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2002한ㆍ일월드컵. 월드컵 신드롬, 월드컵 증후군 등 월드컵이 가져온 파장은 실로 혀를 내두를 만했다. 그중에서도 흥미로웠던 것은 남성 못지않게 여성 축구팬 역시 상당히 증가했다는 점. 특히 국내외 할 것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던 선수들은 월드컵이 끝난 지금까지도 여성 축구팬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이제 축구는 남성들만의 스포츠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슈팅 라이크 베컴 designtimesp=22776>의 맹랑한 두 소녀 제스와 줄스에게 축구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인도계 영국 가정의 평범한 딸 제스(파민더 나그라)가 가장 동경하는 축구선수는 영국 최고의 슈터 데이비드 베컴. 그러나 제스가 베컴을 동경하는 것은 다른 여느 소녀들처럼 그의 외모 때문이 아니다.그녀는 베컴과 같은 훌륭한 슈터가 되고 싶은 것.비록 동네 축구단에서 정해진 포지션도 없이 종횡무진하는 그녀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만은 베컴 못지않다.결국 그녀는 정식 여자축구단의 선수인 줄스(키이라 나이틀리)의 눈에 띄면서 본격적인 축구선수로서 꿈을 키워가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도 원했던 축구선수의 길에는 장애물이 많다. 팀의 매력적인 코치 조(조너선 리스 마이어스)를 사이에 두고 친구 줄스와 원치 않은 삼각관계에 빠지기도 하고, 얌전히 법대에 진학해서 좋은 혼처에 결혼하기만을 바라는 가족들을 설득시키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급기야 부모 몰래 계속하던 축구가 발각되면서 소녀 축구선수 제스는 인도인 지역사회에 대한 위협까지 야기하게 된다.지난 제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슈팅 라이크 베컴 designtimesp=22784>은 당시 월드컵 열기로 인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단지 ‘시류에 맞춰 개봉하는 축구영화’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영화는 주위의 반대를 무릅 쓰고 그라운드에 뛰어든 두 소녀 제스와 줄스를 시종일관 코믹한 분위기에 담아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담아내는 이야기의 폭은 훨씬 넓다. 여성의, 그것도 소녀가 남성들만의 세계인 축구에 뛰어든다는 성차별적 전복의 짜릿한 쾌감이나 영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유색인종의 이데올로기, 그리고 혈통과 전통의 문제 등은 두 소녀의 좌충우돌 플레이에 잘 포개져 있다.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인 인도계 영국인 감독 거린다 차다는 두 소녀를 바라보는 발랄한 시선을 잘 유지하면서 동시에 영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복잡한 문제들에 대한 날카로운 언급 역시 잊지 않는다. 이는 <풀 몬티 designtimesp=22789>나 <빌리 엘리어트 designtimesp=22790> 등의 일련의 영국 코미디영화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럼 마지막으로 한 가지 궁금한 점. 과연 베컴이 실제로 영화에 출연할까? 물론이다.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는지는 직접 확인하시길.