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334호 (2002년 04월 29일)

시간 절약하고 돈 벌고 ‘1석 2조’

기사입력 2006.09.04 오전 11:55

“차 한잔 마시는 동안에 자동차 검사를 끝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밀 신체검사를 받고 싶지만 시간이 워낙 많이 걸리고 절차도 복잡해서….”

가는 곳마다 사람과 자동차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시간과의 지루한 싸움은 서비스를 받으려는 사람이 거쳐야 할 필수 과정의 하나로 굳어버렸다.

몸이 안 좋아진 걸 느끼면서도 기다리는 시간을 쪼개기 어려워 신체검사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사람이 생활 주변에는 한두 명이 아니다. 자동차가 서민들의 발로 자리잡은 지 오래지만 차체 검사를 직접 받으러 갈 수 있는 운전자는 많지 않다.

샐러리맨은 샐러리맨대로, 자영사업자는 자영사업자대로 생업과 싸우다 보니 반나절에서 며칠씩 걸리는 시간을 따로 쪼개기가 힘들어서다. 비용 또한 걱정거리다. 서비스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고객이 치러야 할 대가가 그만큼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시간과 비용을 최대한 압축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최신 이코노 비즈니스의 하나로 1시간 건강체크를 꼽고 있다. 도쿄 시부야의 호텔 메츠에 ‘메디컬 스캐닝 시부야’라는 간판을 달고 2001년 11월 오픈한, 한 의료센터가 선보인 이 서비스는 말 그대로 1시간짜리 건강검진이다.

검사 받을 때의 대기 시간과 절차에 질려 병원 이용을 포기하는 고객들을 겨냥해 내놓은 틈새 의료서비스의 하나다. 이 센터는 말하자면 일반 병원에 들어가 있는 검사, 진단 부문만을 따로 떼내 독립한 초미니 의료시설인 셈이다. 검사를 특화시킨 의료시설답게 MRI(자기공명화상장치), CT(컴퓨터단층화상장치) 등 최첨단 장비를 고루 갖추고 있다.

최종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대략 1주일 걸리지만 검사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이면 충분하다. 의사와의 면담, 검사, 진단이 1시간 안에 모두 끝난다. 최첨단 장비를 동원하고 있는 데다 필요한 신체 부위에만 검사를 최대한 집중시키는 노하우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짧으면 10분, 길어야 30분이면 검사가 끝날 때도 있다고 일본 언론은 전하고 있다. 배 윗부분의 검사를 받은 한 고객은 MRI 검사가 15분 정도에 끝났으며 문서 작성, 의사 면담에 걸린 시간을 포함해 50분쯤 후 센터 문을 나설 수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이용객들은 검사 후 바로 화상을 보면서 방사선과 전문의의 설명을 듣고, 걱정되는 부위의 증상을 파악할 수 있게 된 데 만족해하고 있다.

물론 이 센터는 검사, 진단에 전념하기 때문에 치료를 하지 않는다. 치료를 요하는 경우가 발견된 이용객은 병원을 찾도록 권유한다. 센터측은 병원의 소개로 찾아오는 이용객과 입소문을 듣고 오는 경우가 거의 절반씩 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다른 의료기관의 소개로 오는 이용객이 70%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대형 병원들도 특화된 초스피드의 검사기관을 높게 평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의 계열사 중 하나인 도쿄도요페트가 선보인 자동차검사 서비스 또한 이용객들의 지루함을 씻어낸 획기적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급차검45’라는 이름이 붙은 이 서비스는 말 그대로 45분이면 접수에서 검사 후 인도까지 모든 업무가 끝난다.

자동차가 아주 오래돼 정밀 검사가 필요한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최근 4~5년 안에 출고된 도요타자동차의 차량이라면 45분 안에 충분히 살필 수 있다는 것이 실무자들의 자랑이다.

작업시스템은 검사원 1명과 엔지니어 2명 등 총 3명이 1조를 이뤄 일을 처리하도록 짜여 있다. 의뢰받은 차량의 주위를 3명이 동시에 에워싸고 소리를 질러가며 작업하는 식이다. 엔지니어가 검사, 정비한 내용을 검사원이 그 자리에서 확인하고 작업일지에 적어내려간다.

검사와 기록을 동시에 진행하니 작업시간이 다른 정비공장에서보다 대폭 단축될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다. 타이어를 점검할 때는 왼쪽을 체크하는 엔지니어와 오른쪽을 체크하는 엔지니어로 저마다 일을 나눈 뒤 앞, 뒤를 분담해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

차량 주위를 돌 때 이들이 서로 부딪치거나 방해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염두에 둔 배려이다.

엔지니어들의 작업수순과 동작을 면밀히 검토한 후 가장 효율적으로 생각되는 공정을 매뉴얼화한 것이 경쟁력의 뿌리가 되고 있다. 검사 후 차를 닦고 돈을 치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이처럼 짧으니 고객들이 반기지 않을 리 없다.

이 서비스는 특히 쇼핑이나 간단한 볼 일을 위해 외출한 여성 운전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장을 보러 갔다 올 동안이나 차 한잔 마시는 시간에 검사를 완료하는 데다 옆에서 작업 광경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발전문 QB하우스 ‘인기만점’

대표적 이탈리아 음식인 스파게티는 젊은 여성고객들의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면을 삶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딱딱한 면발 때문에 적어도 6~7분은 삶아야 하므로 고객의 지루함을 어떻게 덜어줄 수 있느냐가 점주들의 고민이었다.

하지만 도쿄 록본기의 한 요리점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시간인 8초 만에 면을 삶아내는 노하우를 선보여 시선을 끌고 있다. ‘파스테리아 스피크스’라는 간판으로 영업 중인 이곳은 한 전문업체가 독자개발한 ‘로열셰프 냉동8초 스파게티’를 비장의 재료로 쓰고 있다.

이 면은 7할 정도를 사전에 삶은 후 플루란으로 불리는 전분질을 겉면에 코팅한 것이 특징이다. 겉 표면 처리와 모양에도 상당한 신경을 쓴 이 면은 다른 냉동 스파게티면을 삶는 데 보통 30초 이상 걸렸던 시간을 거의 4분의 1 이하로 단축시켰다.

요리사들은 이 면을 끓는 물에 넣을 경우 5초면 완전히 해동되고 나머지 3초 동안 맛있는 면으로 고루 삶아진다고 전하고 있다.

네슬레 재팬이 운영하는 ‘파스타 휘트니’는 냉동면을 쓰지 않으면서도 보통의 마른 면 삶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 호평을 받고 있다. 주문 후 요리가 나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모두 5분도 되지 않는 이 점포의 비결은 역시 자체 개발한 특수 면을 쓴다는 데 있다.

요리가 다른 곳들보다 훨씬 빨리 나올 뿐 아니라 가격도 440엔으로 저렴해 매장이 늘 붐빈다. 점포측은 그러나 빨리 내놓기만 한다고 고객들이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아니라며 오히려 맛과 품질을 진짜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스톱 워치로 초침을 재듯 정확히 시간을 관리하는 것으로 소문난 업소는 커트체인점 ‘QB하우스’다. 1,000엔에 10분 동안 이발을 끝내는 이 업체의 강점은 철저한 표준화와 과학적인 업무 관리에 있다.

다른 물가도 비싸지만 일본의 이발 요금은 특히 더하다. 조금 번듯한 곳에서 면도와 머리 감는 서비스를 받는다면 4,000엔은 족히 들어간다. 아무리 허름해도 2,000엔은 다 넘어간다. 한 달 용돈이 3만~4만엔에 불과한 일본 샐러리맨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우후죽순처럼 뻗어가는 이 업체의 성장전략은 이같은 점을 파고든 데서 나왔다. 면도와 샴푸를 생략한 채 머리를 깎아주는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에만 특화하는 한편 싸구려 냄새를 지운 것이 성공비결이다.

도심 곳곳에 깔린 QB하우스는 우선 염가 이발소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환한 실내 조명에 깔끔하고 청결한 내부가 어딜 가나 공통이다. 그러나 서비스 시간은 무서우리만치 계량화돼 있고 완벽하게 계산돼 있다.

이발하는 과정에서 한치의 시간도 낭비하지 않는다. 매장에서는 종업원들이 돈을 취급하지 않는다. 입구에 설치된 카드발급기에 고객이 1,000엔짜리 지폐를 집어넣으면 번호표가 나오도록 돼 있다.

고물가가 풍요로운 생활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버티고 있지만 시간과 돈을 벌어주는 시(時)테크 비즈니스야말로 고객들로부터 외면받지 않는다는 것을 실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06-09-04 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