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은 국내 가요계의 해외시장 진출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베이비복스2001년 국내 음악콘텐츠 시장의 화두는 단연 한류 현상이다. 중국과 동남아 일원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은 그동안 답보상태에 있던 국내 음악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까지 맞물려 국내 음악콘텐츠의 해외진출이 늘어나면서 경쟁력도 한층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와 달리 국내 음반업계는 여전히 해외 음악콘텐츠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문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음반시장의 규모는 3억1천5백만달러로 전세계 음반시장의 0.83%를 차지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2위, 세계적으로는 13위 수준이지만 대부분 내수시장에 치우쳐 있다. 연도별 국내 음반업체들의 수출입 실적을 보면 수입의 경우 98년 22억원 수준이던 것이 99년에는 41억원, 2000년에는 85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수출은 OEM을 포함해 98년 1백12억원이었으나 99년엔 1백6억원, 2000년엔 1백3억원으로 점점 줄고 있는 상황이다.그러니 올해 음반 시장이 4천억원 대에 이른다고 해도 음반업계에선 그리 반가운 소식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최근 한류를 필두로 유럽 등 국내 음악콘텐츠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신선한 바람을 공급해주고 있다.그동안 국내 음악콘텐츠는 90년대 들어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미약하게 나마 성과를 일궈낸 영화 방송 게임 애니메이션 등과 달리 철저히 내수 중심으로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러 있었다. 80년대부터 조용필 계은숙 등 몇몇 가수의 일본 진출이 이뤄지긴 했지만 아쉽게도 단발성에 그쳤다. 90년대 들어 국내 가수의 여러 히트곡들이 홍콩 대만 가수에 의해 번안돼 불려지긴 했지만 이 역시 국내 대중 음악의 중국진출로 이어지진 못했다.그러던 중 한국 음악콘텐츠의 본격적 해외 진출이 불기 시작한 올해부터 한류에서 봇물이 터지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안재욱을 필두로 HOT 베이비복스 NRG가 음반을 출시한 데 이어 SES 코요테가 진출했고 최근까지 약 50여종의 앨범이 발매됐다. 이와 함께 가수들의 대형 콘서트도 이어지고 있다. 99년 클론의 북경콘서트를 CCTV가 특집으로 녹화방송했고 뒤이어 베이비복스 안재욱 HOT가 공연을 가졌다. 올 하반기엔 백지영 김현정 강타 등이 중국에서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올 국내음반시장 4천억원 규모국내 가수들의 중국행 러시가 이어지면서 중국 현지에 전문 에이전시도 생겨나고 있다. 한국 가수의 중국 공연, 중국 청소년들의 국내 방한 등의 이벤트를 활발히 진행시키고 있는 스타코리아같은 업체가 대표적이다.그런가 하면 국내 전문 댄서들의 중국 현지 진출도 눈에 띈다. 국내서 활약하던 어느 댄서는 중국 현지에 댄스 전문 학원을 설립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음악 콘텐츠가 한류 열풍을 타고 급상승하자 음악기획사들이 대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SM엔터테인먼트. 이 회사는 최근 강타와 문희준을 솔로로 각각 데뷔시켜 좋은 반응을 얻었고 SES 신화 보아 등의 음반을 제작하고 있다. 장동건 신현준 고소영 등 스타급 배우 20여명이 소속된 MP엔터테인먼트엔은 음반콘텐츠 산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업계 전문가들은 한류 열풍을 댄스뮤직 10년이 가져다 준 성과라고 분석한다. 92년 서태지와 아이들 출현으로 본격 개막된 댄스열풍은 국내 대중음악계 흐름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10대들이 음반업계의 ‘큰손’으로 떠올랐고 여타 장르의 균형적인 발전이 방해받을 만큼 댄스의 열풍은 거셌던 것이다.댄스 일색에 대한 많은 폐해들이 지적됐지만 지난 10년간 댄스뮤직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한 것만은 사실이다. 강력한 사운드와 화려한 댄스 테크닉은 아시아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 댄스뮤직만의 강점이자 경쟁력이며 그것이 바로 한류 열풍을 낳은 것이다.댄스 천하 10년은 결과적으로 한류를 낳았지만 한국 대중음악 콘텐츠가 다양화하는데는 저해요인으로 작용했다. 댄스뮤직 자체가 잘못됐다기 보다는 어떤 음악 콘텐츠 하나가 인기를 끌면 우후죽순 수많은 아류들이 등장하는 음악계의 획일화 풍토가 문제라는 얘기다. 댄스음악 콘텐츠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한 지난 10년 동안 다른 장르의 콘텐츠는 내 외형면에서 모두 제자리 걸음이었다는 것이다.현재 국내 음악콘텐츠는 댄스뮤직을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경쟁력에 자신감을 얻은 국내 음악업계는 해외진출을 위한 신인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인가수 유리 음반제작자인 임기태 이클립스 사장은 “신인가수를 발굴, 제작하면서 가장 크게 고려한 것이 바로 해외 진출”이라며 “예전처럼 국내시장만 바라보기엔 시장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업계 한편에선 한류 열풍의 핵심 콘텐츠인 댄스뮤직에 이어 경쟁력 있는 다른 장르의 음악 콘텐츠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댄스뮤직은 댄스뮤직대로 계속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돼야 하고 동시에 다른 장르들 역시 균형적인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국내 대중음악 콘텐츠 분야에 큰 관심을 쏟지 않던 정부도 몇 년 전부터는 음악콘텐츠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무한기술투자와 공동으로 음악 콘텐츠 산업 지원을 위한 2백억원 규모의 음악펀드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인터뷰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이사“한·중·일 파트너십 맺어야 성공”“지금의 한류 열풍, 정말 대단합니다. 중국 청소년들이 한국 스타, 한국 음악을 좋아하면서 한글을 배우고 태극기를 가방에 달고 다닐 정도입니다. 당연히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호감도도 높아지고 가장 가 보고 싶어하는 나라 또한 한국이기도 하죠.”전문 음악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이사는 그러나 한류 열풍은 향후 3년이 고비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그는 “문화침투라고 인식돼 중국 정부, 지식인 계층의 반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우호적인 문화교류, 중국 고유의 지역 정서와 조화되면서 친근한 이미지로 서서히 진출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최근 SM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많은 음악 기획사들이 중국 등 아시아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중국지역에서만 안재욱 베이비복스 등 50여종의 음반이 발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각 업체별 각개전투식 진출에 따른 애로를 얘기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일원화된 창구가 공식적으로 마련돼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 간접적인 지원과 협조가 적극적으로 뒷받침되는 게 바람직합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방안으로는 첫째, 무대장치 음향 등 공연 인프라 지원 및 중국 내 공연 유치, 둘째 물적 인적자원 통관 및 이동 절차 간소화 등의 행정적 지원, 셋째 대중문화 수출의 주역인 연예인들에 대한 정책적 국빈 대우 등입니다.”한류 열풍을 더 큰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이이사는 “세계 2위의 음반 시장인 일본을 비롯해 13억 인구의 중국, 그리고 한국을 중심으로 거대 시장이 부상하고 있다”며 “ 중국 등 아시아권 국가들과 파트너십을 맺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