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348호 (2002년 08월 05일)

계획경제 ‘축소’… 시장경제 ‘확산중’

기사입력 2006.09.04 오전 11:55

마침내 북한이 경제개혁에 나섰다. 아직까지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으나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지는 소식에 따르면 지난 7월 초부터 북한경제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고 획기적인 개혁을 단행한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번에 단행된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는 크게 보면 세 가지 내용으로 요약된다. 무엇보다 농업부문의 개혁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농업생산에 있어서 기본 단위는 7~10명으로 구성된 분임조 체제였으나 이번 개혁조치의 내용은 가족단위 영농체제로 대폭 변경됐다.

가격·물가부문의 개혁조치도 획기적이다. 여러 가지 내용 가운데 그동안 계획경제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식량과 생필품의 배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물가와 임금을 10배 이상 올려 현실화한 조치가 인상적이다.

환율의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조치도 단행했다. 현재 북한은 1달러에 2원으로 되어 있는 공식 환율을 외국과의 무역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나진·선봉지역이나 국경지대에서 형성되고 있는 1달러 200원의 시장환율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이처럼 북한이 경제개혁을 단행한 것은 여러 가지 의도에서 비롯됐다. 핵심내용을 이루고 있는 농업개혁에서 가족단위의 영농체제로 변경하고 국가수매비율을 대폭 낮춘 것은 농업부문의 생산의욕을 고취시킬수록 악화되고 있는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겠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임금과 물가를 10배 이상 인상하고 환율을 대폭 조정한 것도 북한사회에서 폭넓게 형성되고 있는 이중구조를 해소해 보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에서는 이중구조의 지속으로 각종 투기행위가 확산되면서 각종 거래질서를 크게 흐트러트려 경제효율을 떨어트렸다.

특히 환율의 이중구조에 따라 중국 등 외국과의 무역이나 경제개발에 필요한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장애가 됐다.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감수하고 이번에 북한화폐 원화의 중심환율을 100배 디밸류한 점은 외국과의 무역을 활성화하고 외국인 자금을 대폭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이해된다.

이번 개혁조치로 앞으로 북한의 경제체제를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북한경제의 골간인 계획경제체제가 축소되고 시장경제체제가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문제는 북한의 체제붕괴 문제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그 속도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경제특구를 통한 외국인 자금과 선진기술 도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중국의 경우 경제특구를 통한 개혁체제에 성공함으로써 시장개방을 가속화하고 고도성장을 이룩하는 데 원동력이 된 것으로 평가됐다.

결국 북한이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고 개방 정도를 확대해 나갈 경우 서방경제 대열에 합류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짐을 의미한다. 과거 동·서독간의 통일과정을 감안하면 이번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는 궁극적으로 남·북한간의 통일을 앞당기는 데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이번 북한의 개혁조치로 앞으로 북한의 국제 금융상 지위는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가. 이 우문은 언젠가는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남북경협과 북한의 경제재건에 필요한 재원조달 차원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현재 북한은 90년 이후 지속된 오랜 경기침체와 극심한 식량난으로 재원 동원 능력이 바닥이 나 이번의 경제개혁 조치를 단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리도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막대한 재정부담으로 북한에 대한 자금지원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태다.

물론 북한이 자체적인 대외신용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북한은 70년대 중반 이후 서방 차관에 대한 채무불이행(Defaul)으로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 격리된 지 오래다. 아직까지 대부분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북한에 대한 신용심사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북한의 개혁조치가 가시화될 경우 먼저 예상해 볼 수 있는 것은 국제금융시장에서 한동안 거래가 끊겼던 북한채권이 다시 거래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것은 서방은행들이 원금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북한의 외채를 채권화한 것으로 북한의 자금조달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은 국제금융기구를 통하는 길밖에 없다. 현재 북한은 어느 국제금융기구에도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97년 아시아개발은행(ADB)을 필두로 여러 국제금융기구에 가입을 신청해 오고 있으나 그때마다 미국과 일본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다행인 것은 북한의 이번 개혁조치로 미국과 일본의 자세가 유연하게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여건상 대단히 어려운 일이나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은 미국은 최대 장애요인이었던 테러리스트국 지정에서 북한을 해제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도 북한과의 수교문제를 의식해 신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우리는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대해 원칙적으로 지지입장을 표명해 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북한의 개혁조치가 활성화될 경우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성급한 판단이 될지 모르나 가장 먼저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북한의 가입을 전제로 제반 문제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으로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면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빈곤퇴치와 성

장지원제도(PRGF)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자금은 1인당 국민소득이 925달러 이하의 최빈회원국을 대상으로 국제수지 적자와 외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되는 자금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700달러 내외다.

세계은행(IBRD)의 국제개발협회(IDA) 자금도 활용할 수 있다. 이 자금은 지원조건이 가장 좋으나 IMF와 IBRD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성실히 이행해야 하는 단서가 따른다. 동시에 현재 북한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ADB의 아시아개발기금(ADF)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에 북한의 개혁조치로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대해 국제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된다 하더라도 실제 가입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만큼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기 전에 국제사회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북한에 대한 특별신탁기금(Trust Fund for DRPK)을 설립하는 방안이다. 이미 이 기금은 팔레스타인, 동티모르, 보스니아, 코소보의 경제재건을 위해 지원된 바 있다. 이 기금 역시 미국과 일본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주요국들이 국제금융기구에 예탁해 놓은 신탁기금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특히 이 기금은 신탁국의 동의만 있으면 언제든지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 밖에 비정부기구(NGO)들이 필요한 재원을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로부터 조달해 지원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이번에 북한의 개혁조치의 성패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만큼 북한의 개혁조치가 성공할 수 있도록 기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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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