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식시장의 황제는 일본맥도날드다. 매출, 가격경쟁력, 맨파워 및 브랜드 인지도에서 일본 맥도날드에 맞설 업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기 때문이다. 광우병 파동에 일격을 맞은 탓에 위세가 전보다 떨어지기는 했지만 일본 맥도날드는 여전히 ‘싸고 맛있는 메뉴’의 대명사로 소비자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전문가들은 일본 맥도날드가 평일 반액행사(토, 일요일과 휴일을 제외한 날에는 보통 햄버거를 정상가의 반값에 판매하는 것)를 중지했음에도 불구, 맥도날드를 진원지로 한 외식시장의 가격파괴 열풍은 좀처럼 시들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장기 디플레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극도로 위축된 데다 업체마다 고객확보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격 인하에 목을 걸다시피 하고 있어서다.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내려가고 서비스, 할인판매가 연중 행사로 굳어버린 일본 외식시장에서도 무한경쟁에 휩쓸리지 않은 채 ‘마이웨이’로 고성장 가도를 달리는 업체가 하나 등장,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덴뿌라덮밥 체인점 ‘덴야’를 경영하는 덴 코포레이션이다. 이 회사의 2001년 매출은 약 100억엔으로 많은 편이 아니다. 일본 외식업계 전체에서도 매출로 따진 순위가 160위 밖에 안된다. 회사가 설립된 것도 1989년으로 12년을 갓 넘겼으니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점포수는 1백개 정도에 불과하다. 1위업체인 일본맥도날드(매출 4,300억엔, 점포3,600점)와 비교하면 까마득히 멀리 처진 마이너 회사다.덴야의 최대 강점은 전통적 일본음식의 하나인 덴뿌라 요리를 패스트푸드처럼 변형시켰다는 데 있다. 햄버거, 치킨처럼 누구나 적은 돈만 내고도 쉽게 사먹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생선초밥, 우동 등과 함께 일본 요리의 간판 메뉴로 꼽히는 것이 덴뿌라지만 덴뿌라는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비교적 비싼 음식으로 대접받는다.어디에나 흔하게 널려 있는 우동집과 달리 덴뿌라 요리집은 대개 격조있고 맛깔스런 음식점이라는 평을 듣는다. 물론 값도 우동, 메밀국수 등에 비하면 훨씬 높다. 덴뿌라가 비싼 음식이니 덴뿌라덮밥도 쌀 리가 없다.제법 솜씨가 있다고 소문난 집이면 1인분 한 그릇에 최소한 1천엔 이상을 주어야 먹을 수 있다. 이 정도 위치에 놓인 음식을 덴야는 패스트푸드 스타일의 장사기법을 통해 값을 크게 떨어 뜨리고 서민들의 사랑받는 음식으로 재탄생시켰다.덴야의 주력 메뉴가격은 480엔부터다. 비싸도 700엔을 넘는 것이 거의 없다. 여러 가지를 곁들인 정식이라고 해 봤자 880엔 정도다. 그렇다고 맛이 뒤질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면 오산이다.어지간한 전문 덴뿌라점에서 내놓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재료도 신선한 것을 골라 쓴다. 때문에 점포마다 매장이 온종일 붐빈다. 고객의 연령층도 다양하다.젊은 여성과 청소년에서 노인, 중년 남성들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층이 다른 어느 업종보다 넓다.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이 매장을 독차지하는 서구식 패스트푸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보다 탄탄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자동화·코스트 다운 통해 ‘저가격’실현이 업체의 가격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비결은 완벽한 자동화와 원료조달 과정에서의 코스트 다운 두가지로 요약된다.이와시타 요시오 덴야 사장(59)은 덴뿌라덮밥 사업에 뛰어들 때부터 주방 자동화에 특히 주목했다. 주방 설비 중에서도 덴뿌라를 만들어내는 튀김기(후라이어)의 자동화가 경쟁력의 핵심요소라고 보고 독자적인 기계를 만들어냈다.덴야의 튀김기는 사람의 일손이 거의 필요 없다. 새우, 생선, 야채 등 덴뿌라재료에 밀가루 옷을 입힌 후 튀김기름에 집어 넣는 일만 사람이 해주면 된다. 길이 2미터, 폭 60센티미터의 튀김기 안에서는 기름이 끓고 있지만 금속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이면서 다 익은 튀김을 밖으로 끌어내 준다.기름 온도는 컴퓨터로 제어되는 전기 히터가 관리해 주며 튀김기 안에서도 재료가 투입되는 부분과 덴뿌라로 다 만들어지는 부분의 온도가 다를 정도다. 주방 안에는 모든 음식점의 필수 도구인 식칼과 도마가 없다.매뉴얼에 적힌 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누구나 튀김의 ‘달인’이 될 수 있게 돼 있는 것이다.원료조달 과정 또한 물샐 틈 없을 만큼 원가압축에 초점이 맞혀져 있다. 새우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양식해 잡은 것을 현지에서 냉동, 수입해 쓴다. 오징어 생선 등도 값싼 동남아와 중국산을 마루베니상사 등 대형 수입업체와 손잡고 대량 구매해 사용한다.튀김에 빼놓을 수 없는 식용유는 대주주중 하나인 닛싱제유의 것을 장기계약해 저렴하게 조달하고 있다. 마루네비상사와 닛싱제유는 이와시타 사장이 덴뿌라덮밥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의논 상대가 돼주었을 정도다.이에 따라 외식전문가로 신슈대학 경제학부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모기 신타로교수는 “식자재와 기름을 최저가에 사 쓸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놓고 자동튀김기까지 준비한 상태에서 출발한 셈”이라고 말하고 있다. 스타트 라인에서부터 완벽하게 컨디션을 조절해 놓고 뛰기 시작했다는 찬사다.성장가도 달리자 유사업체 속속 등장외식업계 전문가들은 그러나 덴야의 경쟁력을 파고 들어가면 원점은 맥도날드와 닿아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와시타 사장이 일본 맥도날드의 창립멤버중 한명이었으며 맥도날드에서 외식사업 경험을 쌓은 후 자신만의 일을 갖고 싶어 독립한 경력을 갖고 있음을 지목한 것이다.1970년 후지타 덴 회장의 후지타상점에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그는 “미국에서 아주 놀랄만한 사업 아이템을 들여 왔으니 함께 일해 보자”는 제의에 끌려 맥도날드에 4년간 몸담았다. 1971년부터 1975년까지의 일이었다.이 때 터득한 아이디어와 경험이 창업과 덴뿌라를 패스트푸드화로 거듭나게 한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밑거름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어디서나 같은 품질로 누구나 부담없이 맛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컨셉트가이 이와시타 사장의 기본 사업 마인드로 뿌리박힌 것이었다.덴야를 흉내 내거나 벤치마킹한 동종업태의 경쟁업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치바, 나가노현 등 일부 지방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덮밥 집이 덴야의 스타일을 모방해 판로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하지만 외식전문가들은 매장, 맛, 그리고 품질관리등 종합적인 면에서 비교해 볼 때 덴야의 적수가 되기에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덴뿌라덮밥 시장에 관한 한 앞으로 수년간은 덴야의 독주가 계속될 것이라는 진단이다.이들은 특히 덴뿌라덮밥의 경우 소고기덮밥이나 다른 메뉴처럼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가격싸움이 덜하다는 점을 지목, 독점업체나 다름없는 덴야의 수익 기반이 위협받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이 회사의 고성장 템포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숙련된 요리사들이 너도 나도 덴야의 가맹점 간판 아래로 합류하는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올해 45세인 하기와라 히로시씨는 중국요리점과 덴뿌라집에서 쌓은 자신의 실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업태라고 판단, 덴야 가맹점을 개설했다. 일부 비품구입비를 제외하고 2,000여만엔의 개업 자금을 투자한 그는 “장사하는 맛이 종전과 비할 바가 아니다”는 말로 대만족을 표시하고 있다.이와시타 사장은 덴야의 사업 컨셉트를 ‘가격은 맥도날드, 음식의 질은 고급전문점을 지향한다’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외식업계의 출혈경쟁에 무작정 뛰어들겠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그는 한끼식사를 200엔, 300엔에 끝내려는 고객은 타깃이 아니라고 지적, 고품질 메뉴를 그 가치에 합당한 돈을 내고 즐기려는 사람들만을 목표로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신만의 마이웨이로 금자탑을 쌓아 올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yangsd@hankyung.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