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348호 (2002년 08월 05일)

이미지 높이고 시장우위 확보 ‘일석이조’

기사입력 2006.09.04 오전 11:55

아트 마케팅에 드는 비용은 0원부터 200만달러까지 천차만별이다. 멀티미디어 미술작품의 도구나 소재로 디지털 기기가 사용될 경우 기업은 해당 기기를 미술관에 잠시 대여한 후 회수하면 된다. 감가상각비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홍보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셈이다.

그러나 몇 년에 걸친 장기적·전략적인 아트 마케팅을 전개할 경우 수십억원이 들 수도 있다.

지난해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액티브 와이어-한·일 디자인 교류전’은 멀티미디어 디자인을 전시하는 자리였다. 매킨토시의 ‘아이맥’, ‘파워북’ 등 제품 15여 개가 예술가의 작업을 보여주는 도구로 사용됐다.

이 행사에 참여했던 매킨토시 등은 미술관에 단지 컴퓨터 등의 제품을 대여해주는 것만으로도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따라서 손익계산은 할 필요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93년 이후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러시아 볼쇼이극장에 200만달러 상당의 재정 및 기술지원을 해 왔다. 또 지난 4월에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열린 63인치 PDP TV 신제품발표회에는 약 30만달러가 소요됐다.

삼성전자 TV는 프랑스에서 지난해 상반기 15만대가 팔렸다. 그러나 전시회가 열린 올해 상반기에는 18만대가 팔려 전년 대비 25%의 성장률을 보이며 톡톡히 재미를 봤다.

같은 업종이어도 지원한 공연이나 예술가의 성향에 따라 비용이 크게 달라진다. 캐나다 화장품 회사 맥(M.A.C)의 제품은 지난해 말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스위스 작가 실비 플러리의 전시회에 활용됐다. 경주용 자동차가 화장품을 부수며 지나가는 장면연출을 보조한 것. 시가 300만원어치의 화장품이 사용됐다.

반면 국내 화장품회사 클리오가 미술전시회를 후원하면서 지불할 비용은 2억원 선으로 추산된다.

오는 9월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릴 ‘칼라풀 파워풀’이라는 기획 전시회에서 작가들은 아이섀도, 립스틱 등 클리오 제품을 이용해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클리오 제품을 벽화 등 예술물의 재료로 삼을 계획이기 때문에 비용이 상승한 것이다.

예술계·기업 VIP고객 겸유

최근 우수 고객이나 고소득 고객을 대상으로 한 타깃 마케팅이 늘면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은 화랑이다. 미술관과는 달리 미술품의 판매 기능도 지닌 화랑의 고객과 각 기업의 VIP고객이 상당수 겹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화랑은 가나아트센터. 심미성 가나아트갤러리 마케팅팀장은 “화랑은 VIP시장을 타깃으로 기업과 은행의 PB팀, 고객관리팀과 파트너가 돼 공동마케팅을 펼치기에 유리하다”며 “각사 우수 고객을 타깃으로 한 갤러리 투어 등이 특히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가나아트센터의 입장에서는 미술품 구입 신규층이 형성되고, 기업측에서는 자사의 이미지가 제고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현대백화점과 하나은행 등이 창사기념 전시회를, 태평양은 사원을 대상으로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가나아트센터와 함께 개최해 왔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현재 진행 중인 ‘지금, 사진은’ 사진전을 후원하며 벤츠의 뉴CLK 쿠페 차량을 조각 옆에 전시하고 있다.

일본 기업 JVC도 이 사진전을 후원, 자사의 신제품을 화랑 한 쪽에서 선보이고 있다. 공동·단독후원 여부에 따라 각 기업별 드는 비용은 전시회당 1,000만~4,000만원 선.

한미은행 PB팀측은 적잖은 비용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아트 마케팅에 주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PB팀 관계자는 “VIP 고객의 욕구가 점점 더 다양화·전문화돼 가고 있는 환경에서 은행은 더 이상 금융상품만을 판매하는 장소가 아니다”며 “은행수익의 주요 기반인 개인 VIP 고객의 삶을 설계해준다는 의미에서 아트 마케팅을 펼친다”고 말했다.

아트마케팅 통해 시장우위 확보

하나은행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금융기관의 금리서비스가 엇비슷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CRM 마케팅을 통해 기존 고객을 유지하고 신규 고객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나은행은 한국페스티벌앙상블에 연간 8,700만원을 지원하고 있는 동시에 고객을 대상으로 ‘클래식 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음악단체를 후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앙상블이 자사 고객들에게 클래식의 세계를 알려 시너지효과를 얻겠다는 의도다.

호주문화인문재단(AFCH)과 아더앤더슨컨설팅(현 액센츄어)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이 아트 마케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기업이라는 인식 즉, 기업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시장우위 확보이며 세번째는 종업원 혜택 증가다. 아트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의 제품 품질이 우수하다고 인식하는 고객이 많아져 가격 프리미엄을 획득할 수 있다고 제시돼 있다. 목표시장과 고객에 대한 접근성도 증대된다. 경쟁사와의 차별적 이미지를 창출해 투자자의 투자가능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인터뷰 김소영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책임연구원

“예술계와 동반자관계 구축할 장기 플랜 필요”

문화관광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의 책임연구원 김소영 박사(35). 최근 ‘기업의 문화예술지원전략 연구’와 ‘기업 메세나운동의 효과 분석’이라는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아트 마케팅은 기업이 문화예술과의 접목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죠. 예술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를 높여주는 경영활동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가지 지적할 것은 아트 마케팅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메세나의 발전단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김연구원은 메세나를 3개의 발전단계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1단계 ‘자선적 관점’은 반대급부를 기대하지 않고 예술가 개인이나 단체를 후원하는 것이다. 2단계인 ‘스폰서십 관점’은 기업인지도 제고와 상품 판매증진을 위해 예술 부문에 협찬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파트너십 관점’인 3단계에서 기업은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문화예술인과 동반자가 된다. 기업과 예술 분야 모두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아트 마케팅은 자선의 개념을 지닌 초기 메세나와 차별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2단계 ‘스폰서십’에 머물러 있는 기업이 많아요. 그러나 예술 부문에 ‘협찬’하는 활동은 단발적으로 끝날 때가 많습니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계획을 세워 예술인과 파트너 즉, 동반자 관계가 돼야 기업 아이덴티티 형성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연간 투입되는 광고비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기업에 대한 호의를 구축할 수 있죠.”

김연구원은 일반적인 마케팅 활동의 효과로는 거두기 어려운 부분에서도 아트 마케팅은 효력을 발휘한다고 분석했다. 먼저 기업의 정당성이 증대돼 기업이미지와 투자유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또 매출이 증가하고 기업 선호도가 향상돼 시장에서 그 기업이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될 확률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종업원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도 김연구원은 강조한다. 아트 마케팅을 통해 종업원의 사기와 자긍심, 창의적 사고가 증대되고 이직률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마케팅 활동에서는 얻을 수 없는 독특한 효과죠. 기업과 문화기관이 제휴해 문화카드를 직원에게 발행했던 사례가 미국에 있었습니다. 뉴욕지역 박물관을 사원들과 가족들이 무료 입장할 수 있게 하고, 선물가게에서의 할인혜택도 제공했죠.

종업원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박물관의 새로운 관람객 개발과 선물가게 상품판매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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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