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중년 남성이 아니라도 취업난과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20~30대 젊은 남자들에서도 탈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탈모증 때문에 고민하는 남자들 사이에서 ‘프로페시아’란 탈모증 치료제는 꽤 유명하다. 정력제와 같은 성분이란 점에서 관심을 끌기도 했던 이 약을 개발한 회사는 세계적인 제약기업 MSD다.MSD가 국내 법인인 한국MSD(www. msd-korea.com)를 설립한 건 지난 94년. 그러나 그보다 훨씬 전부터 국내 제약사들은 MSD 제품을 들여와 가공·판매해 왔다. 한국MSD는 그동안 남성형 탈모 치료제 ‘프로페시아’ 외에도 고지혈증 치료제 ‘조코’를 비롯해 고혈압 치료제 ‘코자’, 골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 골다공증 치료제 ‘포사맥스’, 천식치료제 ‘싱귤레어’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신약을 국내에 선보여 왔다.현재 전국 5개 도시에 지사를 두고 마케팅이 한창이다. 직접 판매를 시작한 지 7년 만인 지난해 1,1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국내 제약사들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로 떠올랐다. 심지어는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에게 부여했던 판권을 일부 회수하기까지 해 국내 제약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한국MSD의 본사는 미국 뉴저지주 화이트하우스스테이션에 있는 머크(www.merck.com)사다. MSD는 미국과 캐나다에선 ‘머크’란 사명을 쓴다. 그 이유는 MSD의 설립 배경 때문이다. 1668년 독일인 프리드리히 자콥 머크가 독일 머크사를 설립한 후, 1891년 후손인 조지 머크가 미국에 설립한 회사가 지금의 미국 머크다. 이 회사는 1차대전 중인 1917년 독일인 머크와 분리한 후, 1953년 제약유통업체인 샤프앤돔과 합병하면서 MSD(Merck, Sharp&Dohme)로 거듭났다. 미국 본사와 캐나다 법인이 ‘머크’란 사명을 쓰는 건 독일 머크사의 종주권을 존중한다는 취지에서다.111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머크는 현재 세계 70개국에 진출해 6만 9,300명의 직원을 둔 다국적 제약기업이다. 지난해 477억달러(약 62조원)의 매출을 올렸을 만큼 규모면에서도 세계 최대 제약사로 손색이 없다. 지난해엔 <비즈니스위크 designtimesp=22227>지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 제약 부문 1위로 뽑혔을 정도다.기업 이미지 역시 칭찬 일색이다. <포천 designtimesp=22230>지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7년 연속(1987~1993) 선정됐는가 하면, <워킹마더 designtimesp=22231>지는 ‘여성이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올해까지 16년간 계속 머크사를 꼽았다.MSD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기술 혁신으로 HIV/에이즈, 골다공증, 천식, 편두통, 심혈관계 질병 등에 대응한 각종 치료제와 신약을 개발해 냈다. 지난해만 해도 전체 매출액 477억달러의 5%에 해당하는 25억달러(약 3조 6,000억원)를 R&D에 썼다.MSD는 미국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캘리포니아 3곳을 비롯해 캐나다, 유럽, 일본 등 모두 8곳에 자체 연구센터인 MRL을 운영하며, 이곳에서 활약하는 연구원만 7,800명에 달한다. 바로 이곳에서 유명 약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1940년대 비타민B6·B12 개발을 비롯해 페니실린을 대량으로 생산해 냈고, 스트렙토마이신 출시에 이어 60년대엔 세계 최초의 홍역 생백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백신과 항생제 외에도 고혈압과 심질환 치료제, 골다공증 치료제, 천식과 알레르기 치료제, 녹내장 치료제는 물론, 천식 치료제, 남성형 탈모증 치료제, 편두통 치료제를 개발해 왔다. 95년부터 17개의 신약을 출시했다. 이는 제약 업계에서 기록적인 수치다. 또 올해부터 2006년까지 11개의 신약 또는 백신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성장호르몬 분비 촉진제와 에이스 백신 등의 개발을 앞두고 있다.MRL엔 한인 연구원도 다수 포진해 있다. 지난해 MIT대 교수 출신인 피터 김을 총괄수석 부사장으로 영입했고, 워싱턴 의과 대학 신경과 교수 데니스 최 박사를 신경 과학 부문 소장으로 임명했다. 피터 김은 지난 97년 에이즈 바이러스의 인체 침투 메커니즘을 최초로 규명해 에이즈 백신 연구에 크게 공헌한 과학자로,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학자다.연구센터엔 한인 박사들도 포진공익사업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다. 머크게놈연구학회를 통해 게놈 기술 연구에 기금을 지원하고 있고, 세계 31개국 약 2,500만명에게 시력 상실 유발증 치료제인 멕티잔을 무상 기부하고 있다. 지난 89년엔 머크 재단 기금의 수익금으로 ‘어린이의 집’ 건축기금을 기부한 것을 비롯해 중국에 B형 간염 백신 제조기법을 전수해 주고 있다.본사와 마찬가지로 한국MSD 역시 국내기업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직원 복지가 잘 돼 있다. 특히 여성 직원에겐 더 그렇다. 현재 전체 직원 392명 중 여성이 197명으로 과반수다. 올 초 채용한 신입사원도 남녀 비율이 16:29였다. 복리후생제도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녀가 만 12개월이 될 때까지 근무시간을 하루에 1시간씩 단축해 준다. 주 5일근무제는 물론이고, 개인의 업무특성이나 사정에 따라 업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매주 금요일 1시간 일찍 퇴근해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 ‘패밀리데이’도 자랑거리다. 전 사원을 대상으로 회사 차원에서 보험가입까지 해준다. 직원의 부모(여성의 경우 친정부모까지)와 배우자, 아이 등 가족이 입원할 경우 회사에서 치료비를 대준다. 자녀 학자금도 대학생까지 전액 지급된다. 직원의 개인 학원비는 물론 취미나 여가활동에까지 보조금을 준다.이와 함께 의학연구기금 지원과 각종 질병캠페인 등 공익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청년 슈바이처 아카데미’를 후원하는 한편, 해마다 보건의료연구 종사자와 공무원을 대상으로 미국 와튼스쿨에서 연수받는 기회도 제공한다. 95년부터 3년간 의·약대생을 대상으로 3억원 상당의 장학금도 지급했다. 지난 99년 에이즈(AIDS)예방협회에 치료비용을 지원한 데 이어 지난해엔 한국에이즈예방재단 설립기금으로 1억원을 내놓았다. 윌슨병 치료제인 사이프린도 무상 지원하고 있다. 올해 열린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장애인 올림픽 참가자와 동계장애인스포츠협회도 후원했다. 의학정보 커뮤니티(MDfaculty.Com)도 운영하고 있다.Interview 이승우 한국MSD 사장“환자 중심 마케팅으로 승부”“한국MSD는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을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단순히 외형적인 성장만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이승우(44) 한국MSD 사장은 국내에서 탄탄한 조직기반을 다지고, 그동안 추진해온 ‘환자 중심’의 마케팅을 계속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는 1950년 본사 창업주인 조지 머크 회장이 “기업 이윤이 아닌 환자를 위한 의약품을 만드는 한, 이윤이 따르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고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그는 무엇보다 MSD가 연구중심의 제약회사란 점을 강조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약 5억달러(약 6,500억원)의 연구비와 12~15년 정도의 연구기간이 소요뿐 아니라 1만여 개의 후보 화합물 중 단 1개의 가능성 있는 물질을 얻어낼 수 있다”며 “MSD는 그러한 위험 부담을 감수하며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기술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한국MSD가 국내에서 ‘가장 존경받는 제약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실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지난 96년 부임해 지금까지 한국MSD를 이끌고 있는 그는 존슨앤존슨 등 여러 다국적기업을 거치면서 해외에서도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현재 미 상공회의소 제약분과 공동회장과 동계장애인스포츠협회 회장, 한국에이즈예방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