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를 돌아볼 때 가장 먼저, 상징적으로 떠오르는 인물은 서태지다. 하지만 다른 한 축에는 김건모가 있었고, 또 다른 한 축에는 이 가수, 신승훈이 있었다. 신승훈은 흔히 ‘발라드의 황제’로 불린다. 1990년대를 ‘댄스시대’라고 할 때, 그는 지난 10년간 온몸으로 ‘댄스의 강풍’을 견디며 외롭게 ‘발라드’를 고수해온 몇 안 되는 중견 가수인 셈이다. 올해로 가수 경력 12년째, 정규음반으로 8집이다. 이번 음반 타이틀은 영문 이름을 그대로 옮긴 , 의미심장하다.“가장 신승훈다운 음악을 하고 싶어 타이틀을 이렇게 정했어요. 지난 몇 장의 음반에선 ‘나’를 버리고 ‘장르’에 치중했어요.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시험했다고 할까. 이번 음반에선 새로운 ‘장르’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나의 음악, ‘신승훈 음악’에 충실했습니다.”월드뮤직풍의 타이틀곡 ‘전설 속의 누군가처럼’으로 눈에 띄는 변화를 꾀한 지난 7집은, 예전 음반들에 비해 만족할 만한 대중적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신승훈 자신은 ‘다 예상했던 일’이라고 가볍게 넘겼지만, ‘변화’의 강박증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찾으려 한 새 음반의 노력은 지난 경험의 산물처럼 보인다.“예전엔 음반 작업기간에 주로 외국을 많이 다녔어요. 외국 가수들의 음악도 많이 들었고요. 이번엔 안면도, 동해안 등 제가 어린 시절 자주 찾았던 곳, 제게 익숙한 곳에서 주로 지냈어요. 음악도 다른 가수의 음반이 아닌 제 음반을 1집부터 7집까지 계속 들었고요. 다시 저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었죠.”그래서일까. 이번 음반 곳곳에서 신승훈의 기존 히트곡 ‘보이지 않는 사랑’과 ‘그후로 오랫동안’에서 보여준 ‘그때 그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다면…’ ‘널 위한 이별’ ‘이런 나를…’ 등은 전형적인 신승훈 발라드의 ‘극치’다.오브제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첫 시도신승훈은 음반 발매 5일 후인 지난 1월 19일 대형 ‘쇼케이스(Showcase)’로 대중 앞에 처음 나섰다. 원래 ‘쇼케이스’는 음악관계자들을 위한 소규모 공연이나 시연회를 뜻하는데, 신승훈은 이 쇼케이스를 대형 콘서트 수준으로 끌어올려 팬들을 초대한 것이다. 대신 ‘쇼케이스’의 취지를 살려 입장료를 일반 콘서트 가격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지난 1월 19~20일 이틀에 걸쳐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신승훈 쇼케이스’에는 팬 7,0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쇼케이스에선 새 음반의 주요 수록곡들이 라이브로 처음 소개됐고 기존 히트곡들도 풍성히 선보였다.그리고 국내 최초로 ‘오브제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제작된 타이틀곡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다면…’의 뮤직비디오가 첫 선을 보였다.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오브제 애니메이션’은 팀 버튼 감독의 영화 <크리스마스 악몽 designtimesp=21966>과 같은 기법. 배경 하나하나를 미니어처로 제작하고 인물을 인형으로 만들어 조그만 동작 동작을 찍어 연결하고 장면에 따라 하나하나 표정을 다시 만들어 찍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이번 음반에서 비로소 ‘변화’에 대한 부담, 강박증에서 제대로 벗어난 듯보이는 신승훈. 처음 시도한 뉴 에이지풍 ‘愛而不悲’, 모던 록풍 ‘飛上’에서의 ‘작은 파격’이 한결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만화로 보는 세상 - <갤러리 페이크 designtimesp=21973>돈으로 아름다움을 살 수 있을까지난해 12월, 미술계가 떠들썩했다. 23일부터 31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에서 기라성 같은 한국 근대 화가들의 미공개 작품이 전시된다는 뉴스 때문이었다. 박수근, 이인성, 나혜석, 김관호 같은 거장들의 미발표작이 20여점이나 공개된다니 실로 어마어마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어디 한번 천박하게 ‘계산’을 해보자. 박수근의 작품이라면 모르긴 몰라도 호당 1억원은 가뿐하다. 다른 화가들도 못지 않다. 그런 작품이 20여점이라니 못해도 50억원은 훌쩍 넘길 게 틀림없다.점입가경이었다. 전시가 시작되기 며칠 전, 미술계는 시끄럽다 못해 아예 벌집을 쑤셔놓은 듯했다. 전시된 작품들이 위작 시비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두 점이 아니라 전시작이 ‘모조리’ 위작 혐의를 뒤집어썼다. 탈이 나도 단단히 난 셈이었다.위작 시비의 출발점은 전시될 작품이 감정을 받지 않은 데서 출발했다. 미발표작이라면 국내 유일의 ‘공인’ 감정 기관인 화랑협회의 감정부터 받는 게 순서. 그러나 전시작 소장자는 이를 거부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화랑협회의 감정을 신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지만, 설득력이 없어 속내는 따로 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어쩌면 작품을 확인한 전문가들의 말이 진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전시작은 모조리 가짜였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그처럼 말썽 많은 전시에 수원시가 국민들의 피 같은 세금을 1,000만원도 넘게 지원했다는 사실은, 지식의 깊이가 얕고 얇은 주제에 뭐든 설렁설렁 대충대충 처리하는 이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 듯해 뒷맛이 씁쓸하다.호소노 후지히코의 일본 만화 <갤러리 페이크 designtimesp=21990>(서울문화사)는 가짜 미술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전시관 ‘페이크’의 주인 후지타 레이지를 내세워 사회의 천박함을 꾸짖는다. 후지타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큐레이터를 지낸 전문가 중의 전문가. 끝을 모르는 박식함으로 돈만 아는 수집가와 미술관의 행태를 조롱하고 허영에 찬 세상을 비웃는다. 후지타의 활약을 흥미진진하게 따라가다 보면, 서양의 걸작에서부터 사물을 과감하게 데포르메하는 아프리카 미술의 새로운 경향(화가 팅가팅가로 대표되는)에 이르기까지 미술 상식을 폭넓게 접할 수 있으니 덤치고는 짭짤하다.주인공 후지타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아름다움은 돈 많은 자의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사람들의 것이라는 점. 탐욕스런 수집가에게는 가짜를 던져주고 진짜 밀레의 작품은 진정한 가치를 가슴으로 느끼는 농부에게 넘기는 에피소드에서 작가의 철학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옥의 티라면 번역. 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비전문가의 솜씨임에 틀림없다. 다 젖혀둔다 하더라도 그 유명한 클림트가 ‘크리무트’라는 일본식 발음 그대로 옮겨지고, 이번에는 일본식 발음을 영어식대로 옮긴답시고 풍경화의 대가 코로(Corot, Jean-Baptiste-Camille)를 ‘콜로’라 쓰는 데에는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무식과 천박을 나무라는 만화 <갤러리 페이크 designtimesp=21999>를 아마추어가 아무렇게나 번역하고 있으니 이야말로 아이러니가 아닐까. 하기야 전시의 가치를 기어이 돈으로 환산해 보고서야 직성이 풀리는 필자 같은 이가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오십보 백보겠지만.김유준 <에스콰이어 designtimesp=22002> 기자 yjkim@kayamedia.com금주의 문화행사작가를 찾아서한국미술의 마에스트로전1월 10일 ~ 2월 17일(월 휴관) / 오전 10시 ~ 오후 6시사근동 금호미술관한국현대미술사의 원로 중견작가 8명의 작품들을 한군데서 맛볼 수 있는 기회다. <월간미술 designtimesp=22013>에서 지난 2년간 연재된 작가 탐구시리즈를 토대로 마련됐다. 출품 작가는 박노수, 송영방, 박서보, 전성우, 최만린, 이영학, 강운구, 김익영 등 8명.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살피고자 한다는 게 기획의도.(02)720-5114지네와 지렁이 = 2월 17일까지 아룽구지 극장. 오염과 테러를 피해 조국을 등지는 이민이 넘쳐나는 2010년 한국을 배경 삼은 ‘오태석식’ 풍자극. (02)745-3966청춘예찬 = 2월 10일까지 학전 블루 소극장. 남루한 현실과 희망 없는 청춘. (02)760-4634리허설 = 2월 17일까지 메사팝콘홀. 뮤지컬 공연 무대 뒤에서 빚어지는 뒷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유명 뮤지컬 곡이 다수 삽입된다. (02)552-2035넌센스 = 2월 9일까지 리틀엔젤스 예술회관. 인간미 가득한 수녀들의 좌충우돌 해프닝을 다룬 코미디 뮤지컬. (02)766-8679어린이 난타 = 2월 3일까지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대극장. 세계적 히트 상품이 된 논 버벌 퍼포먼스 <난타 designtimesp=22019>의 어린이판. 1588-7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