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334호 (2002년 04월 29일)

단말기가 문화지도 새로 그린다

기사입력 2006.09.04 오전 11:55

지난 4월 16일 낮 1시. 점심을 먹고 난 SK텔레콤 직원들은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이른바 ‘더치페이’ 방식으로 계산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현금을 꺼내 모으는 대신 자사 휴대폰 송금 서비스 ‘네모(NEMO)’를 사용했다.

네모는 상대방의 휴대폰 번호만 알면 휴대폰으로 송금을 할 수 있는 일종의 전자화폐 시스템이다. 이들은 그 자리에서 각자 내야 할 비용을 휴대폰을 통해 한명의 계좌로 송금해 간단하게 처리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부터 일부직원의 월급을 네모로 시범 지급하고 있다. 송금된 돈은 은행에서 직접 현금으로 찾을 수 있다.

지난 4월 15일 중국 여객기 참사 사건 당시, 일부 탑승객은 추락 전후 휴대폰으로 가족

과 통화를 했다. 마지막 순간을 가족과 함께 하려던 목소리가 휴대폰을 통해 퍼져 나왔던 것이다.

한편 사건발생 직후 증권회사 직원 서윤철씨(39)는 사고 사실을 모바일방송 속보를 통해 알게 됐다. 서씨는 “인터넷으로 속보를 접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휴대폰 방송으로 뉴스를 본다”며 “취향에 맞는 채널에 미리 가입하면 프로그램이 도착할 때마다 TV 모양 아이콘이 휴대폰 액정화면에 표시된다”고 말했다. 휴대폰이 우리 생활을 바꿔, 신문화를 창출한다는 증거는 이런 극한 상황에서까지 나타난다.

멤버십 회원전용공간…신문화 창출

각 통신사들이 멤버십 카드 서비스를 내놓으며 만든 특화공간은 새로운 풍속도를 낳은 중심지대다.

이곳은 처음 생긴 지난 99년부터 이미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의 놀이,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TTL존(SKT)과 나지트(KTF) 등에서는 멤버십 회원이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커피도 즐길 수 있다.

여성고객인 ‘드라마’ 회원을 위해 KTF가 마련한 드라마하우스도 최근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역 부근과 명동, 대전에 위치한 드라마하우스에 방문하는 여성은 하루 평균 1,000여명. 저녁 약속을 위해 오전에 이곳을 찾는 회원들도 있다는 것이 드라마하우스 직원들의 얘기다.

회원들은 오전에 나와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아 머리모양을 정돈하고 인근 백화점에서 산 옷을 이곳에서 갈아입고 파우더룸에서 화장을 끝낸다. 그후 모임장소로 향한다는 것.

휴대폰으로 인해 대중문화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기가요의 순위는 소위 ‘길보드 차트’라고 하는 길거리 노점상에서 알아낼 수 있었다. 요즘 인기곡을 알려면 휴대폰 벨소리를 유심히 들으면 된다.

한편 전화를 건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를 각기 다른 벨소리로 미리 구분해 내는 것도 유행이다. 광고회사 직원 김대만씨(29)는 “여자친구의 전화는 드라마 ‘겨울연가’ 테마곡으로, 친구들의 전화는 인기 개그맨 ‘수다맨’의 목소리로 벨소리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요즘은 설문조사도 휴대폰으로 가능하다.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얼마 전 황사를 주제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황사 여론조사에는 9,00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해온 모바일리서치에는 주제별로 평균 3,000~4,000명의 고객이 참여해 왔다. 종이와 펜을 통해 해오던 설문조사 역시 첨단의 물결을 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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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