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제주군 구좌읍 김녕리에 위치한 미로공원은 87년 공사를 시작해 97년 문을 연 뒤 하루 평균 1백여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1천 평의 부지에 영국산 나무 랜란디 1천2백여 그루를 제주도 모양으로 심어 미로를 만들었다. 사철 푸른 미로의 입구에 서면 착각과 망각의 길을 갈래짓는 미로가 팔을 벌려 맞이한다. 총 길이 1.5km에 달하는 나무들은 일정한 너비와 넓이로 예쁘게 다듬어져 미로는 사람의 우매함을 담기 위한 준비를 마친다.출구를 찾는 동안 미로 공원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 재미는 아무래도 불확실함이 던져주는 긴장감일 것이다. 이 곳을 찾는 이들은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정원수의 벽이 둘러싼 미로에 들어서는 순간 이미 ‘실제상황’이 벌어졌음을 알게 된다. 옆길을 슬쩍 보고 싶은 마음이지만 빼곡이 들어선 정원수는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미로에서 만난 한 신혼부부도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쯤 덜컥 겁부터 났다고 털어놓는다. 1시간을 넘기기도 해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닌 탓에 공원 관리소에서는 아예 미로지도를 나눠주고 있다. 지도만 보고 간다면 10여 분 정도면 미로를 빠져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진짜 미로의 참맛을 놓치기는 어딘지 싱겁지 않을까. 지도는 비상용으로 챙기고 자신 혹은 서로의 지혜에 길을 물어 보는 것을 어떨지. 랜란디 나무의 은은한 향을 천천히 음미하면서.미로공원의 또 한 가지 독특함은 무심코 들어선 매표소에서 고개를 쑥 내밀며 유창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파란 눈의 외국인. 이 벽안의 노인은 미국 워싱턴 주 출신의 프레드 더스틴씨(71). 30년 동안 제주대학교 관광과 교수로 재직하다 이 공원을 고안해 냈고 이젠 교단에서 물러나 작은 컨테이너 박스를 사무실 삼아 공원을 관리하고 있다. 국적이 궁금해 어디 분이냐고 묻자 “나요? 제주 사람이지, 어디 긴 어디야”라며 농을 던지신다.김녕 미로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상징미로. 뿐만 아니라 미로의 형태가 태극마크, 뱀의 머리, 제주를 서양에 소개했던 하멜의 배 Sparrow hawk 등을 상징한다는 비밀도 숨겨져 있다. 입장료: 일반 2천원, 학생 1천원. 연중무휴. 개장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문의: 미로공원 (064)782-9266 / 뭉치 이벤트투어 (064)749-6886~7●여행정보1. 찾아가는 길자가용: 제주시내→삼양(6.3km)→조천(5.6km)→함덕(2.3km)→만장굴 입구(11.8km, 미로공원)대중교통: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동회선 시외버스를 이용해 만장굴입구에서 하차 (40여분 소요). 만장굴 구도로 방향으로 걸어서 15분 정도.2.주변여행지: 비자림북제주군 구좌읍 평대리에 위치한 비자림은 단일수종 군락지로는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수령이 6백년 이상인 고목 등 2천5백여 그루의 비자나무들로 이뤄져 있는 비자림은 사철 푸른 숲으로 그 울창함과 함께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비자림에는 풍란을 비롯한 각종 희귀한 기생식물이 분포돼 있어 더욱 보호받아야 할 곳이다. 현재 비자림은 천연기념물 제 374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개장시간: 오전 9시에서 오후6시. 입장료: 어른 1천6백원, 청소년, 어린이 8백80원. (064)783-38573. 맛집: 공천포 식당미로공원이 있는 김녕리에서 서귀포 방향으로 내려가면 남원읍 신례리가 나온다. 그곳에 검은 모래로 이뤄진 공천포해변이 있다. 그 작은 마을에 이름난 물회집이 있는데 작고 허술한 모양새로 손님을 맞이하는 ‘공천포식당’이 그곳. 20여년 간 조그만 어촌에서 식당을 하면서 얻은 노하우로 ‘물회’라고 하면 제주도에서 이 식당을 따라 갈 곳이 없다. 앞 바다에서 금방 잡아온 소라 자리돔 한치 등으로 만든 물회와 제주도의 싱싱한 채소로 만든 밑반찬도 정성스레 내놓는다. 가격은 1인분에 5천~6천원 선. (064)767-2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