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348호 (2002년 08월 05일)

아트마케팅이 기업이미지 바꾼다

기사입력 2006.09.04 오전 11:55

고대 로마시대의 정치가 가이우스 마에케나스(Gaius Maecenas·BC 70∼AD 8년).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받들던 그는 베르길리우스와 호라티우스 등 당대의 문화예술계 문호들을 후원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문화보호운동에 헌신하던 마에케나스는 로마의 예술부흥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이런 이유로 그의 이름에서 유래된 ‘메세나’(Mecenat)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활동을 통칭하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메세나’에는 친숙하지만 ‘아트 마케팅’(Art Marketing)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모바일 마케팅’ ‘브랜드 마케팅’ ‘체험 마케팅’ ‘컬러 마케팅’처럼 마케팅 앞에 단어 하나를 붙여 의미를 부여한 마케팅전략으로 추측할 법하다.

그러나 ‘아트 마케팅’은 낯선 개념만은 아니다. ‘21세기형 메세나’라고 볼 수 있는 기업의 신종 마케팅 수단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아트 마케팅’은 말 그대로 ‘아트를 통한 마케팅’이다. 즉 기업이 미술전시나 음악공연 같은 문화예술행사를 기업마케팅에 접목시켜 펼치는 경영활동이다. 기업과 예술계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단순히 후원을 목적으로 가진 메세나 활동과는 차이가 있다.

최근 기업들 가운데 이런 아트 마케팅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문화예술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특히 이들 기업은 문화행사에 후원금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사의 제품을 예술품과 함께 전시하고 회사가 주체가 돼 문화공연을 기획한다. VIP고객들이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곳도 있다.

예술계의 후원자에서 동반자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문화의 세기라고 불리는 21세기 초 문화 주체로 부상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아트 마케팅’에 스며들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아트 마케팅’의 선두주자로는 삼성전자가 꼽힌다. 일찍이 다국적 기업이 국내의 문화예술 부문에 관심을 가졌던 것처럼 삼성전자 역시 해외문화를 마케팅과 연결하는 데 많은 힘을 쏟아왔다.

93년 이후 발레공연 <백조의 호수 designtimesp=22638>로 유명한 러시아의 볼쇼이극장을 후원해 오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약 200만달러를 들여 재정 및 기술지원을 해 왔다. 매년 70만명 이상의 관객이 방문하는 극장 건물을 재보수하고 컴퓨터 모니터, 캠코더, VCR, 전자레인지 등 전자제품을 제공했다.

삼성전자측은 잠재고객인 극장 방문객에게 삼성은 러시아 문화예술발전을 지원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그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63인치 PDP TV(벽걸이용 TV) 신제품 발표회를 가졌다. 이재택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차장은 “세계 유수 박물관에서 행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30만여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면서 “그러나 프랑스 현지에 ‘문화기업 삼성’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특정 브랜드를 내세우며 문화행사를 진행한다.

PDP TV ‘파브’와 냉장고 ‘지펠’의 이름을 딴 ‘디지털 파브 음악회’와 ‘지펠 음악회’를 열어 구매고객 3,500여 명을 초청했다. 올 들어 ‘디지털 파브 음악회’는 3회째, ‘지펠 음악회’는 4회째가 열렸다.

예술계에서 먼저 기업에 손짓하기도

동양제과와 오리온프리토레이는 최근 이색적인 ‘아트 마케팅’을 진행했다.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슈퍼마켓 뮤지엄’ 전시회에 ‘초코파이’, ‘예!감’, ‘치토스’ 등의 과자 제품을 미술품과 함께 전시했던 것.

성곡미술관 기획팀 마경남씨는 “관람객이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편의점 같다는 느낌이 들도록 동양제과 제품들을 전시했다”며 “1,500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김무균 동양제과 홍보팀 차장은 “제품 60박스를 지원하는 데 약 100만원밖에 들지 않았지만 간접적 홍보효과가 상당했다”며 “미술시장과 기업 모두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토털 패션업체 쌈지는 회사가 설립된 92년부터 ‘아트 마케팅’을 표방해 왔다. ‘상품의 예술화, 예술의 생활화’를 지향해 예술작가들이 매장을 꾸미고, 예술품을 상품과 함께 판매, 보급해 왔다.

작가 이불의 설치물을 촬영한 사진을 자사 제품에 프린트하고, 이중섭의 드로잉을 가방에 프린트했다. 광고 역시 타사와 다르다. 임옥상, 조덕현 등 작가의 작품 위에 쌈지의 로고만을 삽입했다. 최근에는 언더그라운드 밴드인 슈가도넛의 앨범재킷을 광고사진으로 사용했다.

매년 개최할 때마다 2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쌈지사운드페스티벌’에서 발굴한 신인밴드를 후원하고 있는 것이다. 쌈지는 또 갤러리 ‘쌈지 스페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공간 일부를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무상 대여해주며 신제품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얻는다.

자사 제품으로 예술공모전을 여는 기업도 있다. 다국적기업인 3M과 폴크스바겐이 대표적이다. 3M은 올 초 자사 상품 ‘포스트잇’을 소재로 한 각종 예술작품을 공모했다. 9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린 이 공모전은 3M 미국 본사와 아시아 지사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로도 연구됐다.

독일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의 수입법인인 고진모터임포트는 지난 봄 ‘아트비틀 콘테스트’를 열었다. 폴크스바겐 뉴 비틀 차량의 평면도에 디자인을 해 작품설명서와함께 제출한 작품 중 대상을 뽑아 이를 ‘아트 비틀 카’로 제작했다. 제작된 ‘아트 비틀’은 공개경매를 통해 판매됐으며 수익금은 유니세프 기금으로 기부됐다.

아트 마케팅이 펼쳐지는 공간은 반드시 미술관이나 공연장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코오롱패션은 지하철역에 한국화, 판화, 사진 등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잠실역을 시작으로 신촌, 동대문운동장, 강남역 등에 작품을 설치했다.

물론 자사 브랜드 ‘맨스타’, ‘아더딕슨’ 등의 패션광고도 함께 전시해 예술품과 기업이미지를 함께 노출시켰다. 김대진 코오롱패션 사업부장은 “그동안 지하철 승강장은 승객의 대기장소로 중요한 시각공간이었지만 어둡고 칙칙한 이미지였다”면서 “대중에게 좀더 친근하게 다가가며 폭넓은 문화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예술계에서 먼저 기업에 아트 마케팅을 펼치자고 손짓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화랑 중 대표적인 곳은 ‘가나아트센터’. 다른 미술관이나 화랑과는 달리 마케팅팀이 따로 있는 게 이곳의 특징이다.

하나은행, 한미은행, 제일은행, JVC, 메르세데스 벤츠, 현대백화점 등과 손잡고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들 기업의 VIP 고객에게 미술강좌, 작가작업실 탐방 등 아트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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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