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334호 (2002년 04월 29일)

음지산업 낙인에도 시장 급속 확산

기사입력 2006.09.04 오전 11:55

미국에서 매년 3월은 대학농구 결승 토너먼트가 벌어지는 달이다. 반 년 동안의 예선을 거쳐 올라온 20여개 팀이 단판 승부로 최종 승자를 가린다. 한게임 한게임에 대학생들은 물론 온 국민들이 열광한다. 언론들은 이를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올해도 ‘광란’은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예년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게임이 열리는 경기장이나 일반 가정의 TV 앞에서만 ‘광란’이 일어난 게 아니라 온라인 사이버 공간의 도박 사이트에서도 ‘광란’이 일어난 것. 올해 결승전에는 온라인 도박사이트에 200만달러 이상 판돈이 걸린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산한다.

‘온라인 도박’,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장난삼아 시작됐던 인터넷상의 도박은 이제 연간 몇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다. 도박꾼들이 야구, 농구, 풋볼 등 유명 스포츠팀 경기에 내기를 걸거나 포커, 룰렛 같은 카지노 게임을 벌이는 등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도박산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컨설팅회사인 뉴욕의 크리스티안슨 캐피털의 재무담당임원(CFO)인 세바스티안 싱클레어는 “도박은 포르노사업과 함께 마우스 클릭만으로 엄청난 돈을 벌수 있는 산업”이라며 “지난 95년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회사는 현재 300여개 회사에서 1,400개의 도박 관련 웹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온라인 도박시장의 판돈 규모는 올해 40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이 돈이 635억달러에 이르고 이 중 운영업체들의 이익으로 떨어지는 돈이 60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운영업체의 이익규모는 도박참여자들이 잃은 돈이나 마찬가지 규모. 지난해 온라인 도박에 잃은 돈 30억달러는 이른바 ‘오프라인’ 도박장으론 세계 최대인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와 뉴저지주의 애틀란틱시티에서 잃은 돈 138억달러의 20%를 웃도는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SportingbetUSA.com 사이트의 한 달 평균 접속자수가 1,4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온라인 도박꾼들이 급증하고 있어 온라인 도박산업은 앞으로도 엄청나게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도박 비즈니스는 아직 양성화되지 않은 ‘음지산업’이다. 당국에서는 연방법을 근거로 온라인 도박을 차단하려고 하고 있다. 지난 1961년 제정된 미국의 전화라인을 도박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전국유선법(Interstate Wire Act)에 저촉된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법 제정 몇십 년 뒤에 생긴 온라인은 이 법을 무용지물로 만들 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당국이 석기시대의 법으로 21세기의 첨단기술과 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니 거의 규제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도박업체들은 물론 ‘합법’을 주장한다. 이들 본사가 온라인 도박을 규제하는 미국이 아닌, 온라인 도박이 합법적인 나라에 있다는 논리다. 미국법 테두리 밖에 온라인 도박 사이트가 있으니 미국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온라인 도박이 합법화되어 있는 카리브해 연안의 안티구아, 코스타리카 등에는 각각 100여개 이상의 온라인 도박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

도박꾼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밖에 있는 회사에 계좌를 트고 크레디트 카드나 수표로 그쪽으로 송금한 뒤 온라인 도박을 즐긴다. 안티구아에 있는 세계스포츠거래소(World Sports Exchange)에는 이런 ‘정상적’인 방식으로 거래하는 미국 손님만도 3만명이 넘는다.

물론 돈이 왔다갔다하는 데 신뢰를 확보하는 게 온라인 도박 비즈니스의 생명이다. 마이크란 이름의 한 도박꾼은 “최소 300달러를 크레디트 카드나 은행수표로 보내면 계좌를 터주고 암호를 부여받아 베팅을 할 수 있다”며 “돈을 따면 이 계좌에 적립되고 돈을 빼내고 싶으면 회사측이 즉각 하루 만에 이를 수표로 만들어 FedEx를 통해 우송해 준다”고 말한다. 그는 “온라인 도박 업체들은 거의 신뢰할 만하다”며 “때문에 몇십 개씩의 계좌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한다. “스포츠 경기가 벌어질 경우 여러 개의 계좌를 가지고 투자를 하면 안전성도 높아지고 재미도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은 온라인 도박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편이다. 지난 여름 의회 증언에 나온 윌리엄 사움 NCAA(미국대학체육협회) 임원은 “온라인 도박이 중요한 경기의 승부조작사건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사람들이 건전한 아마추어 스포츠인 대학 농구에 베팅을 할 때 게임의 순수성이 위태로워진다는 설명이다.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온라인 도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입법화하려고 한다. 미국 내에서의 불법화뿐 아니라 온라인 도박이 합법화돼 있는 외국으로 접근하는 것도 막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위반자는 철처한 벌칙을 부과하겠다는 것. 하지만 이 법안은 상원에서는 통과됐지만 하원에서는 아직 통과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도박세계의 기업가들은 자신들이 시장수요공급원칙에 따라 합법적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업계의 대표주자격인 제이 코헨 세계스포츠거래소 공동창업자(34)는 “나는 합법적인 사업을 하고 싶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한다. UC버클리에서 핵공학을 전공한 뒤 퍼시픽증권거래소에서 근무하다 95년 이 웹사이트를 만든 그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몇 개 법률회사와 KPMG 같은 회계회사에 온라인 도박이 합법한지 문의했다. 결론은 미국 연방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온라인상의 베팅이 미국 내가 아닌 안티구아 소재의 웹서버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연방검찰이 온라인 도박 회사들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코헨을 고발,1심에서 유죄를 이끌어냈지만 2심에서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제 대법원판결이 나올 차례. 전문가들은 그러나 대법원 판결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온라인 도박이 수그러들 거라고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dong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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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