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의 ‘절대강자’가 사라지면서 업계를 이끄는 리더들의 세대교체 역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오너 중심의 ‘큰 형님’ 체제가 가고 합리적인 경영을 추구하는 전문 경영인 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것.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5월 건설업계 CEO 1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형 건설업체의 91%가 전문 경영인 체제를 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회사에서 승진 단계를 밟아 전문 경영인이 된 경우가 77.3%에 이르렀다. ‘불도저식’ 오너 경영보다 현장에서 갈고 닦은 합리 경영이 각광받는 시대가 된 셈이다.특히 97년 유동성 위기 이후 상위 10개사의 CEO는 모두 교체됐다. IMF 타격이 가장 컸던 분야인 만큼 업체마다 획기적인 쇄신을 원했기 때문이다. CEO의 책임과 역할이 과거보다 훨씬 막중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30여년간 절대강자로 군림하다 좌초 위기를 맞았던 현대건설의 경우 김윤규 사장에 이어 지난 5월부터 심현영 사장이 사령탑을 맡았다. 63년 현대건설 공채 1기로 입사해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돌아온 장고’로 통한다. 86년부터 10년 동안 현대산업개발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회사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놓은 대표적인 현대맨이지만, 97년 청구그룹 부회장으로 옮긴 직후 부도를 맞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해외 공사와 재정을 직접 챙기는 치밀한 경영 스타일이 회생국면의 수장으로 적격이라는 평이다.삼성물산은 건설부문 송용로 사장과 주택부문 이상대 사장의 쌍두마차 체제다. 송용로 사장은 71년 삼성에 입사한 후 인사와 전략기획 분야에서 주로 일해 ‘두뇌 플레이어’ ‘인재 족집게’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99년 건설부문장에 부임한 뒤로 ‘디지털 건설’을 중심으로 한 경영혁신에 매진 중이다. 주택부문 이상대 사장은 ‘현장 경영’을 추구한다. 지난 7월 서울 반포주공2단지 재건축 수주전에 직접 뛰어들어 수주를 성공시킨 일화가 있다.대우건설 남상국 사장 역시 대우에서만 30년 가까이 근무했다. 직원 대부분이 남사장과 한 두번씩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있어 업무 추진이 원활하다는 평. 오랜 현장소장 경험에서 나오는 추진력과 판단력을 바탕으로 워크아웃 조기 졸업을 추진하고 있다.LG건설 민수기 사장은 자신이 사는 경기도 용인 근처 현장에 연락없이 불쑥 나타나곤 한다.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접 챙기는 한편 LG화재 재무통 출신인 만큼 수익 중심 경영에 관심이 많다.롯데건설 임승남 사장은 롯데를 주택업계 다크호스로 만든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업계에서는 임사장을 ‘개성있는 자린고비’로 부른다. IMF 위기 직후에 고급 아파트를 공급하는 공격경영을 펴 단숨에 브랜드 가치를 올려놓았고 재건축을 집중 공략하는 틈새전략을 성공시켰다. 그럼에도 최근 롯데건설이 그룹감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임사장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