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334호 (2002년 04월 29일)

휴대폰 3,000만 시대 ‘너없인 못 살아’

기사입력 2006.09.04 오전 11:55

“휴대폰 없이 살 수 있습니까?”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 직장인 김은혜씨(25·서울 중계동)는 “그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그녀는 24시간 휴대폰을 끼고 산다.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친구들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은 기본.

그는 남자친구와 채팅을 즐기고 날씨, 교통정보 등 각종 생활정보도 얻는다. 얼마 전부터는 은행업무까지 본다. 휴대폰으로 은행잔고를 살피고 미처 내지 못한 공과금은 온라인으로 송금한다.

이 모든 것을 엄지손가락 두 개로 끝낸다. 실생활에도 적극 활용한다. 머리를 할 때도 반드시 명동의 ‘드라마하우스’를 이용할 정도다. ‘드라마’ 회원이어서 그동안 모인 적립포인트를 이용하면 일반 미용실보다 훨씬 싸기 때문. 카페나 식당을 이용할 때도 가맹점여부를 꼼꼼히 따지는 것을 잊지 않는다.

요즘 젊은이들 중에서 “휴대폰 없이 하루도 못살 것 같다”는 김씨의 말에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가입자수 18년간 1만배 성장

TV나 냉장고처럼 휴대폰도 이제 생활 속 깊이 자리잡았다. ‘3,000만명’이라는 수치가 이를 말해 준다. TV나 냉장고를 추월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휴대폰이 이처럼 막강한 힘을 갖기까지는 불과 18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휴대폰 역사는 지난 84년부터 쓰여졌다. 그해 가입자 수는 2,658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네 시작은 미약했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성경구절처럼 눈부시게 성장했다.

11년 만인 95년 거뜬히 100만명을 넘어섰다. 탄력이 붙은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100만명을 넘은 지 3년 만인 98년 6월 1,000만명, 다시 1년 만인 99년 8월 2,000만명을 단번에 돌파하며 ‘휴대폰 전성시대’를 열었다.

시장 덩치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84년 4억원에 불과했던 것이 2001년 3만배 이상 늘어나 13조 5,000억원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는 국내 백화점이나 할인점 시장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휴대폰의 성장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는 유선전화와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97년 유선전화 가입자 수는 2,000만대였으나 휴대폰은 30% 수준인 680만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2년 만에 상황은 역전됐다. 99년 휴대폰이 2,300만대로 늘어나면서 유선전화 2,100만대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후 유선전화는 계속 정체상태였지만 휴대전화는 3,000만대를 돌파하며 유선전화를 압도하기 시작한 것. 아울러 시장규모도 연평균 64%씩 성장해 같은 기간 동안 약 500억원에서 2001년 25조원(단말기 시장 포함)으로 커졌다.

정보통신부는 앞으로 무선 인터넷, 차량전화와 위치추적, PDA, 전자지불서비스의 활성화로 오는 2005년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4,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휴대폰단말기 85억달러 수출

휴대폰산업의 고속성장이 경제발전에 끼친 파급효과도 매우 컸다.

실제 휴대폰 매출액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95년에 0.22%에서 97년 0.73%, 2000년 2.19%, 2001년 2.47% 수준으로 높아졌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최근 이동전화장비산업과 서비스산업을 합쳐 지난해 생산유발효과가 42조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도 21조원에 달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고용인원도 50만여명(2001년 말 기준)으로 추정했다.

휴대폰 시장의 빠른 성장은 국내 제조업체들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원동력이 됐다. 2001년 한 해 동안 85억달러어치의 휴대폰 단말기를 수출, 단일품목으로는 반도체, 자동차, 컴퓨터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세계시장 점유율을 보더라도 지난해 삼성전자가 4위, LG전자가 10위권에 진입한 데다 팬택, 세원텔레콤, 텔슨전자 등 단말기 전문 기업들도 20위권 내에 포진하는 등 세계적인 위상을 확보했다는 평이다.

LG경제연구원 조준일 연구원은 “서유럽 등 주요시장의 공급과잉과 서비스사업자들의 자금난 등의 여파로 세계 단말기 시장이 전년대비 3% 정도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이뤄진 성과라서 더욱 값지다”고 밝혔다.

국내 휴대폰이 이처럼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까닭은 ‘국내 소비자들의 힘’이라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

현재 국내 휴대폰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유행에 민감하고 업체들의 신기술과 디자인 경쟁이 치열해 하루가 멀다하고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이미 국내에서 보편화된 16화음 벨소리 휴대폰이 세계시장에서는 최근에야 선보이고 있을 정도다.

결국 업체들은 치열한 내수시장을 통해 검증, 보완된 제품을 세계시장에 내놓으면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플립업 모델이나 듀얼 폴더 등의 제품들이 내수시장에 검증 받은 뒤 세계시장에 나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경우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재윤 연구원은 “휴대폰 산업은 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CD)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할 필요가 없고 고급인력 중심이어서 우리나라에 적합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손 안’에서 모든 것 해결

휴대폰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다. ‘들고 다니며 사용하는 전화’라는 본연의 기능 외에 사용자의 오감을 충족시키는 별별 기능과 서비스들이 하루가 다르게 개발, 발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업종, 신직종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상태다.

최근 10~2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엄청난 수요를 일으키고 있는 분야는 벨소리·캐릭터 다운로드 서비스. 올해만 각 700억원, 300억원 규모의 시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돼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 11월 운전 중 휴대폰 사용자 단속을 전후로는 핸즈프리 시장이 떠올랐고 휴대폰 줄, 스티커 등 액세서리 분야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태다. 올해 들어 중고 휴대폰을 해외로 수출하는 틈새비즈니스가 떠오르면서 줄잡아 5,000만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폰 가입자가 늘어나고 부가기능이 발전하면서 생활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인터넷의 ‘선의 한계’를 뛰어넘어 ‘손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예컨대 지하철이든 항공기든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어 인터넷에 접속해 모든 일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한마디로 ‘휴대폰 하나면 모든 게 OK’이다.

SK텔레콤의 경우 e메일 접속이 월 4,600만건, 위치·교통·여행정보가 2,800만건, 증권·금융·재테크 정보가 1,500만건으로 생활인터넷 이용건수가 1년새 50% 이상 늘었다. 이같은 사정은 다른 이동통신사들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영업사원 김오현씨(34·서울 강남)에게 휴대폰은 ‘똑똑한 비서’ 역할을 한다. 특히 하루종일 현장을 뛰는 그의 입장에서 ‘교통혼잡’은 이만저만한 방해물이 아니다.

교통혼잡만 피한다면 한 사람 만날 것을 두 사람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그는 최근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교통안내시스템’이 장착된 휴대폰을 구입했다. 이 휴대폰은 실시간 교통정보와 최적의 주행경로를 음성으로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근무시간의 대부분을 외부에서 보내는 그는 휴대폰으로 회사 PC에 접속해 고객관리를 한다. 외부에서 PC에 있는 내용을 수정하거나 파일 검색과 전송 등의 업무처리를 하고 있는 것. 김씨는 “휴대폰을 잘 활용한다면 영업효율을 두 배 이상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휴대폰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을 태세다. 전화, PC, TV, 영화관을 한꺼번에 집어넣어 ‘미래 정보기기의 총아’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1세대(아날로그)와 2세대(디지털)를 거쳐 ‘꿈의 이동통신’으로 불리는 3세대 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이 본격화되면 ‘꿈’은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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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