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D.대한항공 등에 납품...4인승 항공기 제작에 이어 게임시장까지 넘봐

전투기 1대를 띄우는 데 드는 비용은 1,000만원이 넘는다. 특히 결함이 있을지도 모를 신형 비행기의 성능을 테스트할 경우엔 돈도 돈이지만 조종사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공군은 물론 항공기 회사들은 실제 비행이 아닌 항공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충남 연기군 남면에 위치한 썬 에어로시스(www.sunaerosys.com)는 이런 항공 시뮬레이터를 개발, 국내 군·민수 시장의 90%를 장악한 항공벤처다. 특히 군용 항공 시뮬레이터를 제작하는 곳은 여기뿐이다.지금까지 국방과학연구원(ADD)과 한국항공우주국(KARI) 등 국책연구소는 물론 삼성항공,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한항공, 삼성테크윈 등 국내 항공기 회사들에 다양한 항공 시뮬레이터를 납품해 오고 있다. 지난해에만 35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한국항공우주산업의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F-5 제공호 지상훈련소와 KT-1 훈련기 등 군에서 사용하는 항공 시뮬레이터가 모두 이 회사 제품이다. 대당 9억원 정도로 외산 제품값의 절반도 안 되면서 성능은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군용의 경우 조종술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담는 등 맞춤형으로 제작해 주고 있다. 항공기뿐 아니라 전차 시뮬레이터와 풍동용 테스트 모델 등 10여종의 시뮬레이터를 보유하고 있다.지난해 10월 열린 서울에어쇼에도 자체 개발한 항공시뮬레이터를 출품했다. 주치홍 경영기획팀장은 “지난번 에어쇼에선 국내 최초로 비행 시뮬레이션 대회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며 “국내 최초로 F-16 전투기용 시뮬레이터를 선보여 큰 호응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에어쇼가 끝난 후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제품 문의가 쇄도했다고 주팀장은 덧붙였다.지난 93년 설립된 이 회사는 8년 만인 지난해 4월 1만번째 벤처기업으로 등록되면서 화제가 됐다. 여기에 기은캐피탈로부터 5억원까지 투자받으면서 기술개발에 엔진을 달았다. 이 회사는 오래 전부터 국방과학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파트너십을 쌓아왔다. 95년 경남 함안에서 이들 연구소와 가까운 충남 연기로 본사를 이전한 것도 이들 연구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기 위해서였다.이렇게 해서 ADD와 KARI 등과 실제 비행과의 격차를 최소화하는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해온 것이 기술개발에 성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금도 전체 비용 중 연구개발(R&D) 투자비율이 11%에 달할 정도로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전제 직원 37명 가운데 석·박사급 연구원 4명과 숙련된 엔지니어가 대거 포진해 있다. 지난해엔 군용기 조종사 출신으로 국내외에서 풍부한 비행 경력을 가진 전문인력도 영입했다. 그만큼 실제 비행과 같은 항공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겠다는 취지였다.‘진짜’ 항공기 개발에도 착수이 회사가 야심차게 도전하는 사업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기존 항공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체감형 게임기다. 공기 시뮬레이터 하드웨어 기술을 인터넷에 접목한 체감형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비행 아케이드 게임기는 물론 이를 활용한 PC 인터넷게임 개발까지 노리고 있다. 이미 항공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가상현실 인터넷 게임장치에 관한 특허를 출원하고 소프트웨어 개발팀도 구성했다. 현재 네트워크용 F-16모션 아케이드 게임을 시제품으로 내놓은 상태다.“지난해 열린 게임대전 기간 중 매일 50명 정도의 게이머가 시승해 본 결과 멀미가 나지 않는 상태에서 화면상의 전투기 기동에 따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실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팀장은 전했다.지난해 말엔 시뮬레이터가 아니라 아예 진짜 항공기를 개발하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99년 과학기술부가 5년간 40억원을 대고 썬 에어로시스가 10억원을 투입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공동으로 4인승 항공기 개발을 시작한 것이다. 주팀장은 “2004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이를 정밀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 모델의 동체와 날개까지 이미 개발해 놓았다”고 밝혔다.첨단 소재를 이용해 시험용 부착물 등 항공기 부품 제작을 추진하는 등 항공기 부품재료 시장 공략도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다. 항공기 복합소재 전문 회사로 잘 알려진 영국의 ACG를 비롯해 미국 항공 시뮬레이터 생산업체인 마이크로크래프트사와도 제휴한 상태다. 이와 함께 네트워킹이 가능한 6축 모션 제어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 기존 시뮬레이터의 사양을 한층 더 고급화한 것이다. 이를 아케이드용으로 전환하기 위해 모션 제어시스템의 하드웨어를 작고 가볍게 만드는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현재 700평 규모의 공장이 있는 충남 연기 본사말고도 대전 연구소를 비롯해 서울에도 마케팅 사무소를 두고 있다. 사업영역이 넓어짐에 따라 신규직원을 계속 충원 중이다.Interview 박선태 사장“항공게임 테마파크 조성이 꿈”박선태 썬 에어로시스 사장(43)은 국내 몇 안 되는 항공기 제작 전문가다. 고교시절 파일럿을 꿈꾸었던 박사장은 시력 탓에 공군사관학교 지원을 접어야 했다. 결국 ‘비행기를 탈 수 없다면 차라리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기계공학과에 들어갔다.84년 대학원에서 항공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실무경험을 쌓기 위해 85년 삼성항공산업에 입사해 항공기 설계와 제작 분야에 뛰어들었다. 8년 후 ‘항공기 회사를 갖고 싶다’는 생각으로 우선 옛 동료가 경영하던 모형 항공기 공장에 단돈 100만원을 들고 개발자로 들어갔다. 사업을 포기한 동료의 공장을 인수받아 새로 차린 회사가 썬 에어로시스의 전신인 썬 엔지니어링. 모형 항공기를 개발하다 자연스럽게 항공 시뮬레이터 쪽으로 사업방향을 잡았다. 당시 국내에선 군수·민수 할 것 없이 값비싼 외산 항공 시뮬레이터가 판을 치고 있던 것. “잘만 하면 엄청난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죠.”94년 실물 크기의 SB427 헬기 모형에 이어 97년 F-5E 시뮬레이터 등을 차례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그러다 IMF 경제위기 때 연구비는 자꾸 들어가는데 돈이 돌지 않아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당시 시제품으로만 나와 있던 F-5 전투기 시뮬레이터가 양산되는 쾌거를 올리면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그가 내놓은 시뮬레이터들을 납품받은 회사들마다 품질인정을 해주었다. 삼성항공과 공군 항공사업단의 감사장을 받았을 만큼 군과 업계에서 주목도 받았다.박사장은 우선 항공 시뮬레이터로 국내시장을 완전히 평정한 후엔 해외에까지 진출하겠다는 목표다. 시뮬레이션 기술을 확보한 만큼 2004년 생산 예정인 4인승 항공기 제작도 차질이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와 함께 현재 추진 중인 항공 아케이드 게임과 PC 인터넷게임 사업에도 박차를 가해 머지 않아 이를 통합한 ‘항공게임 테마파크’조성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