플뤼가 눈독을 들이면서 영화로 제작했고, 올해 칸 영화제는 이 오만불손한 이미지의 탐구자에게 최우수 감독상의 영예를 안겨줬다.캐나다 온타리오에서 배우의 꿈을 안고 숙모가 살고 있는 LA로 이사 온 베티(나오미 왓츠)는 우연한 계기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묘령의 여인 리타(로라 해링)를 만난다. 베티와 리타가 망각된 기억을 추적해 가는 이야기의 주변에는 또 다른 인물들이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제작자의 압력으로 인해 궁지에 몰리는 영화 감독이나 사람 한명 죽이려다 건물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어설픈 킬러, 왠지 묘한 표정을 흘리는 웨이트리스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이 베티와 리타의 이야기에 끊임없이 끼어든다. 이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서로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영화는 이들의 관계망이 어떤 이야기로 완성돼야 하는 지에 대해 그 어떤 설명도 제공하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인2역으로 등장하는 두 여주인공의 이야기는 동일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영화 전체가 현실의 세계를 무참하게 부숴버리고 있는 셈이다.아마도 하나의 일직선으로 정리되는 이야기를 찾아내려 애를 쓴다면<멀홀랜드 드라이브 designtimesp=21723>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불쾌감밖에 없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작에서 그래왔듯이 데이빗 린치는 관객들이 시작과 끝으로 묶여진 하나의 완벽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도록 허락하는 대신 이야기의 연결 고리를 분쇄하고 교란시키면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 의미의 비논리성. 그러나 이런 비논리성을 넘어 그의 영화가 나아가고 있는 지점은 이미지의 연쇄 그 자체의 논리, 바로 그 무한한 가능성의 성역이다.공연자크 루시에 트리오 내한공연12월9일 / 일요일 오후 8시 / 예술의 전당 3만~9만원지난해 바흐 서거 2백50주년을 기념해 내한했던 자크 루시에 트리오가 다시 한번 한국의 청중들과 만난다.프랑스 출신 피아니스트이자 작곡자인 자크 루시에가 이끄는 이 단체는 ‘바흐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릴 만큼 바흐 음악을 재즈로 재해석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올해에는 바흐뿐 아니라 비발디, 사티, 라벨 등의 곡을 들려줄 예정. 루시에는 피아노, 다른 두 연주자는 콘트라베이스와 드럼을 연주한다. 1588-7890, 155512월 출시 비디오슈렉감독:앤드류 아담슨 감독·비킨 잰슨 / 목소리:마이크 마이어스, 카메론 디아즈, 에디머피국내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중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던 화제작. 못생기고 지저분한 초록괴물 슈렉이 뜻하지 않게 말려든 모험을 통해 진정한 친구와 연인을 만나게 되기까지의 여정을 기발한 유머와 첨단3D 기법으로 보여준다.착하고 잘생긴 왕자와 어여쁜 공주의 모험과 사랑을 뒤집는가 하면 관객들의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비틀기와 조롱이 넘쳐난다.무사감독:김성수 / 주연:정우성, 장쯔이, 주진모, 안성기고려 말 중국 원나라와 명나라의 교체기, 명나라로 떠난 사신단이 간첩누명을 쓴 채 중국 대륙에 낙오돼 귀향 일념으로 목숨을 건 험난한 투쟁을 장대한 스케일로 그린 이야기다. 2시간34분에 달하는 상영 시간 내내 극사실적인 액션 장면이 숨을 죽이게 하고 계급과 계층이 서로 다른 고려말 사람들의 갈등과 화해를 휴머니티의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한니발감독:리들리 스콧 / 주연:앤소니 홉킨스, 줄리안 무어<양들의 침묵 designtimesp=21761> 후속편. 10년전 탈출에 성공했던 렉터 박사는 은둔생활을 하고 연쇄살인범을 잡아 명성을 얻은 FBI 요원 스탈링은 원칙만을 강조하다 좌천될 위기에 처한다. 렉터 박사의 희생자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재력가 메이슨이 복수를 준비하는데…. 산 인간의 두개골을 퍼내 지져먹는 장면으로 개봉 당시 심의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