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관리에 네일케어까지 받아 … 과감한 머리염색으로 개성표현

‘남성뷰티산업’이라는 말은 더 이상 생소한 용어가 아니다.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4월 우리나라의 뷰티산업 규모가 지난해 말 현재 26조4,000억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특히 이 보고서는 최근 들어 노화방지시장과 남성소비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이런 산업적인 측면을 건너뛰더라도 남자들의 외모 가꾸기는 이미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아름다움을 얻고 지키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존재한다. 남자들이 ‘예뻐지려는’ 이유는 단순히 꽃미남 열풍 때문만은 아니다.김정훈 디오그라피 대표사례1 / 김정훈 디오그라피 대표그렇다면 왜 가꿀까. 자기 PR 시대인 요즘 ‘깔끔한 외모’가 그들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김정훈 디오그라피 대표(34)는 일주일에 한 번씩 피부관리실에서 전문관리사의 마사지를 받는다. 2주일에 한 번씩은 네일케어, 즉 손톱관리도 받고 있다.김대표가 운영하는 디오그라피는 고속데이터 전송장치를 개발해 국내외에 공급하고 있는 회사다. 해외업체로부터 주문을 따내고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대표로서 그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투자하려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의 허리사이즈를 가장 먼저 물어보는 벤처투자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그는 피부관리전문숍을 이용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자기 자신을 관리하지 않을 정도라면 한 회사를 키우는 역량도 부족하다는 거죠. 저 역시 그 말에 공감하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다시 한 번 거울을 꺼내들게 되더군요.”그는 피부와 손톱관리 외에 액세서리도 많이 갖고 있다. 딱딱한 이미지보다 창의적이면서 신뢰감을 주는 외모가 벤처회사 대표로서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호주유학 시절 청소하고 물건 나르는 힘든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때 손을 많이 다쳐 내놓기가 부끄러웠거든요. 그런데 네일케어를 받아보니 손이 한결 깔끔해 보였습니다. 젊고 건강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봅니다.”그는 옷을 사고 액세서리를 장만하는 것까지 포함해 월급의 5분의 1 정도는 자신의 이미지관리에 과감히 투자한다. 이제는 친구들과 만나서 대화 중에 이런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도 그다지 새로운 일이 아니다.“30대가 되면서 친구들과 만나 사업이나 가족이 아닌 자신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얼마 전에는 다들 모공이 넓어져서 고민이라는 얘기를 나누기도 했죠. 지나치지 않는다면 남자들의 외모 가꾸기는 환영받을 만한 일 아닌가요.”탤런트, 영화배우 등 방송에 노출되는 직종의 종사자들은 남성뷰티산업의 확실한 ‘서포터스’다. 이들은 직업 때문에 외모를 가꾸는 사람들이지만 우리나라 연예사업의 빠른 성장속도로 볼 때 남성들을 피부관리전문숍 등으로 끌고 가는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이준경 준트레이딩 사장사례2 / 김일중 필름&필름 대표김일중 필름&필름 대표(35)는 일주일에 한 번씩 메이크업을 한다.SBS에서 토크쇼 작가로 12년간 활동한 그는 올해 초 영화사 ‘필름&필름’을 만들면서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작가생활을 접었다. 내년 초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영화 <위대한 결혼 designtimesp=22573> 준비로 요즘은 무척 바쁘게 지낸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김작가’로 불린다. MBC의 <임성훈과 함께 designtimesp=22576>라는 프로그램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김일중 작가가 만난 스타’라는 코너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코너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야외촬영을 한다. 매주 연예인 한 명을 만나 밀착 취재한 내용을 금요일 생방송에서 소개하는 것이 그의 주된 일이다. 그가 메이크업을 하는 것도 바로 이 프로그램을 위해서다.하지만 그도 얼마 전까지는 화장을 하지 않았다. 적어도 방송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다 지난 4월 첫 회 방송분의 녹화테이프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항상 방송 뒤에서 활동했기에 방송 전면에 나온 자신의 얼굴이 생각보다 너무 낯설었다. 주변 사람들도 실물보다 훨씬 못하다는 평을 쏟아냈다. 그래서 친구들의 권유로 메이크업을 하고 방송에 나서게 된 것이다.매주 미용실에 들러 전문가에게 얼굴을 맡기는 것이 여간 쑥스럽지 않지만 일에 있어서만은 프로다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이렇게 화장을 하다 보니 여자들의 고민을 알겠더군요. TV광고에서 ‘화장은 지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도 알게 됐습니다.”방송을 시작하면서 오히려 메이크업보다 피부에 신경을 쓰게 됐다. 여자들이 화장을 지울 때 쓰는 폼클렌징도 처음 알게 됐다. 얼마 전에는 다시마팩이라는 것도 해봤다.“방송 때문에 졸지에 ‘화장하는 남자’가 돼버렸지만 피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잘한 일 같아요. 전에는 머리도 긴데다 외모에 신경 쓰는 편이 아니었는데 새로 벌인 사업의 홍보 차원에서도 지금 제 모습에 만족합니다.”그는 이제 요즘 쏟아져 나오는 남성용 화장품에도 자꾸 눈길이 간다. 작가가 아닌 대표로서 자리를 잡아가기 위해 경쟁력 있는 외모를 가꾸는 일도 훌륭한 마케팅 활동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탤런트, 코미디언들이 모양새를 다듬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던 그에게도 이제 화장하는 일이 남의 얘기만은 아니다.남자들의 경우 사업상 또는 직업 때문에 뷰티전문숍이나 미용실 등으로 향하고 있지만 ‘개성표출’이라는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개성 있는 외모는 자신감 있는 대인관계를 도와주기 때문이다.김일중 필름앤필름대표사례3 / 이준경 준트레이딩 사장“누구든 처음 만나면 제 이름은 기억 못해도 얼굴은 기억합니다.”이준경 준트레이딩 사장(34)은 외국산 침대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다음 카페 운영자이기도 한 그는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일을 하다 보니 개성 있는 외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가구업자 중에 저같이 머리 염색한 사람은 못 봤습니다. 요즘 모두 획일화된 유행만 따르고 있어서 개성 있는 외모를 가진 게 사업에도 그렇고 사람을 사귈 때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제 얼굴 한 번 보고 기억 못하는 사람은 없거든요.”그는 한 달에 두 번은 머리색을 바꾼다. 하얀색, 노란색, 회색 등 다양한 색을 시도해 본 결과 회색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지금 하고 있는 ‘노랑머리’는 여름을 맞아 일주일 전에 새로 한 겁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색이었거든요. 시원해 보이지 않습니까.”앞에 소개한 세 사람의 이야기가 특별 케이스만은 아니다. 남성들의 가꾸기 바람이 특정층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제 대중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각각 다른 이유로 뷰티 관련 전문가들의 손길을 빌리지만 공통적으로 꼽는 이유는 바로 ‘신뢰감’이었다. 신뢰감을 주는 인상이 비즈니스를 위해서도, 개인적인 인간관계 형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