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부동산.자금.기술까지 종횡무진 거래

모기지 전문 영업팀부동산 담보대출 ‘척척’ 해결‘모기지브로커.’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과 은행을 연결해주는 중개인이다. 최근 이들의 활약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보통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은행창구를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을 통하면 은행에 가지 않아도 모두 처리할 수 있다. 수수료는 은행측에서 받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더 비싼 것도 아니다. 이 같은 조직 중 하나로 ‘하나은행 여신영업팀’이 있다.편의상 ‘하나은행 여신영업팀’이라는 명칭을 쓰기는 하지만 이들은 외인부대다. 브로커들은 하나은행 직원이 아니며 대출을 성사시킨 만큼 돈을 번다. 120명이 속해 있는 이 조직에서 매달 평균 2,500억원의 대출 계약이 이뤄진다.1인 평균 매달 700만원, 사람에 따라서는 매달 1,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릴 정도로 호황이다. 2000년 10월 하나은행과 제휴를 맺었는데, 이제까지 총 2조2,000억원의 대출실적을 올렸다.대표를 맡고 있는 윤석진씨 역시 모기지브로커 출신이다. 그는 원래 국민생명에서 일했다. 97년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어려운 시기를 겪었는데, 이게 오히려 기회가 됐다. 신문공고를 보고 씨티은행에서 모기지브로커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 노하우를 살려 현재 조직을 만들었다.이곳의 모기지브로커들은 부동산중개업소를 중심으로 영업을 한다. 주택담보대출이 주로 부동산거래 계약과 함께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별로 부동산중개업소를 관리하는 게 주요 업무다.‘맨땅에 헤딩’하는 식의 영업보다는 편하지만 같은 지역에 있는 하나은행 지점도 다른 은행도 역시 이들을 상대로 영업하므로 경쟁이 치열하다.윤석진씨는 모기지브로커라는 ‘신종’ 직업이 은행-소비자-브로커 3자에게 모두 이익이 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역할이라고 말한다. 소비자입장에서 보면 ‘편리하다’는 게 최대장점이다.대출받을 때 각종 서류를 챙기며 은행을 들락거리려면 적잖이 귀찮고 신경이 쓰인다. 이 중개인들을 이용하면 모두 대신 처리해준다. 그는 “어느 고객이 시간이 없다고 해서, 그가 등산 가는데 일요일에 청계산 정상에 올라가서 서류에 사인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고객이 그게 편하다면 해주는 게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한다는 것.대출상품을 팔아야 하는 은행입장에서는 매출실적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하나은행 가계금융팀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에서 이 조직의 영업기여도가 50% 이상”이라고 말했다.이 조직에서 모기지브로커로 일하고 있는 이들은 다수가 은행원 출신이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시작한 사람, 주부 등을 비롯해 경력이 다양한 편. 자격증 등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지 않지만 브로커들은 모두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다.대출상품을 비롯해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부동산거래도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각종 서류 등을 차질 없이 챙길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모기지브로커는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미국에선 일반화돼 있다. 하나은행이 이 같은 영업조직과 손을 잡게 된 것도 김승유 행장이 미국 소매금융시장을 둘러본 후 “우리도 좀 해보자”고 독려한 게 계기가 됐다. 하나은행이 시작한 이래 짭짤하게 재미를 보자지금은 거의 모든 은행이 이 같은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윤석진 부장은 앞으로 미국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모기지브로커가 일반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화되면 모기지브로커도 자격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그래서 그는 우선 ‘기본교양’ 차원에서 120명의 브로커 전원에게 공인중개사자격증을 따라고 재촉하고 있다. 윤부장은 “지식도 중요하지만 모기지브로커의 가장 중요한 자격요건은 신뢰를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최성준 BHP코리아 부사장BHP코리아부동산 ‘빅딜’ 성사 전문 매치메이커“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시키는 브로커 역할도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브로커가 아니라 그 이상이죠. 투자자문이라 하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에게 ‘구매자’는 펀드나 연금 등 한국의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외국자금이고, ‘판매자’는 대형빌딩 등을 매물로 내놓는 국내 기업들이다.BHP코리아 최성준 부사장은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역삼동 스타타워 매각 등 굵직굵직한 딜을 성공시킨 주역. 살 사람과 팔 사람을 짝짓기를 해주는 ‘매치메이커’지만 최상의 조합, 잘 어울리는 짝을 만나게 해주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그는 가장 어려운 작업이 정확한 값을 매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의 자산가치를 정확히 실사해야함은 물론 정확한 근거와 데이터를 가지고 내재가치를 산출해내야 하죠.”당연히 팔려는 쪽은 항상 높은 값을 받으려 하고 사려는 쪽은 항상 덜 내려 하기 때문에 양쪽을 모두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IMF 이후 국내 부동산시장이 개방되면서 서울의 많은 부동산 소유주가 외국인으로 바뀌었다. 이 중에서 송파구 신천동 시그마타워, 중구 회현동 프라임타워(전 아시아나빌딩), 중구 순화동 에이스타워(전 순화빌딩)등 BHP코리아가 성사시킨 계약이 적지 않다.최부사장은 이때 “파는 사람에게 충분한 값을 받아줬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당시 건물을 내놓은 기업들은 구조조정 등으로 자금이 급한 사정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매물은 쏟아지고 값이 폭락해 헐값에 처분할 우려가 많았다.그는 서울파이낸스센터를 산 싱가포르투자청이나, 스타타워를 산 로담코 등 매입자들에게 정확한 자료와 논리를 갖고 접근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2년이나 비어 있었던 서울파이낸스센터가 빌딩주인이 바뀌고 새로 단장하면서 서울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빌딩으로 180도 변신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 하지만 그도 초기에는 딜이 성사된 이후 예측한 수익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임대가 잘 되지 않으면 어쩌나 밤잠을 설치며 노심초사하기도 했다.“당시 바이어에게 제시했던 예측 수익률이 매입 이후 정확히 또는 기대 이상으로 실현됐다. 때문에 한 번 고객이 됐던 이들이 다시 찾아준다”고 말했다.최부사장은 한진건설, 벽산건설 등에서 해외 건축투자 등을 맡아 일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4년 전 종합부동산전문컨설팅업체인 BHP코리아에 합류했다.“국내 부동산시장은 외국투자가에 대해 매우 폐쇄적인 데다 국제적인 관행이나 용어에 익숙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측면에서 30여 년간의 외국 부동산개발의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이두호 한국자금중개 대표(주)유틱벤처기업 숨통 틔워주는 ‘구세주’벤처기업 경영자라면 늘 하는 고민이 있다. 바로 회사운영비를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 것. 기술력은 있어도 이를 상품화할 돈이 없다면 그동안의 고생은 물거품이 되기 십상이다.몇 년 전부터 이런 벤처기업을 투자자와 연결해주는 고리역할을 맡고 있는 새로운 ‘브로커’가 늘고 있다. 지난 97년 설립된 (주)유틱은 이런 ‘브로커’ 중 하나다. 이 회사가 주력하는 부문은 크게 두 가지다. 신기술이전 및 기업인수합병(M&A)이 그것이다.신기술이전이란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벤처기업을 투자자와 연결시켜줌으로써 제품상용화를 앞당기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기술이전이나 M&A는 기업의 존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성사율이 비교적 낮다.특히 M&A의 경우 업무가 복잡하기 때문에 보통 대형증권사를 통해 추진돼 중개전문회사가 설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유틱이 기술이전이나 M&A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던 자신감은 무엇일까.김용범 유틱 대표이사(36)는 앤더슨컨설팅을 거쳐 장은증권에서 7년간 근무했다. 기업의 주식시장 상장을 도와주는 기업금융팀에서 일한 그는 회사설립을 결심했다.김대표는 “합병을 고려한다면 어떻게 하면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공학박사 등 170여 명의 자문위원을 확보한 점이 우리 회사의 최고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결국 기업을 연결시키는 일은 인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형증권사가 손대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유틱 외에 업계에서는 벤처 붐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 99년과 2000년에 소위 ‘부티크’라는 이름을 단 회사들이 많이 생겼다.부티크란 장외기업을 발굴하고 이를 투자자와 연결, 자금유치와 코스닥 등록에 도움을 주는 회사다. 이들 부티크의 자본금은 1억원을 넘지 않고 직원도 대개 2~3명 정도다. 반면 유틱은 상근직원 7명에 자본금도 4억2,000만원에 이르기 때문에 유틱은 이들과의 비교를 그리 탐탁치 않게 여긴다.김대표는 “다른 업체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한다. 업무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웬만한 노하우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이다.회사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이들이 고객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대략 거래금액의 3~5% 선이다. 만일 외자유치 등 복잡한 업무를 수행했다면 수수료는 10%대로 껑충 뛴다. 반면 기술이전이나 M&A의 성사율이 낮다는 것은 위험요인이다. 따라서 부수적으로 경영자문을 통해 수수료를 얻는 등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배성환 기자 rakises@kbizweek.comKFG보험 중개인들한국자금중개기관간 자금 중개 ‘금융 미드필더’은행은 누구와 자금거래를 할까. 언뜻 보면 기업이나 개인만 해당되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은 금융기관간에도 자금을 주고받는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항상 돈을 쌓아놓고 있을 것 같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할 때도 얼마든지 발생한다.그렇다면 은행들 사이의 자금거래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은행들이 직접 나서서 주고받을까. 그렇지 않다. 한때는 은행들이 적접 거래를 했으나 실효성이 없어 지금은 그만둔 상태다. 대신 금융기관간 자금중개를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가 등장해 일을 대신해준다.한국자금중개(주)(대표 이두호)도 이런 회사 가운데 하나다. 단기자금(일명 콜자금)이 넘쳐나는 금융기관과 부족한 금융기관을 연결시켜 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구체적으로는 오전 9시 각 금융기관의 자금상태를 스크린한다.어느 회사가 부족하고, 어느 회사가 남아도는지 파악한다. 그런 다음 자금이 부족한 금융기관의 주문을 토대로 돈을 빌려줄 금융기관을 찾아 사용기간과 이자율 등을 감안해 서로 연결시켜 준다.이 회사의 업무는 단기자금중개에 머물지 않는다. 달러화와 원화의 교환을 주선해주는 외환중개와 채권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시켜 주는 채권중개도 곁들여 한다. 단기자금중개 업무상 연관성이 크기 때문에 함께 취급한다.50여 명에 이르는 소속 브로커 역시 자금중개 파트와 외환중개파트, 채권중개파트로 나눠 배치시켜 놓고 있다. 수수료는 상품마다 크게 다르다.단기자금의 경우 24시간 기준으로 거래액의 0.00008%(1억원에 80원)를 받지만 하루 거래액이 수조원에 이르는 데다 기간이 한 달까지 가기 때문에 이를 모으면 적지 않다. 또 외환은 100만달러당 6,000원, 채권은 100억원당 50만원을 중개수수료로 받는다.단기자금이나 외환, 채권 등의 중개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정확한 정보제공이다. 자금을 빌려주거나 빌려 쓰는 쪽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상대방도 믿고 거래를 맡긴다. 만약 서로의 신뢰에 문제가 생기면 다음에는 절대 일을 맡기지 않는다.고객들의 요구사항도 잘 들어주어야 한다. 거래를 하다 보면 적정한 이자율 등 이런저런 주문사항이 수시로 접수된다. 이때 이를 무시했다가는 거래가 성사되지 못한다. 브로커로서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이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한국자금중개는 그동안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지난 96년 설립 이후 외형이나 브로커의 질적인 면에서 눈부시게 성장해 왔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특히 96년 단기자금중개를 시작한 이래 99년 외환중개, 2000년 채권중개 업무를 추가해 명실 공히 국내 최대의 자금중개 전문회사로 우뚝 섰다.국내의 금융시장은 외형 면에서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외환거래액도 꾸준히 느는 추세다. 특히 정부에서 국내 외환시장의 규모를 늘리기 위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선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도 크다.금융 관련 브로커의 자질 역시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브로커들의 능력이 크게 향상돼 이제는 외국계 회사들의 스카우트 손길을 조심해야 할 정도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이두호 한국자금중개 대표는 “한때 자금중개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금리왜곡 현상 등 부작용이 컸으나 이제는 자금중개 전문회사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런 문제가 말끔히 해소됐다”며 “앞으로도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브로커의 자질향상과 업무의 선진화에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김상헌 기자 ksh1231@kbizweek.com김용범 유틱 대표KFG보험 등 모든 금융상품 전천후 판매“고객에게 유리한 상품만 팝니다. 그래야 파는 사람도 자신 있고 떳떳하거든요.” 종합금융상품판매전문회사를 지향하는 KFG 이기상 사장(42)의 말이다.KFG는 184명의 보험세일즈맨 출신들로 이뤄져 있다. 교보생명 삼성생명 AIG 삼성화재 쌍용화재 현대해상 HSBC은행 등과 제휴를 맺고 보험 및 예금상품을 판매한다.이기상 사장은 KFG를 열기 전 그 자신이 푸르덴셜생명과 ING생명 등에서 잘나가는 영업맨이었다. 하지만 경쟁사의 상품이 더 좋거나 값이 저렴해도 고객에게 ‘우리 회사 상품이 최고’라고 말해야 할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꼈다.“슈퍼마켓에서 과자 한 봉지를 사도 이것저것 고르는데 보험에 가입할 때는 어느 게 낫나 비교해 보질 않습니다. 내용이 복잡해 비교가 어렵기 때문이죠. 또 어느 회사의 세일즈맨하고 더 친하냐, 누구를 거절하기가 더 어려운가에 따라 가입하는 게 대부분이니까요.”보험사의 영업인들이 역할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이 같은 종합금융판매회사를 만든 계기가 됐다. 외국계 보험사에서 세일즈맨 팀장 지점장을 모두 거쳐 보니 현장에서 발로 뛰는 세일즈맨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너무 적었다.‘기여한 만큼 개인 영업맨들도 적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한다’를 슬로건으로 회사를 만들었고 수당체계를 일반적인 보험사들과는 달리 현장 세일즈맨 위주로 만들었다. 이사장은 고객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우리 영업맨을 만나면 모든 보험상품의 설명을 한꺼번에 듣고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고를 수 있습니다. 편하고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데다 객관적인 설명을 해주니까 신뢰를 보내는 것 같아요. 이렇게 편견 없이 비교해줄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보험중개자라고 할 수 있죠.”KFG는 지금 주로 종신보험, 연금보험 등의 생명보험 상품과 자동차보험을 팔고 있다.HSBC은행의 예금상품 판매는 많지 않은 편. 하지만 앞으로는 수익증권 등의 투자상품까지도 모두 판매, ‘금융상품이라면 KFG의 영업맨을 찾으면 다 해결된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이사장은 말했다.김수연 기자soo@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